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이트 레더 블루종과 브이넥 티셔츠는 모두 Tom Ford. 돌고래 펜던트 네크리스는 Wooyoungmi.

블랙 실크 타이 셔츠와 팬츠는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갑작스럽게 입대 소식을 들었어요. 좀 더 특별한 만남이 됐네요 네네. 이게 마지막 스케줄이에요. 입대 전에 좀 놀고 싶기도 하고, 사람들 만나면서 맛있는 것도 먹고 싶었는데, 오늘을 위해 많이 참았어요. 20대의 마지막을 담은, 평생 남을지 모를 화보이니 최상의 컨디션으로 임하고 싶어서요.
D데이 3일 전. 지금 기분이 어떤가요정말 여러 감정이 오가요. 항상 오늘을 잊지 않으려 일기도 쓰고 하루하루 머리에 기억하려는 편인데, 군대는 많은 것을 떠올리게 하는 것 같아요.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나한테 정말 소중한 사람이 누구인지…. 참 많은 생각이 들어요.
〈더 킹: 영원의 군주〉가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이 됐어요. 이번 작품, 본인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나요 지금 생각해 보면 1인 2역이라 다행이었어요. 한 작품에서 두 모습을 보여준 덕분에 팬들에게는 두 작품을 한 것 같은 느낌도 들 테니까. 너무 좋은 배우들, 스태프들과 함께했던 작품이라 천군만마를 얻고 군대에 가는 것 같아요.
조영과 조은섭, 서로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어려웠을 것 같은데 어려웠어요. 한 날에 두 명을 연기할 때도 있었고, 영이를 했다가 은섭이를 했다가 다시 영이가 돼야 하는 날도 있었어요. 머리를 감고 세팅을 다시 하느라 우리 스태프도 고생했지요. 은섭이가 되려면 일단 시작점부터 텐션을 올려야 해요. 영이로 변신할 때는 최대한 차분해지려 했고요. 저 스스로 둘의 차이를 만드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물론 쉽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1인 2역이 한 화면에 담길 때 가장 어렵고도 가장 재미있었어요. 눈높이부터 리액션 하나하나 다 계산해야 했으니까.
특히 조은섭은 배우 우도환의 새로운 면모를 드러낸 캐릭터였어요. 사투리를 쓰고 유쾌 발랄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건 어땠나요 저랑 친한 사람들은 다 알아요. 제가 은섭인 걸(웃음). 제가 진중한 캐릭터를 많이 해서 대중의 눈에는 영이에 더 가까웠겠지만. 덕분에 이번에 좀 새롭게 보였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연기하면서 새롭더라고요. 항상 해보고 싶은 역할이었는데, 드디어 보여드릴 수 있게 됐어요. 김은숙 작가님이 제 안에 있는 모습을 발견해 주시고 생동감 있게 써주신 것 같아요.
누구나 자기 안에 서로 다른 면모가 있기 마련이죠. 실제 우도환이 지닌 가장 상충되는 점은 뭐라고 생각해요 사적인 자리에서 누군가를 만나면, 보는 거랑 다르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예를 들어 사람들은 항상 제가 술을 좋아할 것 같다고 해요. 그런데 진짜 안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이번 작품으로 눈치챈 분들도 있겠지만 정말 개구쟁이입니다.
또 한 가지, 의외로 눈물이 많다면서요. 〈나의 나라〉 때 만난 양세종 배우가 귀띔해 줬어요. 마지막 촬영 때 그렇게 울었다고요 모든 감정을 좀 크게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연기할 때도 기술적으로 할 수 있는 능력치가 아직은 부족해서 최대한 역할과 감정에 집중하려 해요. 안 그래도 세종이한테 연락이 왔어요. 저보다 먼저 군대에 가 있으니까, 이것저것 많이 알려줬어요. 서로 고마운 사이예요. 최고의 파트너였고.
만일 드라마처럼 평행 우주가 존재한다면, 과거 본인이 내린 다른 선택의 결과를 볼 수 있다면 뭐가 가장 궁금한가요 배우를 안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이요. 〈더 킹: 영원의 군주〉에서도 양쪽 세계 사람들의 직업이 많이 바뀌었잖아요. 과연 나는 뭘 했을까 하는 게 제일 궁금한 것 같아요. 뭘 하는지에 따라서 지금 결혼을 했을 수도 있고, 삶의 모습도 많이 달라졌을 테니.

레더 블루종과 브이넥 티셔츠는 모두 Tom Ford. 네크리스는 Wooyoungmi.


크림 블라우스와 팬츠는 모두 Celine.

베이비 핑크 니트와 블랙 팬츠는 모두 Balenciaga. 빅 사이즈의 보스턴백은 Hermès.
이번 생에서는 배우의 길을 선택했고 9년이 흘렀어요. 아쉬움 없는 시간이었나요 20대 초중반, 일이 없을 때는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어요. 하루하루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하면서, 매일 기다림의 연속이었죠. 그리고 찾아온 절반의 시간은 정말 정신없이 후딱 흘렀어요. 행복한 시간은 원래 빨리 지나가는 것 같아요. 군대 첫 휴가가 3초라고 말하는 것처럼(웃음). 물론 어떤 분들에 비하면 무명 기간이 길었다고 말할 수 없지만, 나름대로 간절히 기다렸던 시간이 있었고, 그래서 만난 기회였어요. 처음부터 일이 잘 풀린 게 아니기 때문에 더욱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이렇게 많은 분들의 응원 속에 입대한다는 게.
액션, 스릴러, 사극, 로맨스 등 서로 다른 장르의 필모그래피에서 곱씹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정말 다 다른 캐릭터였고, 매 작품이 도전이었어요.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20대에 이렇게 많은 도전을 할 수 있었던 것이. 드라마 〈위대한 유혹자〉 같은 경우는 신인상을 받고 난 뒤 첫 작품이었기 때문에 부담감이 컸어요. 첫 주연이라는 중압감도 있었고요. 당시는 지금보다 경험이 더 없었기 때문에 현장이 되게 어려웠어요.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지 돌파구를 찾으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이때 배우고 느낀 것을 토대로 영화 두 편을 하고 드라마 〈나의 나라〉를 찍을 때, 현장에서 스스로 뭔가 달라졌다고 느꼈어요. 어쩌면 배우라는 직업을 즐기면서 할 수 있겠다는 기분이 들었죠. 화면에 보이는 모습은 한정적이겠지만 카메라 뒤에서의 나는 좀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그간 우리가 잘 모르는, 힘들었던 순간이나 혼자만의 고민도 있었을까요 모든 젊은 남자배우, 남자 연예인의 중대한 고민 중 하나일 거예요. 저 역시 항상 마음속에 군입대가 자리 잡고 있었어요. 그게 가장 큰 고민이자 압박감 중 하나였죠. 일이 잘 안 풀릴 때는 ‘내년에 갈까’ 생각했다가 ‘스물다섯 살에는 꼭 가야지’ 했더니 딱 스물다섯 살 1월에 〈마스터〉에 캐스팅됐어요. 그리고 여기까지 온 거죠. 친구들이 하나둘 입대하고 제대하는 동안, 10년 가까이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군대가 어떤 곳인지 글로 배운 느낌이에요. 드디어 가서 직접 몸으로 배울 때가 왔어요.
스물아홉. 우도환의 20대 청춘은 어땠나요? 잘 보낸 것 같나요 (잠시 멈췄다가) 잘 보낸 것 같아요. 이 질문이 어쩐지 묵직하게 다가오네요. 많은 사람을 만났고, 그중에는 저한테 상처를 준 사람도, 저 때문에 상처를 받은 사람도 있을 테고,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사랑받기도 하고…. 20대를 잘 살았냐는 질문에 절대 ‘아니요’라고 말하고 싶지 않아요. 설령 내가 그러지 못한 적 있더라도 후회의 마음을 남기고 싶지 않습니다.
툭 던진 질문이었는데, 목이 메고 말았네요 사실 나이란 게 숫자일 뿐인데, 입대를 앞둬서 그런지 더 감정적으로 다가오는 듯해요. 지난해부터 저희 매니저 형한테 계속 물어봤어요. 30대 되면 어때? 계속 물어봤는데 별다를 게 없다는 거예요. 다른 형한테 물어도 비슷한 대답인데, 제 입장에서는 그러면 아쉬울 것 같아요. 돌아왔을 때 뭔가 달라져 있으면 좋겠거든요.
군에서의 시간, 어떤 경험이 되길 바라나요 배우 우도환이 아닌, 그냥 나로서 다른 사람을 만나고 대하는 게 솔직히 기억이 잘 안 나긴 해요. 그러나 지금도 친구들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예전의 내가 되는 것처럼 그 안에서 또 친구가 생기겠죠. 걱정보단 기대를 많이 하고 있어요. 어린 시절부터 군인에 대한 로망이 좀 있었어요. 무언가를 지킨다는 게 너무 멋있는 것 같아요. 다시 오지 않을 시간, 열심히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요. 그리고 돌아왔을 때 조금이라도 더 어른스럽고 멋있어지면 좋겠어요. 그때 거울에 비친 제 얼굴이 어떨지 너무 궁금해요.
배우 우도환의 20대 기록을 묶어 필름으로 만든다면, 엔딩 컷은 뭐가 좋을까요 행복하게 웃고 있는 장면이면 좋겠어요. 그런데 작품 속에서 제가 웃은 적이 별로 없어서. 〈더 킹: 영원의 군주〉에서 은섭이가 동전 튕기는 장면이 있는데 그 정도? 동전 대신 ‘잘 가라 20대’ 이렇게(웃음).

밑단 스트링 디테일의 블랙 셔츠와 블루 수트, 슈즈는 모두 Bottega Veneta.

화이트 슬리브리스 톱과 네크리스는 모두 Hermè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