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냉면이든 국수든 비빔면을 먹을 때는 반드시 만두가 있어야 한다. 오전 11시 30분부터 줄이 끊기지 않는 깡통 만두는 30여 년째 재동 헌법재판소 앞 좁은 골목을 지키는 맛집이다. 매일 아침 직접 뽑은 생면과 손수 다져 빚은 만두, 12시간 이상 우려낸 사골 육수를 기본으로 하는 진짜배기. 조랑 떡만둣국도 좋아하지만, 이 계절에는 만두 3개가 옵션으로 딸린 비빔국수를 시킨다. 세로로 길게 자른 육전, 열무김치, 절임 오이, 초절임 무를 고명으로 듬뿍 올린 비빔국수에 담백한 속이 꽉 찬 만두가 곁들어 나온다. 비빔국수의 명도 높은 새빨간 양념은 식욕을 돋우고 점잖게 맵다. 서울 종로구 북촌로2길 5-6, 02-794-4243

무뚝뚝한 붓글씨로 ‘수타 소바’라고 적은 간판, 전면 통창으로 자가제면하는 공간까지 훤히 들여다보이는 군더더기 없는 파사드, 날씨와 습도에 민감한 메밀로 한결같은 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메뉴판의 다짐에서 침착한 자신감과 겸손이 내비친다. 매일 아침 맷돌로 메밀 쌀을 갈아 반죽한 면은 밀가루 2, 메밀가루 8 비율의 동경식 메밀 면. ‘힘이 난다 육소바’, ‘위장 튼튼 마 소바’, ‘엄마 카레’ 등 귀여운 이름의 메뉴들 가운데 마 소바를 주문한다. 직접 우린 쯔유에 곱게 간 마를 넣은 소바 육수에 약간의 탄력을 지닌 투명한 먹색 소바면을 듬뿍 담근다. 육수와 면이 일체감 있게 섞이고 점성이 높아진 면발을 후루룩 들이켠다. 면 사리를 추가해 욕심껏 먹어도 서촌을 한 바퀴 돌고 나면 스무드하게 소화되는 가뿐함. 서울 종로구 옥인길 23-6

합정동 일대를 평정한 탕수육 강호 플로리다 반점. 기세등등한 튀김 옷, 단맛과 신맛이 조화로운 소스 코팅, ‘부먹’도 ‘찍먹’도 아닌 ‘볶먹’으로 유명한 탕수육은 무조건 시켜야 한다. 식사로는 중화 냉면. 해파리, 새우, 각종 채소 등의 고명이 푸짐하게 올라가 있고 고소하고 달콤한 땅콩버터로 마무리한 냉면은 꼬들꼬들한 면발에 깔끔한 육수가 특징. 중식 냉면의 강한 약재 향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플로리다 반점의 담백한 육수는 무리가 없다.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3길 56, 02-322-45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