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게 먹는 삶 인류가 하루에 세끼 식사를 한 것은 의외로 길지 않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두 끼가 일반적이었지만 산업혁명 이후부터 세 끼 식사가 보편화됐고, 야식과 디저트가 더해지며 현대인은 여섯 끼가 넘는 식사를 하고 있다. 〈절반만 먹어야 두 배 오래 산다〉 저자 후나세 스케(Shunsuke Funase)는 “음식을 소화하고 흡수하는 몸의 활동은 생각보다 큰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세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을 때 소화와 흡수에 드는 에너지는 마라톤을 풀코스로 완주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와 비슷합니다”라고 말하며 소식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일생을 살아가면서 인간은 에너지를 얻기 위해 음식을 섭취하는데, 이 음식들이 에너지와 각종 영양분을 공급하는 것도 맞지만 음식이 소화되는 과정에서 노폐물과 독소를 만들어냅니다. 그 때문에 음식을 섭취할수록 몸의 염증 수치가 올라가고 그 염증 반응이 노화를 가속시킵니다. 아무래도 적게 먹을수록 몸의 손상이 줄어드는 원리죠. 체내 면역 체계가 활성화되는 데 도움을 주는 소식은 매우 건강하고 근본적이고 안전한 해결책입니다.” 유어클리닉 서수진 원장 역시 영양 과잉 상태의 현대인에게 소식의 중요성을 권고한다. 하물며 평균 수명 100세인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길어진 기대 수명만큼이나 행복한 노후를 위한 건강한 신체 관리가 필수. 적게 먹는 것만으로도 노후 삶의 질이 달라진다.
건강을 위한 소식 다이어트에도 트렌드가 존재하는데(저탄고지 다이어트, 황제 다이어트, 1일 1식, 키토 다이어트 등) 공통점은 결국 적게 먹는 ‘소식’으로 귀결된다. 소식의 기준은 보통 하루 권장 칼로리의 70% 정도만 섭취하는 것을 말한다. 평상시 두 끼에 먹을 분량을 세 번에 나눠 먹는다고 생각하면 쉽다. 특정 시간 동안 음식을 먹지 않는 ‘시간’이 기준이 되는 단식과 달리 소식은 적게 먹는 것으로 ‘양’이 기준이 된다. 하지만 단순히 적게 먹는 것만이 소식이 아니다. 체지방을 줄이기 위한 소식과 건강을 위한 소식은 다르다. 적게 먹는 것만으로 살을 빼겠다는 건 오히려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게다가 대다수 전문의들은 평소 칼로리보다 무조건 적게 섭취하는 방법은 지속하기 힘들고, 정체기가 쉽게 찾아오기 때문에 다이어트가 아닌 건강이 목적인 소식을 실천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은 80세 이후부터는 40대에 가진 근육량의 50%만으로 살아가야 하는데, 젊을 때부터 무조건 소식과 저단백 식사만 고집한다면 근육감소증이 올 수 있다. 따라서 평상시 탄수화물과 지방은 적당히 섭취하고 단백질을 적게 먹어야 하는데, 〈호르메시스와 간헐적 단식〉 저자이자 비만 전문의 박용우 교수는 소식을 통해 공복 시간을 유지할 것을 강조한다. 저녁 식사 후 다음날 아침을 먹을 때까지 12시간 공복을 유지한다면 소화기관이 휴식을 취할 수 있다고 말하며 다음과 같은 식이요법을 소개했다. “첫날에는 단백질 10%, 지방 55%, 탄수화물 35% 비율로 하루에 약 1000칼로리 정도를 섭취합니다. 2~5일 차에는 단백질 10%, 지방 45%, 탄수화물 45% 비율로 하루 500~700칼로리를 섭취하고, 6일째부터는 평상시 식사로 돌아갑니다. 이런 방법으로 매달 한 차례씩 3개월 정도 하면 단식과 비슷한 효과를 내며, 수면 연장에 도움이 됩니다. 단, 체중 감량 목적으로 활용할 경우 이 방법이 끝나면 요요 현상이 찾아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이렇듯 소식은 몸은 가볍게, 뇌에는 휴식을 주며, 우리 몸에 긍정적 효과가 있다. 물론 소식의 등장이 달가운 것만은 아니다. 식이장애를 독려하거나 청소년에게 잘못된 미의 기준을 심어줄 수 있다. 게다가 지나친 식단 조절은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 “적게 먹기 위해 하루 한 끼만 섭취하는 소식 방법은 폭식 확률을 높이고, 한번 음식이 들어올 때 에너지를 많이 쌓아두어야 한다고 몸이 생각하게 됩니다. 같은 양을 먹어도 신체에 쌓아두는 지방이 많아지기 십상이죠. 평소 업무 등 바쁜 일정 때문에 하루 한 끼만 섭취하는데도 살이 빠지지 않는다고 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소량을 여러 번 나눠 규칙적인 시간에 음식을 섭취해 체내 지방 축적을 막아주는 것이 좋습니다.” 차움 한방진료센터 조희진 교수의 조언을 유념하자. 소식해도 개인마다 타고난 몸의 기질이 다르기 때문에 체질에 따른 차이가 날 수 있다. 소식에 있어서 모두에게 적용되는 정해진 이론은 없으니 자신의 몸을 잘 파악하고, 장기적으로 안전하고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소식 방법을 택해야 한다. 무엇보다 ‘소식좌’들의 식사량을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 이들의 긍정적 측면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소식좌들은 공통적으로 한 입을 먹어도 천천히 아주 오래 음식물을 씹고, 배부르면 먹지 않는 특징을 지녔다. 토스트 한 입을 먹는 데만 1분이 걸리는 안영미는 SNS를 통해 ‘안영미와 함께 1분 씹기 챌린지’를 공개하며 아무 생각 없이 씹기에 집중하는 방법을 공유했다. 박소현은 음식을 한 입 넣으면 수저를 단번에 내려놓고 마치 수련의 하나인 듯 저작 운동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희진 교수는 이들이 매우 좋은 식습관을 가졌다고 말한다. 오래, 많이 씹을수록 위장에서 위액이 음식물을 잘게 부수고 소화시키는 에너지를 들이는 수고를 줄일 수 있기 때문. 또 씹는 시간이 길어지면 렙틴(Leptin) 호르몬이 분비돼 뇌가 포만감을 느껴 섭식 행동을 조절해 준다. ‘저렇게 먹어도 괜찮을까’에서 시작한 의문은 어쩌면 우리가 지금껏 필요 이상으로 너무 많은 것을 먹지 않았는가를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음식이 풍부한 오늘날 습관적 과식과 비만으로 전 세계 4억 명 이상이 당뇨병을 앓고 있다. 그런 점에서 소식은 우리에게 절제의 지혜를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