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영화 ‘새벽의 Tango’로 김효은 감독이 말하고 싶은 것

김효은 감독은 관계 이후에도 남아 있는 감정을 바라본다. 쉽게 끊어지지 않는 마음, 그 경계에 머무는 시간이 이 영화의 시작점이다.

프로필 by 박찬 2026.04.08

4월 22일 개봉하는 ‘새벽의 Tango’는 믿었던 친구의 배신으로 상처를 입은 ‘지원’의 이야기를 그린다. 믿음 뒤에 남겨진 감정과 책임을 홀로 감내하던 그가 룸메이트 주희와의 관계를 통해 조금씩 변해가는 이 이야기의 시작점이 궁금하다
늘 하나의 이미지에서 출발해 이야기를 확장해 나가는 편이다. 이번에는 관계로부터 한 발 물러나 있는 인물의 상황이 먼저 떠올랐다. 그리고 그 이미지는 새벽 직전, 공원을 빠져나오는 지원의 뒷모습으로 구체화됐다. 이 영화에서 지원의 가장 큰 목표는 ‘누구와도 관계를 맺지 않는 것’인데, 끊임없이 다가오는 주희와 의도치 않게 맡게 된 ‘조장’이라는 역할을 통해 점차 책임의 구조 안으로 끌려 들어가게 된다. 특히 주희라는 존재로 인해 끊임없이 흔들리고 변화하는 지원, 아울러 그 변화를 거부하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지원은 타인과 거리를 두고 싶지만 완전히 끊어내지 못한다. 이 캐릭터를 통해 그리려는 감정의 핵심은
지원은 너무 두꺼운 갑옷을 입어 자신조차도 그 안을 들여다보지 못하는 인물이다. 이전의 경험을 통해 관계를 일종의 ‘위험’으로 인식하게 되고, 누군가 다가올수록 더 밀어내게 되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완전히 끊어내지 못한 채 그 경계에 머무는 상태, 그 모순적인 감정이 이 인물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칼라리스 재킷과 셔츠, 이어링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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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개인적 경험이 이 이야기에 영향을 미쳤을까
그렇다. 무작정 가까이 다가갔다가 오히려 멀어지거나, 믿었던 사람에게 이용당했던 경험이 떠올랐다. 그로 인해 끊고 싶었지만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하게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서 이 영화는 관계가 무너진 이후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 시간을 어떻게 버티고 지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감독 자신의 일부가 투영된 지점도 있었나
나 역시 감정을 바로 드러내기보다 안으로 쌓아두는 편이라, 그런 태도가 지원에게 자연스럽게 들어간 것 같다. 동시에 내가 하지 못하는 선택이나 태도를 해내는 모습에 일종의 로망도 투영돼 있다. 그래서 더 애정이 갔고, 그만큼 지원에게 좀 더 혹독한 순간을 겪게 하고 싶었다. 그런 과정에서 결국 자기만의 균형을 찾아가길 바랐다. 지원이라는 인물에 애정이 갔던 순간은 울적해 보이는 주희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서툰 스텝을 밟는 장면이었다. 어설프지만 누군가를 위해 애쓰는 마음이 계산 없이 드러나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지원에게 있어 가장 혹독한 순간은, 결국 소중한 존재의 상실을 경험하는 장면이었다. 누군가를 끝까지 밀어내려 했던 태도가 결과적으로 되돌아오는, 일종의 대가처럼 작용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중요한 매개로 등장하는 ‘탱고’ 역시 소통을 상징하는 요소처럼 느껴진다. 이 춤을 선택한 이유는
우선 ‘탱고’가 아니라 ‘땅고’로 정정하고 싶다. 이 작품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시작된 오리지널 ‘땅고’이기 때문이다. 초기의 땅고는 무대 위 퍼포먼스가 아니라, 타지에서 모인 사람들이 서로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가슴을 맞대고 ‘함께 걷는’ 춤이었고, 즉흥적으로 상대의 움직임에 반응하며 호흡을 맞춘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러한 즉흥성과 관계의 리듬이 영화에서 그리고자 했던 관계의 모습과 닮아 있다고 느꼈다.


4월 22일 개봉하는 ‘새벽의 Tango’ 작품 표지.

4월 22일 개봉하는 ‘새벽의 Tango’ 작품 표지.


이전 단편들 ‘흔적’, ‘거북이가 죽었다’에서는 감정을 홀로 견디다 무너지는 인물이 많았다면, 이번 첫 장편 작품에서는 인물의 특성이 더 확장된 듯하다. 스스로 달라졌다고 느낀 지점이 있다면
단편 작업을 할 때는 감정을 혼자 끌어안다가 결국 무너지는 인물이 많았다. 당시의 내 상태와 많이 닮아 있었고, 감정을 버티는 개인의 시간에 집중했었다. 그런데 그 이후의 시간을 지나면서, 결국 그 감정이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계속 흔들리고 이어진다는 걸 느꼈다. 이번에는 혼자 무너지지 않고 관계 안에서 버티는 것으로 시선이 옮겨간 것 같다.


지원과 주희를 연기한 배우 이연과 권소현과의 작업 과정도 궁금하다
이연 배우는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시선과 호흡 같은 미세한 변화만으로 인물의 상태를 전달하는 힘이 있는 배우다. 특히 클로즈업에서 작은 흔들림이나 시선의 변화만으로도 장면의 밀도를 끌어올리는 지점이 인상적이었고, 그로 인해 인물이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그래서 감정을 설명하기보다는 상황과 상태를 공유하고, 배우가 만들어내는 결을 믿고 따라가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배우 이연을 기록한 ‘새벽의 Tango’ 스틸 이미지.

배우 이연을 기록한 ‘새벽의 Tango’ 스틸 이미지.


앞으로도 관계와 감정의 결을 다루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계속 이어질 것 같다. 다만 이전에는 개인의 내면에 집중했다면, 이번 작업을 통해 그 감정이 인간 사이에서 어떻게 흔들리고 변형되는지에 더 큰 흥미를 느끼게 됐다. 이런 관계를 개인 문제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와 개인의 관계로 확장해나가고 싶다. 같은 주제를 다루더라도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변주해 나갈 계획이다.


이 작품을 통해 관객이 자신의 어떤 순간을 떠올리길 바라나
관객이 각자 자신이 지나온 관계의 한순간을 떠올리길 바란다. 꼭 특별한 사건이 아니더라도, 관계 속에서 멀어지거나, 버티거나 혹은 쉽게 끊어내지 못했던 시간에 대해서. 그 순간을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고, 그 안에서 조금은 덜 혼자인 느낌을 받았으면 한다. 각자의 방식 안에서 영화의 주제를 어떻게 이어 갈 수 있을지, 조심스럽게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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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박찬
  • 사진가 장기평
  • 스타일리스트 이경은
  • 헤어 & 메이크업 아티스트 최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