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츠는 1017 ALYX 9SM by ADEKUVER. 브로치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제 새로운 레이블에 합류가 공표되고, 새로운 노래를 발표했어요. 지금 잡혀 있는 스케줄을 다니면서 동시에 곡 작업을 하고 있어요. 올여름이 가기 전 다시 새로운 앨범을 내는 걸 목표로요.
언젠가 AOMG 소속 아티스트가 되는 걸 상상해본 적 있는지 궁금해요
대학교 2학년쯤 군대를 전역하고 흑인 음악 동아리를 했었거든요. 그때는 AOMG가 지금처럼 아티스트들이 많지도 않았을 때였어요. 포털 사이트에 AOMG 검색하면 주소가 나오니까, 찾아가서 박재범이 나오면 바로 앞에서 랩을 할까 막 이런 생각도 했었고요(웃음).
맨날 과제하고, 취업을 고민하면서도 마음 한쪽에는 해소하지 못하던 게 있었거든요. 그래서 혼자서 상상을 많이 했었어요. ‘AOMG에 들어가면 쿠기는 어떻게 활동하고 있을까’ 이렇게요. 어쨌든 20대 마지막에 꿈을 이뤘다는 게 놀랍기도 하고요. 음악 활동이 익숙해지고, 이런 사람들과 일 얘기를 한다는 게 마냥 신기한 거 같아요. 그렇네요. 맞아요. 상상했던 적 있었네요.
이번에 ‘GOOD NIGHT’, ‘BEAT ’EM UP’ 두 곡이 눈 깜짝할 사이에 공개됐어요
사실 ‘GOOD NIGHT’은 예전부터 만들어 놓은 곡이었어요. 비오에게 피처링을 받으려고 준비하고 있었고, 그걸 그레이 형에게 부탁해서 완성했어요. 〈쇼미더머니 10〉 때 세미 파이널에 올라간 비오가 저에게 ‘MBTI’ 곡 피처링을 제안했거든요. 그때 비오와 무대에 함께 섰는데 너무 잘하고 멋있는 사람인 거예요. ‘GOOD NIGHT’ 피처링으로 비오 말고는 아무도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그래서 바쁜 줄 알면서도 부탁을 했는데 바로 수락을 해줬어요. 너무도 흔쾌하게. 비오가 〈쇼미더머니〉 촬영하고 있었음에도요. 정말 고마웠어요.
‘GOOD NIGHT’은 새로운 방식의 사랑 노래라 인상적이에요
맞아요. ‘GOOD NIGHT’은 언뜻 보면 연인과의 대화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주목한 이야기에요.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이 있을 때 쓴 곡이거든요. 1절 가사를 보면 ‘그럴 의도가 아닌데 맘대로 재해석해’ 이런 가사가 있어요. 당시엔 사람을 만날 시간에 일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기도 했거든요. 제가 한창 연애에 관심 많을 나이잖아요. 그런데 딱히 관심도 없고, ‘내가 연애를 할 자격이 있을까’ 그런 마음이 들던 때 만든 노래에요.
예전엔 좀 더 청각적인 재미에 집중해서 가사를 썼는데 요즘엔 가사에 제 감정이나 경험을 확실히 좀 더 많이 담는 거 같아요. 제 이야기를 솔직하게 전할 때 누군가 공감할 수 있을 거고요.
재킷과 팬츠, 슬리브리스는 모두 Rick Owens. 슈즈와 니트 햇, 네크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
톱은 Loewe. 팬츠는 Barragán.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
두 번째 곡 ‘BEAT ’EM UP’은 또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요
‘GOOD NIGHT’ 앨범 발매를 준비하는 동안 만들었어요. 작곡한 스프레이 형은 집이 가까워서 자주 보는 몇 안 되는 친구 거든요. 서로 음악 얘기를 하다가 통하는 게 있더라고요. 요즘 좋다고 생각하는 음악이 미니멀한 비트에다가 랩을 깔끔하게 하고, 임팩트 있고 짧게 딱 끝나는 음악이에요. 그래서 진짜 금방 만들었어요. 그런데 너무 좋아서 같이 발표하고 싶어졌고요.
그렇게 서로 다른 느낌의 두 곡으로 앨범이 완성됐군요
상반된 분위기의 쿠기를 모두 보여주고 싶었어요. ‘GOOD NIGHT’은 듣기 되게 편한 노래인데 ‘BEAT ’EM UP’은 좀 화난 느낌의 랩이 담겨있죠. 그런데 두 곡 모두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이 가사에 담겨 있고, 관통하는 주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쿠기의 모든 노래 중에서 지금의 쿠기를 대변할 수 있는 가사가 있다면
‘GOOD NIGHT’의 첫 부분이요. ‘대체 누가 내 뜻을 알아줘 다들 애석해 / 그럴 의도가 아닌데 맘대로 재해석해 / 설명하는 거보단 차라리 입을 잠글래’ 이 네 마디에요. 뮤직비디오 감독인 호빈이 형이 이번 앨범을 듣고 “쿠기야 노래는 좋은데, 일 때문에 사랑은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어요(웃음).
앨범 제목이 〈RE:UP〉이죠? 비장한 이름을 가지고 있어요
제 첫 정규 앨범 제목이 〈UP!〉이에요. 이번엔 다시 한번 올라가 보자는 의미로 〈RE:UP〉으로 지었어요. 사실 첫 소속사였던 밀리언 마켓에서도 너무 좋은 시간을 보냈거든요. 기회도 많았었고, 그대로 있어도 앞으로도 잘 먹고 잘살 수 있을 거 같았죠. 그런데 스스로 안주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맨 처음에 음악을 시작했을 때 가졌던 목표를 자꾸 미뤄두고, 스스로 합리화를 하고 있더라고요. 꿈보다 현실에 가까워지는 사람이 되는 거 같았어요. 그래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거죠.
음원 차트 1위랑 연간 차트에 들어가는 거였어요. 물론 좋은 음악으로요. 진짜 좋은 음악으로.
앨범 상 받는 것. 그리고 AOMG 했을 때 딱 생각나는 아티스트가 되는 거예요. AOMG 쿠기. 이렇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