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마인’의 이상한 여성 캐릭터 활용법 ①

최종회까지 '마인'이 아닌 '마더'로 일관할까?

BY라효진2021.06.25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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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미경 작가가 선보이는 2년 만의 복귀작 tvN '마인'은 처음부터 '뭔가 있을 것 같은', '뭔가 있어 보이는' 느낌의 드라마였습니다. 상류층의 추악한 이면을 다루겠다고 나서는 작품들이 흔해졌지만, 다수가 '비판을 위한 비판'에 지나지 않거나 막연한 재벌가 모습을 전시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했죠. 그중에서도 '마인'의 지향점이 '여성'이었다는 건 남달랐습니다. 오늘날 이 시점에도 부계 세습이 공공연히 이뤄지는 재벌가가 배경이지만 주인공은 며느리들이라는 점이 신선했죠. 배우 이보영, 김서형 투톱의 연기는 물론 돈 냄새가 확 끼쳐 오는 배경까지, 적어도 시청자들의 눈을 만족하게 할 드라마임이 확실했어요.
 
드라마는 처음부터 전혀 다른 성격의 두 여성, 서희수(이보영)와 정서현(김서형)을 대비하듯 보여주며 이들이 어떻게 합심해서 재벌가 효원그룹 내부의 부조리를 극복할 수 있을지를 보여주려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작가가 꺼낸 카드는 효원가(家) 저택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이었죠. 백미경 작가의 대표작 '품위있는 그녀'와 몹시 닮은 설정이기도 해요.
 
안타깝게도 '마인'은 '품위있는 그녀'의 자기복제 수준이 아닌 하위 호환 버전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애초 박복자(김선아)의 죽음으로 시작한 '품위있는 그녀'는 박복자를 화자로 내세우며 '욕망'이라는 거대한 화두를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균등한 힘으로 끌고 나갔죠. 극 중 모두의 동경을 받는 우아진(김희선)과 박복자의 갈등 전개도 호평을 받았습니다. 두 여성이 재벌가에 들어왔다가 나가는 과정의 각기 다른 치열함과 그 대비는 드라마적 미덕을 획득하기 충분했죠. 그래서 종영한 지 4년이 지난 지금도 '여성 투톱' 작품의 좋은 예시로 남아있어요.기대 속에 '마인'의 예쁜 포장을 뜯기 시작했는데, 도무지 알맹이가 나오지 않습니다. 장엄하기까지 한 재벌가의 압도적 비주얼과 배우들의 불꽃 연기가 멱살을 잡고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이 드라마가 시작부터 전면에 내세웠던 '여성', 여성 캐릭터 활용법이 어딘가 이상합니다.
 
먼저 주인공 서희수는 뛰어난 연기력을 자랑하는 배우지만 재벌과 결혼한 후 연예계를 떠난 인물입니다. 효원가 저택의 거대함에 짓눌리지 않는 당당함으로 초반부터 시원한 전개를 기대하게 했던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모성애' 이외에는 자신의 행동 근거를 제시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서희수 본연의 욕망은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의붓아들 한하준(정현준)에게 놀라운 집착을 보입니다. 그 정도로 모성애가 컸다면 입주 튜터 강자경(옥자연)을 들이지 않아도 됐을텐데 말입니다.
 
 
그럼 한하준의 친엄마임을 숨기고 튜터 자격으로 효원가 저택에 입성한 강자경(옥자연)은 어떨까요? 사실 '마인'은 서희수가 자꾸 선을 넘는 강자경(옥자연)을 해고했으면 4화를 넘기지 못하고 끝났을 이야기입니다. 강자경은효원가에 들어오자마자 서희수의 드레스를 훔쳐 입고 거실에서 춤을 추고, 한하준이 동급생에게 맞고 들어오자 그 아이 엄마를 찾아가 따귀를 때리는 기이한 행동을 합니다. 하지만 서희수는 강자경을 내보내지 않습니다. 보는 이들이 '아, 이 여자가 모든 미스터리의 핵심이겠구나'라고 예측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죠.
 
그러나 강자경은 그저 한지용의 내연녀에 불과했습니다. 김이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진 후 정서현주도 하에강자경은효원가에서 쫓겨나지만, 서희수는 한지용에게 복수하겠다며 강자경을 다시 불러들입니다. 아들이 애틋해서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 된 채로 살아가다 효원가로 돌아온 강자경은 갑자기 서희수와 함께 한지용에게 복수하겠다며 한하준을 계모에게 보내줍니다. 서희수가 갑자기 "난 하준이 지켜야 돼"를 유행어 수준으로 매회 읊조리는 걸 볼 때처럼, 강자경의 모성 역시 이해하기 힘든 건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의 모성애란 '탈부착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마인'의 이상한 여성 캐릭터 활용법 ②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