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은 이미 이달 초 2021~2022 한 시즌에 리그 20골을 기록한 상황이었습니다. 29개의 시즌을 지나 온 EPL에서 한 시즌 20골 이상을 넣은 선수는 45명 뿐이에요. 손흥민은 중앙공격수가 아님에도 20골을 기록을 넘긴 12명의 선수 목록 안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손흥민의 매 경기 '한 골만 더'라는 기대감도 커졌고요.

세계 축구 팬들의 쏟아지는 관심에 손흥민은 제대로 부응했습니다. 22일(현지시각) 영국 노리치 캐로 로드에서 열린 노리치시티와의 EPL 최종 38라운드에 선발 출전한 그는 이 경기에서 리그 22, 23호 골을 뽑아내며 결국 아시아인 첫 EPL 득점왕이 됐습니다. 이날 손흥민의 멀티골 덕에 토트넘은 노리치를 5-0으로 꺾었죠.
이게 대단한 기록이냐고요? EPL은 물론이고 스페인 라 리가, 독일 분데스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프랑스 리그1 등 사실상 축구계에선 '세계 5대 리그'나 마찬가지인 '유럽 5대 리그' 기록을 뒤져봐도 아시아인 시즌 득점왕은 나온 적이 없습니다.
자, 거기다 손흥민이 이번 시즌에 넣은 23개의 골 중 페널티킥(PK)이 단 한 건도 없다는 것도 주목할 만합니다. 손흥민과 공동 득점왕이 된 리버풀의 무함마드 살라흐는 23골 중 PK가 5골이에요. 이 역시 기록적인데요. 손흥민은 EPL 역사상 PK 득점 없이 골든부트(축구화 모양의 EPL 득점왕 트로피)를 거머쥔 10번째 선수입니다.
EPL 경기 직후 진행되는 '킹 오브 더 매치'는 축구 팬들이 최우수 선수를 직접 뽑는 투표인데요. 이번 시즌 손흥민은 무려 14번이나 1등을 했습니다. 2위와의 득표 격차도 엄청난 수준이고요. 이 역시 시즌 최다 기록입니다.

경기 직후 "믿을 수가 없다. 지금 정말 감격스럽다"라는 소감을 전한 손흥민은 라커룸에서 동료들의 격렬한(?) 축하를 받기도 했는데요. 손흥민이 잘해서 득점왕이 된 것도 사실이지만 동료들의 물심양면 어시스트도 기여도가 높습니다. 22일 경기에서 같은 팀 데얀 쿨루셉스키는 비어 있는 골문 앞에 도착하고도 손흥민을 찾았는데요. 이는 그의 영혼의 단짝이자 소울메이트 해리 케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떻게든 손흥민에게 좋은 공을 주기 위해 애썼죠. 모두가 바라던 득점왕에 올라선 손흥민 역시 감독과 팀원들에게 감사를 표했습니다.
한국 시각으론 23일 자정께 열린 경기의 시청률은 최고 6.8%까지 치솟았습니다. 평일 새벽인데 모두가 손흥민의 경기를 보기 위해 깨어 있던 거죠. OTT 등 TV 외 플랫폼 시청자까지 합하면 더 어마어마한 숫자일 겁니다. 손흥민은 다음 달 2일부터 진행되는 브라질, 칠레, 파라과이와의 A매치 명단에도 올랐는데요. 태극마크를 달고 뛸 그를 향한 세계적인 호응이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