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트 신의 신인류, '영 컬렉터'의 흐름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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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트 신의 신인류, '영 컬렉터'의 흐름

MZ세대를 중심으로 아트 신에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그들을 낱낱이 파헤쳐보는 시간.

전혜진 BY 전혜진 2022.04.07
최근 아트 신에서는 새로운 지각 변동이 감지됐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소비경제가 위축됐음에도 올 상반기 국내 미술 경매 총매출액은 1438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세 배나 급증한 수치로, 때아닌 호황. 전문가들은 입 모아 MZ세대로 불리는 20~40대의 활발한 참여를 이유로 꼽는다. 실제로 지난 6월, 128명의 젊은 작가가 참여한 ‘더 프리뷰 한남’ 페어에는 열흘에 걸쳐 3000여 명이 방문했고, 그중 다수는 20~30대였다. 지난 ‘아트부산’에서는 개성 있는 옷차림의 10대 컬렉터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는 MZ세대의 ‘직진 구매력’으로 첫날 입장객만 5000여명, 매출 350억원이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세계 최대 미술 장터인 ‘아트 바젤’과 UBS가 펴낸 ‘2021 아트 마켓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술품을 구매한 자산 100만 달러(약 11억 원) 이상의 수집가 2569명 중 52%는 M세대, 4%는 Z세대였다. 더 이상 고액 자산가들의 전유물이 아닌 아트 컬렉팅. 이 새로운 아트 세대는 이전 세대와는 다른 대담한 특질을 보이며 아트 신에 존재감을 더하고 있다.
 
‘엄.근.진’은 물러가세요
글로벌 최대 아트 데이터베이스인 ‘래리스 리스트(Larry's List)’에서 전 세계 2040 아트 컬렉터 150명을 소개한 ‘The Next Gen Art Collectors Report 2021’에 한국인 이소영이 이름을 올렸다. SNS를 기반으로 서울의 ‘아트 메신저’이자 미술 교육인, 아트 컬렉터로 오랜 기간 활발히 활동해온 그는 “영 컬렉터라 불리는 2040 컬렉터들의 수가 많아졌음을 피부로 느낀다. 좋은 작품을 선점하기 위해 ‘반차’를 쓰고 모이는 이 젊은이들은 과거처럼 유명한 작가를 찾기보다 자신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작가를 선택하며 시장을 활성화한다”고 설명한다. 이들의 가장 특징적인 키워드는 ‘인스타그램’.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이들은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SNS로 처음 접하고 갤러리나 작가, 예술가들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잉하며 신진 작가들의 특성과 작품 정보를 습득한다. 페어 현장과 온라인 미술 플랫폼을 동시에 누비며 작품을 향유하기도.
 
이소영은 “인스타그래머블한 작가들이 젊은 컬렉터들에게 인기가 많다. SNS에서 작품을 먼저 접하고 전시를 보러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인스타그램 피드의 첫인상이 작가의 첫인상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전시를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했던 과거와는 정반대의 양상. 또 작품과 전시 자체를 무거운 문화 양식으로 받아들이기보다 마치 K팝 공연을 보고 인플루언서를 팔로잉하듯 언제든 자신이 원하는 만큼 미술품을 감상하고, 예술가나 갤러리와 SNS로 소통한다. 마치 하나의 ‘놀이’처럼 즐기는 것. 최근 이 흐름에 RM, G드래곤, 유아인으로 대표되는 ‘영 앤 리치’ 아티스트 컬렉터들의 영향도 크게 작용했다. 그들이 SNS를 통해 소개한 윤형근, 만달라키 등의 작품은 물론, 이들이 실제로 방문한 아트 페어와 전시는 제2, 제3의 젊은 방문자들을 대거 재생산하며 인기를 끈다.
 
뱅크시 만 원어치 주실래요?
이제 ‘미술계 큰손’은 옛말. 영 컬렉터들은 작품을 소유하는 방식에서 ‘공유’와 ‘소액’ 가치를 중시한다. 아트앤가이드, 소투 등 주식처럼 미술품 지분을 사고파는 플랫폼에서도 MZ세대의 참여가 부쩍 늘었다. 1000원에서 100만 원까지 소액 투자가 가능하고, 단 한 조각일지라도 취향을 저격한 아티스트의 작품을 소유한다는 ‘가심비’를 충족시키기 때문. 그러나 공동구매 플랫폼에서는 작품 재판매 여부나 도난, 위작 논란, 소유권 불법 거래 등 부작용이 꾸준히 야기되고 있고, 자칫 특정 이익집단에 휩쓸려 영 컬렉터들은 길을 잃기 쉽다. 분할 소유권의 법적 효력은 여전히 확실하게 증명되지 않았고, 플랫폼이 파산할 시 투자금 회수가 힘들다는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 할 지도 모른다. 이소영은 “좋은 방법은 결코 아니다. 공동투자 플랫폼에는 반드시 우려가 뒤따른다. 미술 작품을 컬렉팅하는 과정은 그 작가의 작품과 삶을 향유하는 것과 같은데, 자극적인 투자수익율만 내세우는 곳이 꽤 많다"며 “작품 가치를 건강하게 보지 않고 부동산이나 주식처럼 무분별하게 다가가지 않아야 한다. 초보 컬렉터들이 오해하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아찔할 때가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그는 미술 작품은 물건이 아니라 가격이 늘 오를 수는 없고, 성장하는 작가의 작품이라 할지라도 기간을 아주 길게 두고 마라톤하듯 즐기면서 컬렉팅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당부를 덧붙였다.
 
우리는 ‘행동가(Activist)’입니다
이들은 특유의 발 빠른 움직임으로 아트 생태계에 역으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뚜렷한 특징을 지닌 구매 패턴과 구매력으로 산업 내에서 대표성을 높이며 관련 기업들이 이런 흐름에 발맞춰 움직이게 만드는 것. 업계는 첨단 기술에 익숙한 영 컬렉터를 겨냥해 온라인 경매나 뷰잉 룸 등을 확대하며, 페어를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행사로 확대한다. 갈수록 커지는 인기에 롯데, 신세계 등의 백화점 또한 ‘아트 롯데’나 ‘아트스페이스’처럼 영 컬렉터의 유입을 위한 페어를 오픈하기 시작했다. 해외 영 컬렉터들의 흐름도 마찬가지. 런던을 베이스로 글로벌 미술시장의 흐름을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아트 리서처 최서경은 “해외시장에서도 지난 몇 년간 아트 컬렉터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어졌다. 팬데믹이 시작되기 전부터 영 아티스트들이 경매시장에서 단기간에 몸값을 올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학생이나 사회 초년생들이 유명세와 상관없이 자신이 선호하는 드로잉을 구매하는 데 거리낌없는 성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투자가치가 있는 작품인지 아닌지를 살핀다기보다 철저히 ‘본인이 소장하고 싶은 것’에 돈을 지불하고 순수한 의미의 컬렉팅을 이어가고 있는 것.
 
“이전의 미술품들이 특정 자본가와 자선가에 의해 구매되고 ‘이건희 컬렉션’처럼 다시 사회에 환원되면서, 역사적 자취에 큰 의미를 두었다면 이제 미술품은 투자가치와 역사가치를 동시에 지닌다. 그 가치 상승에 영 컬렉터들이 동참하고 있다”고 최근 흐름을 설명한다. 이 흐름에 앞서 초보 컬렉터들이 지녀야 할 태도는 무엇일까. 오랜 기간 애정 어린 마음으로 국내 아트 컬렉팅의 흐름과 함께해 온 이소영 컬렉터는 ‘지속 가능한 컬렉팅’이 가장 중요하다고 얘기한다. “10년 전에도 한국 미술시장이 호황기였던 때가 있었다. 거품이 빠지니 건강하게 자생 능력을 갖춘 작가보다 소위 ‘한때 잘나갔던 작가들’이 많아진 듯해 아쉬웠다. 지금의 열기가 건강한 형태로 미지근하게 오래가는 게 중요하다”고 전한다. 또 아트 컬렉팅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1세대 영 컬렉터 선배로서 그는 예비 컬렉터들에게 “자신의 삶과 아트 컬렉팅의 균형을 잡아가는 것이 좋은 컬렉터가 되는 과정이다. 주변 사람과 경쟁하거나 유행하는 취향을 좇지 않고, 자신만의 수집 역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행복한 컬렉팅”이라며 “내 취향은 어떤지, 어떤 작품을 진정으로 사고 싶은지 밥에 뜸을 들이고 과일을 익히듯 숙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조언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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