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껏 가늘게 뜬 눈과 살짝 치켜든 턱, 가볍게 나풀거리는 몸짓에서 나오는 나른함... 마치 90년대 홍콩 영화 주인공 같은 치명적 분위기가 가끔은 내 것이길 바랄 때가 있습니다. 그런 거 있잖아요. 한없이 퇴폐의 나락으로 떨어진 것 같은 중2병의 순간. 남들이 보기엔 왼팔에 흑염룡을 키우고 있는 것에 불과할지라도 제 멋에 취하고 싶은 그런 때가 있죠.
그룹 AKMU 찬혁이 무대에서 한 번 그런 욕망을 드러냈다가 전 국민의 놀림감이 되고 말았습니다. 지난해 말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악동뮤지션 초기 곡들을 선보였을 때였는데요. 그냥 자기 흥에 겨워 노래를 불렀을 뿐인데 'GD병 증상' 판정을 받았죠. 퍼포먼스가 GD와 비슷하다는 거예요. 이후엔 JTBC '독립만세'에서 그가 보여준 '갬성' 일상까지 더해지며 찬혁의 독특한 세계가 밈처럼 번졌습니다.

인스타그램 @akmuchanhk
찬혁은 28일 MBC '라디오스타'에서 자신을 둘러싼 여러 화제들에 대해 언급했어요. 먼저 찬혁이 해병대 전역 후 선보인 파격적인 헤어 스타일과 패션 변천사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해병대에 복무하면서 1년 반 이상 까까머리로 살았다"라며 "하고 싶은 게 많았다"라고 털어놨어요. "지금 보면 살짝 과하다"라면서도 "하지만 안 했다면 아쉬웠을 것"이라고 '셀프 평가'를 내렸습니다.
이어 "키도 작고 왜소한 남성이 성별이 구별되지 않는 옷을 입으면 오히려 장점이 된다. 이 때문에 여성복을 즐겨 입는 편"이라고 말했어요. 이런 변신 후 달라진 시선에 대해선 "소속사(YG 엔터테인먼트)에서 몇 번 주의를 받았다. 너무 격차가 생기면 팬들이 보기에 부담스럽지 않을까 우려했다"라고 고백하기도 했죠. 하지만 "악동뮤지션 데뷔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었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라고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GD병'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GD와는 같은 소속사임에도 10년 동안 3번 마주친 게 전부라는데요. 'GD병' 언급이 처음 나온 영상에 대해선 "퇴폐미가 필요한 무대를 했었다"라고 해명하면서도 "이게 자유다, 이게 지금의 나다 느꼈다"라고 말했어요.
그러면서 "제가 이렇게 평생 살아갈 거면 언젠가 한 번은 빵 터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차근차근 저만의 바이브를 만들어 갔다"라고 덧붙였죠. 더 이상 'GD병'이 아닌 '찬혁스타일'이 자리 잡은 게 아닐까요? 남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것 다 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