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

그래서 메타버스가 뭐라고? #버추얼 휴먼 #XR

모두가 올라탄다. 가상세계의 새로운 이름인 메타버스로. 무섭게 증식 중인 이 신대륙을 가늠하는 데 필요한 네 가지 단서를 모았다.

BY류가영2021.07.09
 
 

Next WORLD 

 

VIRTUAL HUMAN

나와 똑같은 인간
벌써 Z세대의 다음 세대가 등장했다. 바로 2011년과 2015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을 지칭하는 알파 세대다. 알파 세대는 2021년을 기준으로 현재 초등학교 저학년.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폰과 AI 기술을 일상적으로 받아들여온 이들은 Z세대와 더불어 마인크래프트, 로블록스 등 인기 메타버스 게임의 주 연령층이다. 누군가에겐 이해하고 싶은 개념인 메타버스도 이들에겐 현실의 일부다. 더불어 가상 존재에 대한 거부감도 지극히 낮다. 대한민국 최초의 사이버 가수 ‘아담’에서 시작된 버추얼 인간의 진화는 버추얼 아이돌과 버추얼 유튜버,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인간이 인간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버추얼 휴먼에 대한 여러 가지 윤리적 문제들이 뒤따르긴 하지만, 그럼에도 알파 세대는 이들의 존재에 무난히 적응하는 듯 보인다. 단순히 기술적 진보를 많이 누린 세대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알파 세대는 가상 인간이 실제 인간의 모습을 얼마나 소름 끼치게 모사하는지를 생각보다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탄탄한 세계관. 그런 점에서 세계관을 중시하는 K팝 아이돌은 메타버스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신세대의 사랑을 받기 쉽다. 물론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팬 사인회를 열거나 안무 영상을 공개할 수도 있지만, 아예 가상 요소를 결합한 세계관을 장착한다면 그 파급력은 더욱 불어날 수 있다.
 
SM은 이를 가장 발 빠르게 인지한 엔터테인먼트 회사다. 지난해 11월에 데뷔한 걸 그룹 에스파는 현실 속의 네 멤버와 가상세계에 존재하는 아바타 멤버가 두 세계의 중간인 디지털 세계를 통해 교감하며 함께 성장한다는 세계관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는 가상 걸 그룹 ‘K/DA’라는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어 게임 속 아바타의 존재감을 확장시켰다. 팬들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알파 세대와 Z세대는 결국 탄탄한 세계관을 뿌리내린 버추얼 휴먼에게 기꺼이 마음을 연다. 그 세계관이 충분히 흥미롭다면 완벽하지 않은 기술적 한계쯤이야 눈감아줄 수 있다. 아주 현실적인 메타버스를 보여주는 ‘매드몬스터’를 떠올려보자. ‘60억 명의 팬을 보유한 글로벌 가수로 활약 중인 아이돌 보이 그룹’이란 가상의 세계관을 장착한 매드몬스터의 존재엔 의심스러운 필터가 쓰여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들의 존재와 세계관을 즐긴다. 중요한 것은 세계관이다. K/DA의 객원 멤버 세라핀이 스포티파이에 실제로 자작곡을 발표하고, 300만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를 거느린 패션 인플루언서 ‘릴 미켈라’가 BLM 운동 지지 선언을 하게 된 경위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온라인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며 현실감이 둔해지고, ‘부캐’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문화가 융성하며 버추얼 문화의 전망은 점점 더 밝아진다. Z세대와 알파 세대는 이런 환경에서 서식하며 가상 인간을 아이돌로 선망하거나 가까운 친구로 받아들이면서 감정을 나누는 새로운 인류로 진화 중이다.
- 고찬수 〈인공지능 콘텐츠 혁명〉 저자, 유튜브 채널 ‘고찬수TV’ 운영자
 
 

XR

가상현실 부스터
가상세계에서 불가능의 영역은 점점 더 줄어드는 반면 순수한 신체의 한계는 여전하다. 이 간극을 좁히려는 우리에겐 어쩌면 영원히 물리적 장치의 도움이 필요할지 모른다. 기술적 관점에서 이미 몇몇 영화가 가상세계 체험을 도와줄 특수장치의 면면을 꽤 정확하게 묘사한 바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속 주인공은 빈민가 컨테이너 박스에서 생활하지만 가상현실에서 ‘절친’도 만들고, 함께 모험을 즐기며 충분히 만족스럽게 살아간다. 진짜 현실을 잊게 할 정도로 높은 몰입감은 시야를 말도 안 되게 확장시키고, 가상 감각을 진짜로 느끼게 하는 VR 헤드셋과 수트의 도움으로 가능해진다. 영화 〈킹스맨〉에 등장하는 독립 정보기관 요원들의 회의 모습은 재택 근무가 일상화된 우리들에게도 익숙한 미래로 다가온다. 이들은 AR 안경을 쓰고 증강현실을 통해 전 세계 요원과 홀로그램으로 만나며 공간의 제약을 가뿐히 뛰어넘는다.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HR(홀로그램)은 모두 메타버스라는 똑같은 세상을 조준하고 있다는 점에서 요즘은 이를 아울러 XR, 즉 가상융합기술(eXtended Reality, 실감기술)이라 부른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새로운 시대를 열었듯이 XR은 메타버스를 일상적 문화로 끌어들일 핵심 기술로 기대를 모으는 중. 당연히 더욱 정교한 XR 기기를 만들기 위한 거대 IT 기업들의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VR 기기로는 페이스북에서 개발한 ‘오큘러스 퀘스트 2’가 가장 뛰어난 역작으로 평가받으며 국내에서도 올해 초 출시되자마자 완판됐다. 64GB 기본 모델 기준 가격은 41만4000원. 기기 무게는 503g으로 애플에서 최근 출시한 무선 헤드폰 ‘에어팟 맥스(386g)’보다 약간 더 무거울 뿐이다. 불과 몇 년 전 출시된 VR 기기에서 느껴지던 부자연스러운 무빙이나 오래 쓰고 있었을 때의 어지러움, 눈의 피로까지 대폭 줄어든 상태에서 200여 개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한편 현실과의 자연스러운 연결성이 중요한 AR 기기를 개발하는 일은 더디지만 세심하게 진척 중이다. 구글은 시야에서 메시지와 이메일, 전화 기능을 띄워 18시간 동안 연속으로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 글라스를 개발한 ‘노스’를 1년 전에 인수했다. 호평 일색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2’는 정교한 홀로그램 기술을 앞세웠다. 특수한 화면은 눈앞에 보이는 풍경을 3차원 도면으로 정확히 인식하며 홀로그램에 손을 갖다 대면 실제 물체처럼 반응한다. 화면을 줄였다 키우거나 악기 연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약 500만 원대의 가격으로 일반 소비자보다 주로 의료와 교육, 산업 부문의 기업에서 쓰인다. 이 외에도 이탈리아 안경 업체 룩소티카와 손잡은 페이스북, 스포츠 고글 형태의 AR 글라스를 준비 중인 애플, 평소에는 일반 선글라스로 착용할 수 있는 AR 기기를 개발 중인 삼성까지 차세대 스마트폰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측되는 AR 기기를 둘러싼 영역 다툼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한 컨설팅 기업에 따르면 XR 시장 규모는 2019년 약 5조600억 원에서 2030년엔 1719조 원까지 불어날 전망. 옥상에서 도넛을 줍는 VR 게임과 눈앞의 횡단보도에 나타난 포켓몬을 잡던 ‘포켓몬 GO’ 정도가 일상에서 XR의 비전을 확인할 수 있는 소소한 기회였을 뿐. 초거대 기업이 XR 개발을 위해 앞다투어 뛰어든 201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삶의 방식을 통째로 바꿀 만한 혁신적 성과는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모두가 XR 기기를 착용한 채 가상세계를 뛰노는 메타버스 시대가 오면 우리는 곧바로 깨닫게 될 것이다. 한계란 없어 보이는 이 세상을 위해 내로라하는 전 세계 기업이 그토록 사활을 걸었다는 것을. 그리고 신대륙을 개척한 자의 이름은 시간이 흐를수록 빛날 것이다.
- 홍성용 〈매일경제〉 기자, 〈네이버 VS 카카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