다정한 목소리로 쌓아온 다린의 결실 #2주의뮤지션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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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목소리로 쌓아온 다린의 결실 #2주의뮤지션

네 장의 싱글 앨범이 하나의 <축>으로 묶이는 순간.

성채은 BY 성채은 2022.11.25
다린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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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린의 곡은 가을과 관련된 플레이리스트에 자주 등장하더라. 지난 2017년에 발표한 데뷔곡이 ‘가을’이기도 하고. 다린의 음악이 특히 가을과 어울리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허스키한 목소리와 느린 템포 때문이 아닐까. 정서적으로 차분히 가라앉게 만드는 두 가지의 요소를 모두 지니고 있어서 쓸쓸한 가을과 어울린다고 하는 것 같다. 멜로디적으로는 음 간격이 넓은, 상하행이 뚜렷한 리듬을 좋아하는데 그런 면이 현악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클래식 기타를 사용하는 곡이 많은 것도 한 몫 한다. 질감이 도드라지는 악기들이 따뜻함을 더한다.  
지난 10월 26일에 발매한 싱글 앨범 〈축〉은 어떻게 탄생하게 됐을까  
일상의 관성을 깨버리게 되는 사건들은 보통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기인하곤 했다. 예를 들어 무언가를 지키려고 할 때나 버려야만 할 때, 혹은 사랑하는 사람의 곁에 있기 위해서 말이다. 나에게 ‘축’은 이들을 향한 애정과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The path that our love makes(우리의 사랑이 만드는 길)’이 지난 10월 29일과 30일에 진행된 공연〈2022 다린 콘서트 Orb:〉의 캐치 프레이즈가 되었다. 축이 있다면 계속 회전하고 있다는 뜻이고 회전한다는 건 나아간다는 의미라고 생각했다.  
‘축’은 사랑을 궤도에 빗댄 가사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다린이 곡에 담고자 하는 사랑의 모습은
이 곡을 만들 때 가장 많이 상상했던 모습은 두 사람이 서로를 끌어안고 있는 모습이나, 서로 등을 맞대고 있는 모습이었다. 마치 '구'의 형상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나의 뒤를 볼 수 없지만, 너는 내 뒤를 볼 수 있다'라는 결합의 의미를 담았다. 후렴인 ‘말해줘 나 두려움에 눈 감을 때, 나 다시 눈을 떠, 너를 바라보게, 나는 너를 따라’가 그 상상력이 반영된 가사다. 
〈축〉 커버 이미지

〈축〉 커버 이미지

〈꿈〉 커버 이미지〈물결〉 커버 이미지〈버드나무〉 커버 이미지
밤하늘의 풍경을 담아낸 앨범 〈꿈〉부터 하늘색의 컬러가 주축으로 담긴 〈물결〉, 지평선에 나무 한 그루가 그려진 〈버드나무〉처럼 지난 앨범 커버들은 ‘원형’ 속에 갇힌 풍경들을 담고 있었다. 반면 〈축〉에서는 원형은 사라지고 ‘구’의 형태로 우주의 궤도만 남아있다. 이 변화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
앨범의 이미지가 ‘원형’에서 ‘구’로 입체적으로 진화했을 때 전해지는 현실감을 의도했다. ‘이런 감동을 느끼게 해준 것들이 모두 실재하는구나’라고 느껴지길 바랐다. 어떤 팬들은 ‘우주선의 창문 같다’는 감상을 남겨주기도 했는데 그 해석도 감동적이었다. 우주선을 타고 지나오면서 〈꿈〉이라는 별도 보고, 〈물결〉도 봤다가, 이제 그 별을 멀리서 바라보면 궤도가 보이는 장면으로 이어지는 느낌이랄까.  
수많은 싱글 앨범을 발매해왔다. 짧은 간격으로 신속하게 곡을 전달하고자 했던 이유는
곡마다 전하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축〉 시리즈 중의 하나로 지난 4월에 제일 먼저 발매된 싱글 앨범 〈꿈〉은 오랫동안 같이 음악을 해 온 동료의 마음을 담은 곡이다. 6월에 발매된 〈물결〉은 지난 메일링 서비스 때, 팬들에게만 처음 공개했던 곡이어서 팬들과 나눴던 마음을 담은 곡이었고, 8월에 발매된 〈버드나무〉의 경우에는 내가 사랑하는 것들에게 하는 말을 담았다. 이 모든 마음들이 나에게 하나의 ‘축’이었다고 말하고 싶어서 싱글 단위로 하나씩 발매할 수밖에 없었다.
다린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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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9일에서 30일까지 진행된 공연 〈2022 다린 콘서트 Orb:〉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앵콜곡 ‘큰 새’와 ‘갈래’를 부를 때. 노래를 하면서 관객과 가깝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큰 새’의 첫 소절인 ‘있지 사랑은 살아남아서, 견고히 너와 내가 되어서, 우리가 바라던 끝없는 질문의 답이 될거야’라는 가사를 함께 부르는데 팬들이 마치 나에게 ‘우리가 다시 만나서 또 이 노래를 같이 부르고 있네?’라고 말을 건네는 듯 해서 감격스러웠다. 특히, 30일 오전에 참사 소식을 듣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진행한 이유는 음악가로서 해야 하는 몫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서로를 끌어안아 위로하고, 이곳에 슬픔이 진짜로 존재했다고 증명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날은 관객들의 마음 모두 견고했기에 잊지 못할 것 같다.  
공연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에너지가 있다면
〈광장〉이라는 책에 김초엽 작가가 쓴 단편소설이 수록돼있다. 시각장애를 가진 주인공의 이야기인데, 그 작품에서는 장애를 초월한 정신세계가 존재한다. ‘몸도 없고, 언어도 없기에 내가 네가 될 수 있고, 네가 내가 될 수 있는 공간’같은 세계 말이다. 공연을 할 때 그 소설 속 세계의 공간감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유독 다린의 라이브를 듣고는 “눈물이 났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음악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걸까
가사를 구체적으로 상상하면서 쓰는 편이라서 그런 걸까. 특히 언제든 사랑하는 사람이 사라질 수 있는 상황을 떠올리는데, 그렇다고 붙잡고 싶다는 태도를 담지는 않는다. 그래서인지 얼마 전에 본 공연 후기에서 본인이 마음 속에서 어떤 사람을 미워하다가 밀어내고 잊어버렸는데 내 라이브를 듣고 몇 년 만에 생각이 나서 ‘콸콸’ 울었다고 했다. 나의 공연에서 그 긴 헤어짐에 마침표를 찍고 치유되는 경험을 했다니 정말 다행인 마음과 동시에 이것이 음악의 순기능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올해 이 음반을 내길 잘 했다 싶었던 순간이다.  
다린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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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지 않고 올해에도 음악 활동을 이어가게 된 배경은
3D 영상 디자인 프로그램 ‘블렌더’도 배우고 싶었고, 고양이 세 마리를 위해 미용도 배워보고 싶었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에 도전해보고 싶었지만, ‘축’이라는 곡을 올해 초에 쓰게 되었고 그때 음악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특히 ‘올 한 해는 무언가를 태우는 열정으로 살아야겠다’고 각오했는데 그것이 음악이 될 것 같았다. 한 곡, 한 곡 지나오면서 마음이 엎치락 뒷치락 많이 오갔다. 이러한 과정을 겪으면서 ‘보세요. 이게 우리가 올 한 해에 만든 거에요’라고 관객들에게 빨리 자랑하고 싶었다.  
 

다린의 추천곡

닿지 않을 편지 - 박현서
have you ever - 강지원
tails - 코듀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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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성채은
    사진 어코스티 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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