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해보다 일찍부터 푹푹 찌고 비도 많은 초여름, 오랜 사회적 거리 두기에 지친 사람들 옷차림은 이미 바다로 산으로 훨훨 날아갔다. ‘집콕’에 어울리는 라운지 웨어가 대세였던 것도 잠시, 이젠 몸은 도시여도 마음은 휴가지로 전송하는 리조트웨어가 그렇다.
일찍이 라벤더 들판에서 컬렉션을 했던 자크 뮈스가 파리 교외 밀밭을 2021 S/S 컬렉션 무대로 선택한 걸 필두로, 생로랑은 북아프리카를 표방한 사막에서, 샤넬은 2022 크루즈 컬렉션을 프로방스 채석장에서 열었다. 자연, 민속 문화에서 영감을 얻은 편안하면서도 풍요로운 스타일이 부상한 건 자연스러운 수순 아닐까? 생로랑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안토니바카렐로(Anthony Vaccarello)는 이것을
‘도피주의’로 명명했다.
농산 폐기물을 활용해 최소한의 에너지로 염색한 얼스 다이 컬렉션은 가격미정, lululemon.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리라.”라는 성경 구절처럼, DNA에 새겨진 무언의 기억으로 광활한 대지를 바라보면 마음이 평온해지면서 영원한 고향 같은 느낌을 받곤 한다. 보통 가을에 유행하는 흙과 돌에서 연상되는 톤이 초여름부터 도시에서 환영받고 있다. 브라운을 말하는 건가 싶겠지만 어스 컬러는 의외로 방대하다. 케냐 초원의 붉은 진흙일 수도, 고비 사막의 햇볕에 달아오른 모래색일 수도, 남프랑스 석회암 지대처럼 흰빛에 가까울 수도 있다. 이탈리아 롬바르디아 지방의 돌들은 심지어 초록빛이 난다. 그러니 편견에 구애받지 말고 본인 고유 톤에 맞는
어스 컬러-웜 톤이면 노란 기가 많은 컬러, 쿨 톤이면 노란 기가 적은 컬러-를 주조 색으로 선택하면 된다. 한 가지 놓치기 쉬운 점은 컬러의 진하기. 피부, 눈동자 등이 밝거나 부드러운 사람은 옷, 소품도 흐릿한 톤이 잘 어울린다. 반대 경우는 진한 톤. 상의나 스카프, 모자처럼 얼굴 근처에 둘 아이템은 특히나 잘 어울리는 컬러, 톤으로 하는 게 좋다.
어스 컬러들은 대지에서 수많은 동식물이 자라듯 어떤 색과도 궁합이 좋다. 특히 잘 어울리는 건 눈부신 하늘이나 바다 같은 블루 계열, 초목이 떠오르는 그린 계열이다.
손뜨개 느낌 소재 유행이 더 소박하고
민속적인 크로셰, 메시로 번졌다. 레이스 역시 고도의 테크닉을 요하지 않는 단순한 자연 패턴이 주류. 길게 늘어지는 베스트, 드레스, 상·하의 세트 등으로 ‘70-’80년대 레트로풍을 내는 게 오히려 세련된 선택이다. 이들 소재 니트는 신축성이 매우 크고 패턴의 착시 효과도 있어서 몸의 볼륨감을 더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즉, 튀어나온 곳은 더 튀어나와, 들어간 곳은 더 들어가 보인다. 잘 이용하면 뜻밖에 다이어트 없이 S라인을 살릴 수 있지만, 너무 마른 사람은 피하는 게 좋다. 빳빳한 레이스 직물 소재라면 그런 염려는 없다. 수선이 거의 불가능해서 길이는 확인하고 사야 한다.
「 자연에서 온 원시적 주얼리로 노스탤지어를
」 공작새 깃털에서 영감 받은 다이아몬드와 화이트 골드 소재 ‘플림 드 펑’ 이어링과 반지는 가격미정, Boucheron.
수공예가 공예의 전부이던 시대, 세계의 수많은 민속 문화는 색이 예쁜 돌, 두들긴 금속, 나무, 동물 뼈 등 자연에서 얻은 소재만으로 정체성을 드러내기도, 부를 과시하기도 했다. 그런
원시적 주얼리가 더 현대적 느낌이 날 때가 있다. 아주 단순한 셔츠, 티셔츠에도, 스마트 워치에 이런 주얼리는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하이주얼리 브랜드들에도 일부러 세공해서 자연물 형태를 모방한 것들이 눈에 띈다. 대담한 형태라 단 하나만 또는 더 작고 단순한 디자인 제품들과 겹쳐 하기에 좋다. 볼륨감이 크니 본인 체구에 맞는지 확인한다. 온라인으로 잘못 사면 터무니없이 큰 것도 종종 있다.
라피아를 패브릭처럼 짜 러플을 만든 러플 벌룬 백은 1백9십만원, Loewe.
말 그대로 한 땀, 한 땀 손으로 꼬거나 짜서 만드는 소품들은 한여름 휴양지 전유물이 아니다. 요즘처럼 자외선 강할 때 챙 넓은 모자, 꼬임이 신축성 있어 편한 신발 등 평소에도 도시에서 얼마든 즐길 수 있는 패션이다.
식물 섬유 소재론
라피아 야자 섬유, 이레카 야자 섬유가 가장 대중적이며 튼튼한데 섬세하게 만든 제품은 관리만 잘하면 평생 쓸 수 있고 돌돌 말아 휴대도 가능하다. 밀짚은 속이 비어 있어 쿠션감이 좋고 따뜻했지만 물에 약하고 쉽게 풀리는 편, 삼(대마)은 거칠고 질겨서 신발 밑창이나 가방끈으로 주로 쓰인다. 종이도 지사라고 해서 실처럼 만들어 얼마든 짜거나 꼴 수 있다. 원래는 방수가 안 되지만 가공하기에 따라 어느 정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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