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르보이스] 일에도 적절한 보상이 필요해! 챌린지 앱처럼 일하기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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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보이스] 일에도 적절한 보상이 필요해! 챌린지 앱처럼 일하기

요즘 나는 '의지'를 돈 주고 산다? N년 차 기자의 고민.

이마루 BY 이마루 2022.09.08
 
챌린지 앱처럼 일할 수 없을까
요즘 나는 ‘의지’를 돈 주고 산다. 무슨 소리냐고? ‘챌린지’ 앱 이야기다. 목표를 설정하고 돈을 낸 뒤, 매일마다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면 그중 일정액을 되돌려 받을 수 있다. 예컨대 ‘2주 동안 하루 1만 보 걷기’에 1만 원을 냈다면 14일간 1만 보 이상 찍힌 스마트 워치를 매일 사진으로 찍어 올려야 한다. 하루도 빠짐없이 올리면 1만 원을 되돌려 받을 수 있지만, 사진을 못 올리는 날이 늘어날수록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줄어든다.
 
이런 앱의 존재를 처음 전해 들었을 땐 ‘별게 다 있네’ 하고 웃었는데, 생각보다 돈의 힘은 강력했다. 1만 원을 그냥 길바닥에 버릴 순 없다고 생각하니 몸을 억지로 움직이게 됐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이용하기’ ‘영어 기사 필사하기’ ‘아침 6시 일어나기’ 등을 거치면서 점점 과제 난이도와 거는 돈의 액수도 조금씩 높아졌다. 요즘 열심히 하는 건 다이어트 챌린지다. 하루 세끼 무엇을 먹었는지 사진을 찍어 앱에 올리고, 앱에서 매일 새로 올려주는 그날그날의 30분짜리 운동 영상을 따라 해야 한다. ‘스쿼트 30개 이상 하기’ ‘다이어트 의지 주변에 알리기’ ‘계단 오르기’ 같은 소소한 과제들도 조금씩 추가된다. 이걸 모두 수행하는 날에만 몇백 원에서 1000원에 달하는 리워드를 받는다.
 
이 앱 덕분에 전에 없이 식단 관리를 열심히 하게 됐다. 직장을 다니기 시작한 십수 년간 아침 식사를 습관처럼 걸러왔는데, 이제는 꾸역꾸역 야채를 씻고 계란을 삶는다. 삼시 세끼 사진을 찍어 올려야 하니까, 점심 메뉴도 가급적이면 닭 가슴살 샐러드, 비빔밥, 월남쌈처럼 야채와 단백질이 많이 들어간 메뉴를 고르게 된다. 맥주가 당길 때면 심호흡한 뒤 눈 딱 감고 무알코올 맥주를 딴다. 물론 강제성이 있는 건 아니라서 당연히 달성률이 100%는 아니다. 때로 스트레스받는 날엔 또는 업무상 불가피한 날엔 과제를 패스했다. 가끔 ‘꼼수’를 쓰기도 했다. 운동할 시간이 도저히 나지 않는(다고 자기합리화를 하는) 날에는 샤워하는 동안 운동 영상을 틀어두는 식이다. ‘맥주 한 캔쯤이야’ 생각하며 음주 사실을 자진 납세하지 않은 적도 있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어찌저찌 4주를 지나고 보니 전체 몸무게는 큰 변화가 없어도 체지방은 확실히 줄었다.
 
다이어트계의 금언 ‘식단 조절 7할, 운동은 3할’이라는 말을 아무리 많이 들었어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이 오지 않았는데, 이렇게 가이드라인이 주어지니 편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회사 일도 이렇게 목표와 가이드라인, 이를 성취했을 때의 리워드까지 명확하면 좋을 텐데. 예컨대 입사 1년 차에 ‘데이터 저널리즘 전문가 되기’ 과정을 선택하면 연간 무슨무슨 과정을 수료하거나 어디 아무개를 취재해서 기사를 쓰게 한다든지, 벤치마킹할 목표물을 흉내 내서 시제품을 만들어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준다든지. 이런 가이드라인과 몇 가지 미션을 무사히 수행하고 나면 전문 기자 자격으로 담당 코너를 만들어준다든지.
 
어느덧 연차가 쌓여 같이 일하는 팀에 선배보다 후배가 많아진 요즘, 나를 포함한 팀원들의 ‘일하기 싫어증’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는 중요한 문제다. 옛날처럼 ‘까라면 까는’ 문화는 사라졌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이 유행인 시절도 있었지만, 말뿐인 칭찬으로는 택도 없다. 명확한 목표를 제시해 주고, 구체적인 방법론을 가르쳐주고, 피부에 닿는 보상이 있어야 한다.
 
이 일을 잘해냈을 때 내가 실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무엇이고, 그로 인해 잃는 것과의 비교 실익은 또 얼마나 되는가? 이에 대한 답이 명쾌할수록 업무에 에너지를 쏟기도 쉬워질 것이다. 세상의 수만 가지 직업마다 특성이 다르니 다이어트처럼 일괄적인 앱을 만들기는 쉽지 않겠지만, 최소한 개인적으로는 그런 앱과 같은 선배가 되고 싶다. 평기자에 불과한 내가 줄 수 있는 ‘리워드’라고는 맛있는 밥 한 끼, 근사한 곳에서 먹는 술 몇 잔 정도밖에 떠오르지 않지만.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도 있다. 당신이 꿈꾸는 목표와 원하는 리워드를 열심히 소문 내거나 또는 직접 귀띔 좀 해주면 좋겠다. 무슨 꿈을 꾸고 있고 어떤 지향점을 갖고 있는지, 티를 내지 않으면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니 더 많은 후배가 야망을 솔직하게 드러내면 좋겠다. 더 많은 선배가 그 길까지 갈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또 적절한 보상도 챌린지 앱처럼 안겨줄 수 있도록.
 
심수미
제48회 한국기자상 대상과 제14회 올해의 여기자상을 수상한 JTBC 기자. 30여 년간 인권의 사각지대를 취재한 수 로이드 로버츠의 〈여자 전쟁〉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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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이마루
    디자인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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