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잘알'이라면 꼭 가야 할 셰프들의 단골 식당 15곳
셰프는 나를 위한 요리를 먹고 싶을 때 어디로 향할까. 15인의 요리사가 고른 단골 식당과 최애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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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리 고수들이 추천하는 단골 맛집 리스트
- 백반, 칼제비, 삼겹살부터 고등어 피자까지, 다양한 맛집 메뉴 총정리
옥동식, 돼지곰탕
2024년 겨울, 뉴욕에서 처음 경험했던 ‘옥동식’. 투명하고 깔끔한 맑은 국물이면서 깊이감이 느껴지는 돼지곰탕을 낸다. 인상적인 지점은 곰탕을 돼지고기로 만든다는 아이디어보다 곰탕이라는 장르를 새롭게 설계하기 위해 최적의 원재료와 조건을 찾고, 그에 맞는 레서피를 다시 구축했다는 점. 또 하나 흥미로운 사실은 뉴욕, 서울, 파리 지점 모두 방문해 보니 같은 레서피임에도 육수와 고기 맛이 미묘하게 달랐다. 원재료, 특히 돼지고기의 차이에서 오는 변화인데, 동일한 요리가 재료에 따라 얼마나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 메인 메뉴로 돼지곰탕 한 가지만 선보이는 식당이다. 한 입 뜰 때마다 찬으로 내는 고추지와 사이드 메뉴인 김치만두를 곁들여보시라. 나는 먼저 국물만 한 번 마셔보고, 고추지 없이 고기 한 점을 맛본 뒤, 고추지와 함께 다시 한 점 음미한다. 그런 다음 마지막으로 밥과 함께 전체를 겹겹이 쌓아 먹으며 한 그릇을 비운다. 각 요소를 단계적으로 지나가면 이 요리가 어떻게 설계돼 있는지 감각적으로 따라갈 수 있다. - ‘리츠 파리’ 박성호
새우, 오징어, 대구살을 혼합해 버터에 구운 뒤, 부추 아이올리와 영양부추로 마무리한 '봉비방'의 제철 플레이트. 매일 직접 만드는 천연 발효종 사워도우와 찰떡궁합이다.
봉비방, 사워도우 & 새우
주방에서 보내는 일상은 매 순간이 팽팽한 긴장의 연속이다. ‘봉비방’에선 긴장감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다. 화려한 기교를 앞세우기보다 본질에 집중한 음식, 유럽의 작은 도시로 훌쩍 여행을 떠나온 듯 해방감이 드는 공간, 스태프가 건네는 따뜻한 태도가 큰 위로가 된다. 녹사평의 자유로운 정취 속에 자리 잡은 봉비방의 첫인상은 강렬했다. 적당한 조도와 좋은 음악, 다채로운 내추럴 와인 리스트, 음식의 완성도까지 모든 요소가 완벽하게 균형을 이뤘다. 이곳에서 자주 주문하는 메뉴는 매일 직접 굽는 천연발효종 사워도우와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플레이트다. 셰프의 관점에서 빵은 단순한 곁들임이 아니라 그 레스토랑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가장 정직한 지표라고 생각한다. 봉비방의 사워도우는 기분 좋은 산미와 쫄깃한 질감이 발군이다. 어떤 요리와 곁들여도 맛을 해치지 않고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메뉴와 와인 리스트가 계절 흐름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하는 점 역시 내가 즐겨 찾는 이유다. 발효 미학이 담긴 사워도우를 기본으로 주문한 뒤, 그날의 제철 플레이트와 내추럴 와인은 셰프의 추천에 전적으로 맡겨볼 것! - ‘레귬’ 성시우
벙구갈비, 돼지갈비 & 냉면
‘정말 맛있는 돼지갈비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찾아가는 ‘벙구갈비’. 은평구에서는 꽤 유명한 맛집으로 돼지갈비의 정석을 보여준다. 이곳에 가면 늘 같은 조합으로 주문한다. 시작은 비빔냉면과 소금돼지갈비. 고기를 굽는 동안 비빔냉면의 새콤한 맛으로 입맛을 열고, 이어 양념갈비로 흐름을 이어간다. 식사의 마무리는 물냉면과 청국장이다. 고기의 선도와 양념의 균형은 절묘하고, 곁들임 음식은 이 절묘한 맛을 극대화해 준다. 특히 숯의 질이 좋아 고기 본연의 향이 또렷하게 살아난다. 냉면과 된장찌개, 청국장 등 곁들임 메뉴는 옛날식의 구수한 맛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요즘은 점점 사라져가는‘옛것의 맛’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푸짐하지만 부담 없는 가격 또한 이곳을 계속 찾게 만드는 이유다. 정겨운 숯불 냄새와 구수한 찌개 향, 항상 같은 자리에서 같은 표정으로 맞아주는 사람들 역시 이 집의 큰 매력. 덤으로 언젠가 사장님께서 어려운 어르신에게 음식을 나누는 일을 꾸준히 하고 계신다는 이야기도 접했다. 맛뿐 아니라 마음까지 오래 남는 따뜻한 식당. - ‘온지음’ 박성배
세스크 멘슬, 하몽 & 소시지
유난스러웠던 하루의 끝, 기댈 곳이 필요할 땐 성수동 ‘세스크 멘슬’에 간다. 이곳의 하몽이 스페인에서 먹었던 것과 가장 흡사하다. 스페인 유학 시절 인연을 맺은 형이 운영하고 있어 종종 개인적으로 ‘하몽 샌드위치’를 부탁한다. 바게트 혹은 치아바타 위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하몽과 그뤼에르 치즈를 얹은 메뉴다. 굳이 하몽만으로 승부하지 않고, 프로슈토와 1:1로 블렌딩해 향을 증폭시킨 뒤, 지방 농도와 감칠맛을 얹은 센스라니! 매장에서 직접 만드는 샤퀴테리 샌드위치도 맛있다. 파프리카가 들어간 샤퀴테리는 스팸 대신 밥에 싸 먹을 만큼 맛있고, 맥주나 위스키와의 궁합도 좋다. 세스크 멘슬에서 햄과 소시지를 잔뜩 사서 화덕 브레드나 피타 브레드에 크림치즈를 바르고, 모르타델라 같은 햄과 치즈를 얹으면 야식 한 상이 10분 만에 뚝딱 완성된다. 여기에 토마토를 올리브오일과 소금, 셰리 비니거로 가볍게 무치면 산미가 균형을 잡고, 바질 페스토를 찍어 먹으면 맛의 결이 바뀐다. 수제 소시지와 햄으로 부대찌개를 끓이면 한층 맛이 깊어지는데, 소시지 장인의 입장에서 이런 활용은 조금 못마땅할 수 있겠다! - ‘마마리’ 송하슬람
행복한 마당, 오늘의 백반
같은 자리에서 같은 온도로 밥상을 내주는 꾸준함은 생활의 기술에 가깝다. ‘임대 문의’ 현수막이 난무하는 망원동 골목 어귀, 허름하고 오래된 얼굴로 자리를 지키는 ‘행복한 마당’이 그런 곳이다. 늘 고르는 ‘오늘의 백반’은 이름처럼 구성이 매번 달라진다. 어느 날은 비지, 어느 날은 동태찌개, 반찬과 국은 매일 자연스럽게 바뀐다. 매일 다르지만 안정적인 맛 덕분에 평범한 밥상이 가장 만들기 어려운 요리임을 자주 깨닫는다. 이 집의 확실한 무기는 생선구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 백반의 ‘킥’이 된다. 또 하나의 매력은 단골을 대하는 방식. 손님의 방문 횟수 몇 번만으로 찌개의 맵기나 반찬 양을 조절해 준다. 마치 오마카세처럼! 달걀 프라이와 소시지전, 얼갈이무침과 고사리볶음, 고추지 장아찌와 젓갈, 동그랑땡과 톳무침, 들깨로 무친 나물까지 모두 섬세하지만, 가끔 그날의 국이 메인을 이길 때도 있다. 콩나물김칫국, 우거지된장국, 먹으면 맛의 결이 바뀐다. - ‘온랭’ 홍석환
피자 도우에 고등어 반 마리를 통째로 올린 '포그'의 고등어 피자. 생선과 빵을 즐겨 먹는 노르딕 다이닝에서 영감을 받았다.
천수횟집, 광어회
잠실새내역 인근의 노포, '천수횟집'. 잠실종합운동장과 잠실야구장 근처에 자리해 경기 후 한잔을 위해 들르는 이들이 많다. 늘 적당한 활기가 흘러 편안하게 머물기에 제격이다. 이곳에 오면 늘 광어회를 주문한다. 단골이 된 이유는 단순하다. 가격과 맛, 이 두 가지가 모두 납득되기 때문. 요즘 서울 소재의 식당에서는 보기 드문 다양한 밑반찬이 함께 나온다. 덕분에 발길이 자동적으로 이어졌다. 천수횟집은 수산물의 퀄리티가 높다. 가게 인테리어만 보면 활어회를 내는 곳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광어를 숙성해서 제공한다. 식감과 맛의 밀도가 확실히 다르다. 꼭 추천하고 싶은 조합은 광어회와 초밥. 이곳에서 함께 내주는 옛날 한국식 초밥 역시 예상보다 깊은 인상을 남기는 메뉴. 이 식당을 100% 즐기고 싶다면 주문 전에 사장님께 질문하기를 부끄러워하지 말자. 시즌에 따라 제철 생선을 따로 주문받는 경우가 있으니, 그날 가장 좋은 재료를 추천받는 것이 좋다. - ‘빈호’ 전성빈
포그, 고등어 피자
휴일이면 가끔 합정역과 멀지 않은 ‘포그’로 향한다. 직업 특성상 어디를 가든 맛을 평가하게 되는데, 그런 환경이 스스로 부담이 된다. 결국 한번 정을 붙인 편안한 공간에 자주 가게 된다. 요즘은 포그에 멍하니 앉아 피자에 와인을 곁들이는 시간에 푹 빠졌다. 좋아하는 메뉴는 고등어 피자. 도우 위에 고등어 반 마리를 통째로 올린 모습이 시선을 끈다. 구운 생선에 화이트 와인을 곁들이길 좋아하는 나에게 이보다 만족스러운 피자는 없다. 고등어 피자와 함께 주문하기 좋은 메뉴는 로즈메리 소금 간을 한 바삭한 알감자튀김, 라구 소스의 녹진함과 계란이 어우러진 라자냐. 이 세 가지 요리가 테이블에 놓이면, 비로소 ‘포그를 먹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곳을 계속 찾게 되는 이유는 물론 맛이 우선이지만, 무엇보다 마음이 놓인다는 것. 평소에는 늘 오픈 키친 안에 서 있다 보니, 손님으로서 내가 서 있는 주방과 비슷한 공간을 바라보며 피자를 먹는 경험 자체가 또 다른 즐거움이다. - ‘정키’ 정용호
원조홍두깨칼국수, 칼제비
언제 방문하든 같은 자리에서, 같은 맛으로 나를 맞아줄 것 같은 안정감이 느껴진다. ‘고사리 익스프레스’를 준비하던 시기, 시장조사를 위해 신당동 국숫집을 검색하다가 이곳을 발견했고, 그날 당장 찾아갔다. 한겨울에도 오픈 시간대부터 가게 앞에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기다리는 손님 사이에 젊은 사람보다 어르신이 훨씬 많기에 신당동의 ‘찐’ 노포구나 싶었다. 매장 안쪽에 쌓여 있던 수많은 배추 다발을 보고 겉절이를 매일 담그는 집이라는 확신이 들어 신뢰도가 급격히 올라갔던 기억이 난다. 이곳에 오면 꼭 ‘섞어’ 메뉴를 주문한다. 칼국수도, 수제비도 어느 하나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바지락칼국수의 육수다.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맛. 얼마든지 재료를 더해 화려하게 만들 수 있을 텐데 기본과 덜어냄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 수제비에 들어가는 감자도 인상적이다. 감자를 수제비처럼 얇게 채썰어 넣는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아삭하게 익은 식감이 묘하게 기억에 남는다. 팁을 하나 주자면, 테이블에 놓인 고추간장 양념장을 꼭 활용해 볼 것. 전날 술을 많이 마셨다면, 두 스푼 정도 넣어 먹기를 추천한다. 최고의 해장이 될 것이다! - ‘고사리 익스프레스’ 김제은
대삼식당, 대패삼겹살
요즘 가장 즐겨 찾는 곳은 윤서울 바로 옆 ‘대삼식당 2호점’이다. 늦은 새벽까지 부담 없이 식사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쇠고기보다 돼지고기를 선호해서 발길이 잦아졌다. 냄새에 민감한 편이라 고기 관리에 신경 쓰는 편인데, 그 기준에서 대삼식당은 단연 압도적이다. ‘결국 고기가 좋아야 한다’는 단순하지만 본질적인 원칙을 정직하게 지키는 곳이기에, 주변에 삼겹살 집이 많아도 결국 다시 대삼식당으로 돌아오게 된다. 업무상 중요한 미팅을 이곳에서 진행한 적도 있고, 많을 때는 한 달에 12번 이상 찾기도 한다. 이곳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순서가 중요하다. 대패삼겹살로 시작해, 풍미가 과하지 않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청국장으로 흐름을 잡는다. 마지막으로 볶음밥에 계란 프라이를 추가하면 한 끼 식사가 깔끔하게 완성된다. 대삼식당 근처에는 또 다른 맛집 ‘현복집’이 있다. 복 요리 전문점으로 복지리와 복 사시미를 즐길 수 있는데, 특히 복지리는 신선한 복을 바로 손질해 담백하고 맑은 맛이 인상적이다. 삼겹살과는 전혀 다른 결의 맛을 경험하고 싶을 때 좋은 선택지다. - ‘윤서울’ 김도윤
포차포포, 물텀벙이 매운탕
보통 일이 끝나면,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성운 셰프의 집에 들러 계절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먹곤 하는데, 그러다 그가 집 근처에 포차를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자연스럽게 단골이 됐다. ‘포차포포’는 태안식 포차다. 이름 그대로 태안에서 올라오는 제철 식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최고의 강점이다. 계절마다 바뀌는 해산물 퀄리티가 매우 좋아서 늘 물텀벙이 매운탕을 주문한다. 개인적으로 즐겨 찾는 메뉴는 포포 농장에서 담근 김장 김치와 수육, 어린 시절의 향수가 느껴지는 우럭젓국 같은 탕 요리다. 겨울 시즌에 방문하는 사람에게는 태안산 굴을 활용한 안주와 샴페인을 권하고 싶다. 포차라는 공간에서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완성되는 이 음식 조합이 꽤 인상적일 거다. 포차포포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두 명보다 여럿이 함께 가는 편이 좋다. 그래야 다양한 메뉴를 맛볼 수 있고, 이 집의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 포차포포에서 거나하게 즐긴 다음, 금호동의 보물 같은 와인 바 ‘바 쎄종’으로 이어지는 동선을 좋아한다. - ‘제로컴플렉스’ 이충후
'대가방'의 난자완스는 계란과 함께 지져낸 고기 완자로, 바삭한 겉면과 촉촉한 속, 굴 소스 베이스의 감칠맛이 특징이다.
밀양손만두, 떡만두국
계동의 '밀양손만두'는 오후 2시를 훌쩍 넘긴 시간, 혼자 들어가도 부담이 없다. 그런 느슨함이 이 집의 장점이다. 단골로 즐기는 조합은 떡만두국에 김치만두. 사골국물은 엄마가 우려준 듯 담백 슴슴하고, 함께 나오는 김치, 간장이 살짝 배어든 무 피클은 입 안을 정리해 준다. 자극 대신 정성이 채워지는 맛이다. 얼큰한 만두전골과 생막걸리의 페어링 조합도 권하고 싶다. 밀양손만두는 열심히 일하다가 따뜻한 음식으로 다시 힘을 받아야 하는 사람에게 꽤 다정한 선택지가 될 것이다. 식사 뒤 근처 ‘카페 델 꼬또네’에서 취향에 맞는 에스프레소 한 잔을 더해도 좋을 것이다. 조금 더 느린 속도의 데이트라면 맞은편 바 ‘법원’에서 위스키와 애플파이를 즐기는 방법도 있다. 밀양손만두의 떡만두국 한 그릇 덕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또 생활을 이어갈 힘을 얻는다. - ‘그린테이블’ 김은희
체부동 수제비와 보리밥, 감자수제비
여러 번 먹어도 속이 편안한 집밥처럼 깔끔한 맛의 ‘체부동 수제비와 보리밥’은 한옥을 개조한 토속적인 공간만큼 정겹고 편안하다. 어머님이 시작해, 자녀가 대를 이은 가족 경영 식당으로, 여전히 처음 맛을 잘 이어가고 있다. 인왕산을 등반한 후 혹은 서촌 나들이를 갈 때면 필수 코스로 넣는다. 아주 얇게 뜬 수제비를 좋아하는데, 이 조건에 맞는 수제비를 내는 유일무이한 식당이다. 얇게 뜬 수제비, 갖은 재료로 우려낸 육수, 채수에 얇게 썬 감자가 어우러진 감자수제비는 밀가루 냄새나 비릿함 없이 조화로운 맛을 뽐낸다. 수제비, 칼국수와 함께 기본 식사로 내어주는 보리밥 덕분에 식사 때마다 배가 든든하고, 수제비 국물에 청양고추 절임을 살짝 섞으면 더욱 개운하고 감칠맛이 돈다. 메인 요리에 완벽한 페어링을 하고 싶다면 계란 반죽 기반의 파전을 주문하길. 고소한 막걸리는 말할 것도 없다. 일을 마친 어떤 날은 다시 요리할 힘과 의지가 없는데, 멀지 않은 곳에 집밥처럼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큰 위안인지! 수제비를 먹고 근처 카페 ‘팔(Phal)’에 들러 디저트까지 야무지게 먹으면, 보람찬 미식 하루가 될 것이다. - ‘뿌리온더플레이트’ 이윤서
동휴, 당근구이 & 숙성 도미회
‘동휴’는 계절마다 메뉴 구성을 바꾼다. 달라진 메뉴가 궁금해 계속해서 찾게 되는 마성의 식당이다. 요리와 그릇, 술에 대한 관심이 깊을수록 더 많이 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음식을 대하는 태도는 틀림 없이 진지하지만 가격과 인테리어, 메뉴판에서는 오히려 위트가 느껴진다. 그 적절한 균형감이 동휴의 가장 큰 매력. 이곳에 오면 보통 당근구이와 숙성 도미회를 주문한다. 이번 겨울 시즌의 메뉴 두 가지도 훌륭했다. 방어 무조림은 이름 그대로 방어의 맛이 깊게 밴 무가 인상적이었고, 굴술찜은 그릇과 담음새까지 어우러져 맛이 한층 더 좋았다. 역시 아름다운 그릇에 담겨 나와 더욱 즐거웠다. 음식이란 좋은 그릇에 잘 담길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사장님을 포함해 팀원 모두가 요리를 전공한 이들이 아니라는 사실. 그럼에도 동휴는 자주 만석이고, 재방문 손님들이 많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에 대한 태도와 감각이다. - ‘고미태’ 권민택
사랑방 참숯화로구이, 삼겹살 구이
직원들과 회식을 거듭하며 가까워진 사랑방 같은 장소. 내 소울을 채워주는 사랑방이다. 이곳의 주인장은 하루에 정해둔 만큼만 팔고 문을 닫는 타입으로, 기본적으로 테이블당 소주 한 병만 내어주는 독특한 원칙을 고수한다. 그런데도 늦게 일을 마치는 요리사 일행이 찾아오면, 간혹 영업을 종료한 이후에도 문을 열어준다. ‘업자의 마음’을 아는 주인과 손님 사이의 묘한 기류가 특별한 즐거움을 주는 요소랄까. 메뉴는 삼겹살과 목살, 돼지갈비. 나의 선택은 대체로 삼겹살 쪽이며 마지막은 양념갈비와 냉면으로 매듭짓는다. 해방촌에서 아주 유명한 고깃집이 된 이곳의 비결은 초벌구이의 속도감! 숯불에 한 번 굽고 들어온 고기를 테이블에서 빠르게 마저 익혀 먹는다. 그 사이 기름이 돔 형태의 불판 위로 고이고, 불판 가장자리에 두른 김치는 그 기름을 받아 천천히 익는다. 돼지기름에 볶은 김치 특유의 농밀함과 바삭함은 고기의 감칠맛을 끌어올린다. 게다가 하나를 시키면 두 그릇이 나오듯 ‘원 플러스 원’처럼 등장하는 냉면은 또 어떻고! 툭툭거리면서도 넉넉한 마음씨의 주인장을 그대로 닮았다. 사실 이 집을 계속 찾게 만드는 이유도 사람이다. 김치를 칭찬하면 불쑥 “한 박스 가져가라”는 ‘쿨’함이 단골손님의 마음을 영원히 붙든다. - ‘소울다이닝’ 윤대현
대가방, 난자완스 & 탕수육
‘대가방’에 가면 탕수육에 난자완스, 양장피도 작은 양으로 꼭 주문하고, 가끔 와인도 들고 간다. 탕수육에는 리슬링이나 비오니에를 페어링하고, 난자완스는 드라이한 레드 와인 어떤 것과도 궁합이 좋다. 단골집 대가방의 역사는 유구하다. IMF 이전, 광림교회 근처에서 시작해 몇 번의 이전을 거친 뒤, 영동고등학교 맞은편에 터를 잡았고, 몇 해 전 선정릉으로 다시 한 번 이전했다. 개인적으로 대장리 셰프님이 직접 요리를 들고 나와 테이블마다 접객했던 논현동 시절이 대가방의 전성기라고 생각한다. 그 시절의 대가방은 마치 팔란티어 회장 ‘피터 틸’의 스탠퍼드 명강의에 나오는 ‘독점 기업’ 같은 곳이었다. 파삭파삭한 튀김 옷에 촉촉한 고기, 뜨거운 소스로 볶아 내놓는 탕수육은 경쟁 상대가 없을 정도. 이곳은 식사부보다 요리부에 강점이 있는 곳이다. 특히 튀김을 잘하고 전분을 잘 쓴다. 볶은 광동식 탕수육은 가히 양질의 재료와 독자적 기술의 시너지를 보여주는 표본이라 할 만하다! 연륜에서 흐르는 안정적인 서비스는 덤. 대가방을 음미한 후 이웃 가게인 젠제로로 이어지는 동선을 추천하고 싶다. 강산이 변해도 맛과 서비스가 지켜지는 곳들은 대부분 티 나지 않게 뼈를 깎는 노력이 뒷받침된다. 대가방이 그런 곳이다. - ‘젠제로’ 권정혜
Credit
- 에디터 길보경 · 정소진
- 사진가 신동훈
- 아트 디자이너 강연수
- 디지털 디자이너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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