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앨범 〈Every Letter I Sent You〉의 주어는 ‘나’였던 반면 이번 앨범 〈tellusboutyourself〉의 주어는 ‘너’다. 앨범에 담고 싶었던 이야기는 ‘너에 대해 말해 봐’에서 ‘너’는 사실 내 안의 수많은 자아를 지칭한다. 14개의 수록곡을 백예린의 14가지 성격이라 봐도 무방한 이유다. 지난 앨범이 큰 사랑을 받아 행복했지만 너무 오래전에 써둔 곡을 발표한 거라 지금의 나를 보여줄 수 없다는 아쉬움이 항상 있었다. 하지만 이번 앨범은 지금의 나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정말 ‘나’만 생각하고 만든 앨범이랄까.
R&B, 딥 하우스, 신스 팝, 모던 록…. 다양한 장르로 채워져 있어 들으면 귀가 풍성해지는 느낌이다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으며 작업했기 때문일 거다. 전곡 작곡·작사 외에 특히 편곡 과정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작업 과정에서 아예 새로운 곡이 탄생한 것이나 다름없는 ‘Homesweethome’을 통해 편곡의 중요성을 제대로 느꼈다.
가장 반응이 기대되는 곡은 새로운 모습이 담긴 두 타이틀곡에 대한 반응이 제일 궁금하다. ‘0415’는 처음 만들어본 딥 하우스 장르의 곡이라 팬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기대되고, ‘Hate you’는 인생에서 이렇게까지 욕설을 많이 해본 적 있나 싶을 정도로 격정적인 감정이 담긴 곡이라 다른 의미로 기대된다(웃음). 그와 별개로 ‘I’m in love’는 가능하면 많은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은 곡이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여러 가지 모양 중에서 가장 순수한 마음만 골라 담았다.
이번 앨범 역시 전부 영어 가사로 채워졌다. 가장 강조하고 싶은 단어는 다섯 번째 트랙 ‘Ms. Delicate’에 ‘포기하는 건 네 잘못이 아니라고 말했지(Forsaking us could never be your fault, you said)’라는 가사를 썼다. ‘책임져야 할 대상을 저버리다’란 뜻의 ‘Forsake’란 단어를 이 기회에 처음으로 알게 됐는데 대체할 만한 한국어가 없는 것 같아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앨범 준비 외에 평소 일상은 어떻게 흘러가는지 집과 작업실만 오가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최근 전문 심리상담을 시작했는데, 확실히 마음이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어 좋다. 처음으로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한 이번 앨범 커버도 좀 더 당당해진 모습이 느껴져 마음에 든다.
코로나 시대에 겪은 인식의 전환이나 깨달음이 있나 음악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하게 됐다. 힘든 상황에서도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건 오직 음악이라 믿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작업물을 발표하고 언택트 공연을 펼치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아티스트를 정말 ‘리스펙’한다.
‘백예린 스타일’은 언제나 화제의 중심이 된다. 최근 꽂힌 아이템은 페이크 퍼가 달린 코트! 보는 족족 사고 있다.
새해에 갖는 나만의 의식이나 루틴이 있다면 함께 음악을 만드는 동료들, 연주자분들, 친구들 그리고 가족에게 신년맞이 ‘고기’를 보낸다. “올해도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