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님 가라사대' 김연아가 러시아 발리예바 도핑 의혹에 날린 일침의 무게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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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님 가라사대' 김연아가 러시아 발리예바 도핑 의혹에 날린 일침의 무게

많은 선수들이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라효진 BY 라효진 2022.02.15
열리기 전부터 예상됐던 논란으로 개운치 않은 진행을 이어가고 있는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의 폐막이 어느덧 가까워졌습니다. 각국 선수들이 편파 판정이나 평균 이하의 빙질, 악천후 등을 버텨낸 자리에는 스포츠 정신과 가장 거리가 먼 도핑 스캔들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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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문의 주인공은 ROC(러시아올림픽위원회) 여자 피겨 대표 카밀라 발리예바입니다. 시니어 데뷔를 하자마자 모든 국제대회에서 우승하고, 세계신기록을 8번이나 갈아치우며 새로운 피겨 레전드로 등극했던 선수죠. 심지어 남자 선수들도 힘들어하는 쿼드 점프를 아무렇지도 않게 뛰어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선수이기도 합니다.
 
 
베이징 올림픽 전부터 이미 '맡겨 놓은 금메달을 찾아가는 수준'이라는 평과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발리예바. 단체전 쇼트와 프리를 모두 1위로 마감하며 금메달을 획득했는데요. 당초 8일(현지시각) 열렸어야 할 메달 수여식이 갑자기 연기됐습니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와 ISU(국제빙상경기연맹)은 이에 대해 함구했지만, 곧 이유가 알려졌습니다. 발리예바가 올림픽에 앞서 ITA(국제검사기구)가 실시한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이 나오며 RUSADA(러시아반도핑기구)로부터 임시 자격정지를 받은 것이 원인이었죠. 그러나 발리예바 측이 오히려 반박하고 나서며 RUSADA는 하루 만에 자격정지를 철회합니다.
 
러시아는 이미 조직적으로 도핑을 해 온 사실이 밝혀지며 2020년 CAS(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로부터 2년간 주요 국제대회에 국가 자격 출전을 금지당했어요. 그래서 이후의 대회에는 ROC라는 새로운 자격을 만들어 선수들을 개인 참가시켰죠.
 
도핑으로 국제대회에 나오지 말라는 처분을 받고도 또 꾸역꾸역 도핑을 하고 올림픽에 출전한 것도 문제지만, 러시아 출신의 어린 피겨 선수가 금지 약물을 쓰다 적발됐다는 사실도 그냥 넘길 수 없습니다.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 이후 국제 피겨계는 러시아의 어린 선수들이 지배하다시피 하고 있는데요. 정확히 말하자면 체형 변화가 오기 전의, 중학생 정도 되는 러시아 여자 선수들이 4회전 점프를 척척 뛰는 거예요. 몸은 자라지 않는데 근육은 기괴할 정도로 발달한 선수들이 포디움을 독식하다 보니, 이번 도핑 스캔들에 '올 것이 왔다'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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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RUSADA의 자격정지 철회에 대해 IOC와 ISU, WADA(세계반도핑기구)가 정식으로 CAS에 이의 신청을 낸 가운데, 발리예바의 개인전 출전이 허락될 것인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발리예바는 논란 속 공개 연습에 참석했고, CAS는 13일 IOC-ISU-WADA의 이의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발리예바가 개인전에 나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CAS는 발리예바의 사례가 의무 출전 금지 조항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그의 나이가 16세 이하로 세계반도핑법의 보호를 받는다는 점, 발리예바가 도핑 결격 사유 통보를 받은 시점이 이미 올림픽에 나온 후였기 때문에 대응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하지만 IOC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발리예바가 메달을 따면 시상식을 열지 않을 것이고, 그가 쇼트프로그램에서 프리스케이팅 출전권을 얻는 상위 24위 안에 들 경우 원칙적으로 탈락하게 되는 25번째 선수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 논란이 명확하게 정리될 때까지 발리예바를 투명인간 취급하겠다는 말이죠.
 
 
이런 상황에서 '피겨 올타임 레전드' 김연아가 입을 열었습니다. 그는 발리예바의 개인전 출전 허가가 떨어진 이후 인스타그램에 "도핑 규정을 어긴 선수는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이 원칙은 예외 없이 지켜져야 한다. 모든 선수의 노력과 꿈은 똑같이 소중하다"라고 적었어요. 이에 전 세계의 네티즌들이 "The queen has spoken(여왕이 말씀하셨다)"라며 지지의 뜻을 밝히고 나섰습니다. 심지어 일본과 중국 매체들도 김연아의 발언을 대서특필했죠. 이후 국내외 스포츠 스타들도 반도핑 메시지를 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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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세 문장 뿐인 김연아 일침의 무게가 남다른 건 단순히 그가 '피겨 퀸'으로 불리던 레전드 선수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2014년 소치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판정으로 은퇴 경기에서 은메달에 머물렀을 때도, 그 이전 피겨 변방국의 선수로서 겪은 수많은 불이익에도 불복은 커녕 억울함을 토로한 적도 없는 그의 발언이 묵직한 건 당연한 일이죠. 또 피겨 인사로서 발리예바와 함께 올림픽에 출전한 '연아 키즈' 유영과 김예림 앞에 닥친 불공정한 상황을 눈 감지 않겠다는 행보로도 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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