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

왓챠플레이의 두 여자, 그녀들의 콘텐츠 취향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 대표 주자, 왓챠플레이(이하 왓플). 지난해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해외 시리즈 <리틀 드러머 걸>의 독점 공개를 시작으로 왓플에서만 볼 수 있는 매력적인 콘텐츠가 늘어나고 있다. 세계 콘텐츠의 흐름과 유저들의 취향을 반영한 색다른 볼거리 뒤에는 이처럼 신명 나게 일하는 두 여성이 있다.

BYELLE2020.06.22
 
 서유리가 입은 민트 블라우스와 화이트 스커트는 모두 Centaur. 블랙 샌들은 Bershka. 전혜린이 입은 화이트 셔츠는 Massimo Dutti. 스카이블루 재킷은 Centaur. 와이드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서유리가 입은 민트 블라우스와 화이트 스커트는 모두 Centaur. 블랙 샌들은 Bershka. 전혜린이 입은 화이트 셔츠는 Massimo Dutti. 스카이블루 재킷은 Centaur. 와이드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다양성을 품은 취향 저격 콘텐츠 

 
요즘 사람들이 클릭하는 이야기, 보고 싶어 하는 콘텐츠를 다루는 4인의 여성을 만났다. 두 번째, 왓챠 콘텐츠 수급 매니저 전혜린 & DB 팀장 서유리.
 
올해 3월부터 ‘왓챠 익스클루시브’라는 이름으로 매달 독점 해외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이렇게 공개된 〈이어즈 & 이어즈〉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 콘텐츠 수급 원칙과 기준이 궁금하다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수급하는 게 기본으로, 우리에게 쌓여 있는 많은 왓챠 평가 데이터와 왓플 시청 데이터를 다각도로 분석해서 선정한다. 〈이어즈 & 이어즈〉는 세일즈 사를 통해 먼저 소개받기도 했고, 엠마 톰슨과 러셀 T. 데이비스라는 유명한 크리에이터가 만든 작품이어서 따로 팔로업하고 있었다. ‘과연 대중적일까?’라는 고민이 있었지만, 총선 이슈를 비롯해 시기적으로 잘 맞아떨어지고 왓챠가 추구하는 ‘다양성’에도 부합하는 콘텐츠라는 생각이 들었다. 
‘브렉시트’에서 시작하는 이야기인데, 사실 우리 중에 브렉시트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 그러나 개인 상황이 정치나 국제 정세와 무관하지 않다는 걸 사람들이 많이 느끼는 때이기도 하고, 넷플릭스에서 잘된 〈블랙 미러〉와도 통하는 면모가 있어서, 마케팅을 잘하면 충분히 어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 전에도 〈킬링 이브〉 〈체르노빌〉 등 ‘고퀄’의 화제성 있는 콘텐츠를 선점할 수 있었던 비결은 
첫째는 신작 리서치와 리뷰를 꾸준히 하는 건데, 신작 정보를 가장 빠르게 접하는 DB팀이 공유해주는 작품 정보와 CS팀 및 왓챠 SNS 채널로 들어오는 유저들의 요청이 큰 도움이 된다. 다양한 채널로 접수되는 작품들을 리뷰한 후 후보작을 선정해 세일즈 사에 연락한다. 두 번째, 왓챠는 평등한 의사소통을 지향하고 있으며 의사결정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진행된다. 큰 비용이 드는 게 아니면 실무진을 믿어주는 회사이기 때문에 수급 결정과 계약 협의가 담당자 선에서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최근 업데이트된 〈나의 눈부신 친구〉는 나폴리를 배경으로 두 여성의 평생 연대를 그린 작품이다. 부쩍 여성 서사 콘텐츠에 집중하는 느낌이다 
일단 세계 콘텐츠 업계 흐름이 여성 콘텐츠가 대세다. 여성 제작자들이 많이 투입되고, 그게 또 잘 팔리다 보니 자연히 자본이나 재능이 몰리는 추세다. 좋은 작품, 재미있는 작품을 찾다 보면 결국 도달하는 게 그쪽이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홍콩, 베를린 등 해외 콘텐츠 마켓을 다녀왔는데 확실히 여성 서사 콘텐츠와 여성 제작자가 만든 작품이 늘어난 걸 느낄 수 있었다. 수요 측면에선, 먼저 얘기했듯 왓플 유저 시청 데이터를 많이 참고하는데, 실제로 〈킬링 이브〉 〈빅 리틀 라이즈〉 〈아가씨〉 같은 콘텐츠가 꾸준히 소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5월 왓챠 익스클루시브로 선보일 〈와이 우먼 킬〉 또한 웰메이드 여성 작품이며 공개 준비 중인 다른 여성 서사 작품도 많으니 기대해 주길. 
 
왓챠에서 DB업무의 중요성은? 이를 통해 콘텐츠 속성에서 새롭게 파악하는 점이 있을까 
콘텐츠는 현재를 반영하려는 성향이 크기 때문에 소위 ‘세상 돌아가는 것’에 따른 흐름이 있다. 이를테면 지금 유럽에서는 난민 이슈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미국에서는 인종과 젠더 이슈가 자주 다뤄진다. DB 업무를 하다 보면 할리우드 빅 스튜디오 작품부터 마이너한 예술영화까지 살펴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 흐름을 파악할 수 있어 콘텐츠 리서치 단계에서 DB 업무가 커다란 축을 담당하고 있다. 또 홍보 자료를 업데이트하는 일을 하면서 마케팅 동향을 파악하고, 유저들이 남기는 평가를 보면서 소비 동향도 알 수 있어 결과적으로 어떤 콘텐츠와 마케팅 포인트가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지 어느 정도 가늠할수 있다. 왓챠는 영화, 드라마 콘텐츠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고, 해외 어떤 서비스를 봐도 이처럼 왜곡되지 않은 진심으로 하는 평가가 모인 곳은 얼마 안 될 거라고 생각한다. 
 
왓챠에서 일하는 건 어떤가? 왓챠만의 분위기나 기업 문화라면 
첫 번째로 꼽고 싶은 건 평등한 의사소통이다. 지금은 당연해졌지만, 입사 초기에는 너무 놀라웠다. 회사가 돌아가는 데 나 같은 인턴의 말이 수용된다는 게. ‘내가 여기 끼어들어도 되나’ 하는 고민 없이 누구나 어떤 말이든 할 수 있고, 다들 이를 들어주고 진지하게 고민해 준다. 첫 번째 왓플 독점 수입 작품이었던 〈리틀 드러머 걸〉 역시 ‘어디서 방송 안 하나, 우리가 가져와볼까’라고 던졌다가 사람들이 알음알음 관심을 가지면서 전사적인 프로젝트가 됐다. 
나 역시 이런 평등한 의사소통 구조가 커뮤니케이션의 비효율을 많이 줄여준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개개인을 믿어주는 기업 문화라 담당자에게 많은 권한이 주어진다. 내가 리딩할 수 있는 업무가 있으면 계속해서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개인의 성장이 회사의 성장과 일치한다는 게 가장 좋은 점이다. 이렇게 나를 믿어주는데, 내가 어떻게든 해봐야지 하는 마음을 조직 구성원 모두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슬랙’이라는 업무 협업 툴을 쓰고 있는데, 거기 보면 ‘제가 할게요’ ‘이렇게 해볼게요’라는 얘기가 많다. 
입사 당시 두 번에 걸쳐 긴 면접을 봤는데,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단순한 면접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집요하게 들여다보는 느낌을 받았다. 보통 회사에서는 조직에 얼마나 잘 맞춰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인가를 보지 않나. 이렇게까지 나를 궁금해하고 알아보려고 한다는 것, 그게 너무 감동적이었다. 
 
개인적으로 최근 인상 깊게 본 콘텐츠는 
넷플릭스에 있는 프랑스 코미디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를 재미있게 봤고, 왓플에서는 〈이어즈 & 이어즈〉 작가의 전작인 〈베리 잉글리시 스캔들〉을 찾아봤다. 영국에서 동성애가 금지되던 시절에 일어난 정치 스캔들로, 휴 그랜트와 벤 휘쇼가 나온다. 에세이나 소설도 즐겨 읽는다. 박상영 작가의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를 읽었는데, 되게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최근 가장 재미있게 본 것은 예술영화 플랫폼 ‘무비(MUBI)’에서 본 파블로 라라인 감독의 〈에마 Ema〉다. 여성이 새롭게 질서를 만드는 내용을 담은 전복적이고 완벽한 여성 서사 작품이다. 〈엘르〉 독자를 위한 왓플 추천작을 꼽자면 〈우리의 20세기〉. 아네트 베닝, 엘르 패닝, 그레타 거윅의 캐릭터와 연기가 일품인 작품이다. 
 
스트리밍 서비스나 콘텐츠 분야에서 눈여겨보고 있는 움직임 
넷플릭스에서 만든 한국 오리지널 〈인간수업〉을 나오자마자 보고 깜짝 놀랐다. 여러 면에서 방송용이 아니라 온라인 스트리밍 콘텐츠라면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새로운 레벨을 보여주는 작품 같다. 
지금까지는 주어진 시간에 방송사나 극장이 정해준 콘텐츠만 봤다면, 이제는 소비자가 콘텐츠를 직접 골라 보는 시대가 되면서 다양한 취향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것 같다. 과거 한국에선 잘 안 먹힐 거라 생각했던 것이 통하는 걸 보면서 사실 우리가 말하는 ‘대중’이란 것이 서서히 없어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사람들에게 넷플릭스 말고 왓챠플레이를 선택하라고 어떻게 설득하겠나 
사실 ‘넷플릭스 말고’라는 말은 적당하지 않다. 왓플을 같이 구독하면 여러분의 콘텐츠 소비 생활이 더 다양하고 풍부해질 거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다. 넷플릭스에만 있는 콘텐츠, 왓플에서만 볼 수 있는 콘텐츠가 서로 다르니까. 다만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시리즈를 공격적으로 내세운다면, 왓플은 말 그대로 개개인에게 맞는 콘텐츠를 꺼내주는 게 강점이다. 실제로 추천 알고리즘을 통한 콘텐츠 소비가 70% 넘게 나오는 걸로 안다. 
 
왓챠의 비전 그리고 본인이 나아가고 싶은 방향은 
왓챠의 비전은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콘텐츠를 연결해서 세상을 더욱 다양하게 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 콘텐츠 속성을 잘 담은 DB를 구축하는 게 목표고, 앞으로 더 늘어날 유저를 위해 데이터가 정교해져야 하는 부분도 있다. 이런 것들을 수행하면서 왓챠도 성장시키고 팀원들과 함께 성장하고 싶다. 
나 역시 왓챠의 비전과 일직선상에서 다양한 유저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콘텐츠를 수급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장기적으로 수급에 필요한 다양한 무기를 기르고 싶고, 이를 통해 더 정확하게 작품의 포지셔닝, 셀링 포인트, 타깃 유저를 분석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