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르보이스] 일 잘하는 MBTI 유형이 따로 있다? 그래서 ENFP 는 어때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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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보이스] 일 잘하는 MBTI 유형이 따로 있다? 그래서 ENFP 는 어때

요즘 서류에 MBTI 유형 물어보는 회사도 있다던데?

이마루 BY 이마루 2022.03.13
ENFP로 나이 드는 법
“저도 진아 님과 같은 유형이에요. 평생 ENFP로 잘 살고 있어요.”
 
연초에 친구가 자신의 선배를 소개해 줬다. “네가 한번 만나보면 좋을 사람이 있는데. 둘이 만나면 잘 통할 것 같아”라는 얘기만 듣다가 새해를 맞아 약속이 정해진 것이다. 자기만의 일을 꾸려 오랫동안 해오고 있는 여자 선배, 특히 50대가 되어서도 왕성하게 커리어를 이어가는 여성을 만나는 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만남을 기다렸다. 잘 나이 드는 것, 나만의 일을 갖는 것, 지속하는 힘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이런 것에 대해 질문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래서 어땠느냐고? 기대보다 더 좋았다! 대화 내용도 좋았지만, 그냥 나보다 좀 더 먼저 길을 가는 사람의 존재를 확인한다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나고 사고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대화 중에 MBTI 이야기가 나왔고, 자연스럽게 선배의 MBTI를 물었다. 알고 보니 선배는 나와 같은 유형인 ENFP였고, 그 자리에서 말하진 않았지만 조금 놀랐다. 어쩌면 그건 ENFP 유형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 때문이었을 것이다.
 
MBTI 검사를 처음 했던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내 유형은 ENFP였다. ‘스파크형’이나 ‘재기 발랄한 활동가형’이라고 불리는 성격 유형. 처음에 검사를 해주신 선생님이 ‘이 유형은 한국에 많지 않은 유형’이라고 설명하셨는데, 내가 좀 특별하다는 표시 같아서 내 유형을 좋아했다. 사교적이고, 통찰력 있고, 자유로울 때 가장 빛나는 유형이라니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나?
 
하지만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에는 어쩐지 내 유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조금 망설이게 되었다. ENFP는 조직생활에 맞지 않는 유형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지하고, 깊이 고민하고, 묵묵하게 일하는 사람이 일하는 데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실제 존재 유무는 알 수 없으나 아마도 내가 상정해 놓은, 일 잘하는 사람의 모습이 있고 그 모습은 늘 그렇듯 나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더 했던 것 같다. 계획적이고 꼼꼼한 ‘J(Judging)’ 능력이 더 있어야 하는 건 아닐까? 일할 때 감정인 F(Feeling)보다 사고적인 T(Thinking)가 있어야 냉철하게 할 수 있는데. 일에 부침이 생길 때마다 내게 없는 특징이나 능력을 찾으며 뭔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아마도 일터에서 좀 더 성숙해지면 내 유형도 바뀌리라 무의식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선배의 MBTI 유형을 듣고 놀랐던 걸 보면.
 
이미 모두 알고 있겠지만, 일하는 데 MBTI 유형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한 사람은 그 사람의 성격 유형으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경험으로 만들어진 개인의 고유한 특성과 일상을 살면서 만들어진 다양한 삶의 습관이나 기술 역시 그 사람을 만든다. 세심함이 필요한 일을 해야 하는데 꼼꼼함이 부족한 성격이라면 우리는 그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일상의 훈련을 할 수 있다. 또는 그런 훈련을 하지 않아도 내 고유함을 유지하며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볼 수도 있고, 다른 부분을 보완해 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동료를 만나기도 한다. 결국 내 고유함을 인정하고 내 것으로 만드는 모든 과정은 일에서 얻을 수 있는 기쁨 중 하나다.
 
이렇게 당연한 이야기를 잊고 있다가 선배와 대화 중에 다시 떠올렸다. 50대가 되어서도 열정적으로 자기 일을 해나갈 수 있는 선배의 원동력에 어쩌면 ENFP유형이라는 사실이 조금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생각하면서. 여전히 활동적이고, 여전히 호기심이 많고, 여전히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내면서도 자기 중심을 잘 잡고 자기 일을 해나가는 여성이 있다면 나 또한 그렇게 나이 들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느끼면서 말이다. ‘나도 저런 모습으로’가 아니라 나도 내가 생긴 대로 잘 살다 보면 나다운 40대, 50대를 보낼 수 있겠다는 기대가 생겼다. 그리고 바라게 되었다. 내가 이 선배를 보고 느낀 것처럼 10년 후에 누군가 나를 보고 ‘아, 유형 따위! 내가 생긴 대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면 되는 거지’라고 깨닫게 되는 순간이 왔으면 하고.
 
홍진아 카카오 임팩트 매니저이자 프로N잡러. 책 〈나는 오늘도 내가 만든 일터로 출근합니다〉를 펴냈고, 밀레니얼 여성을 위한 커뮤니티 서비스 '빌라선샤인'을 운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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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이마루
    디자인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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