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킷과 팬츠는 모두 COS. 티셔츠는 에디터 소장품.
스타트업 미디어 〈코리아 엑스포제 Korea Expose´〉 공동 설립자 중 하나다. 지금은 휴면 상태지만 〈코리아 엑스포제〉는 한국의 다른 영어 매체와는 다른 결의 뉴스를 보도하는 미디어였다 친구들과 함께 〈코리아 엑스포제〉를 만들던 2014년의 언론 환경은 굉장히 억압적이었다. 당시 정부와 다른 의견을 내면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도 있었다. 특히 한국에 대한 영어 뉴스의 경우엔 소수 특정 매체를 통해서만 볼 수 있었는데, 주로 북한이 관심사라 진짜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기엔 부족한 감이 있었다. 우리는 좋고 나쁜, 지금 한국의 민낯을 보여주고 싶었다. 〈코리아 엑스포제〉가 휴면 상태가 된 것도 사실 그 때문이다. 애초에 영리 목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자금난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후원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을 가차없이 비난했으니까(웃음). 언젠가는 다시 시작하고 싶다.
보통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은 주로 한국 친화적인 콘텐츠를 만든다. 오죽하면 “돈을 제일 쉽게 버는 방법. 첫째는 이자, 둘째는 이태원 건물 주인, 셋째는 유튜브 속 한국 음식 먹는 백인”이라는 인터넷 농담이 있겠나. 하지만 당신은 주로 ‘팩트 폭격’에 가까운 기사를 쓴다 서울에 사는 대부분의 외국인들, 특히 서양에서 온 외국인들은 ‘외국인 특권’을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유튜브에 차고 넘치는 깜찍한 비디오로 돈을 버는 방법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에게 그건 현실이 아니지 않나.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에도 많은 문제가 있다. 만약 내게 ‘외국인 특권’이라는 게 있고 소속된 사회의 잘못된 점이 보인다면, 그 힘을 긍정적인 변화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엘르〉 홈페이지에 연재 중인 ‘라파엘의 한국살이’ 중 ‘한국 언론을 믿을 수 없는 다섯 가지 이유’가 온오프라인에서 계속 회자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 기사에 공감했다는 건 바꿔 말해 대중은 물론 언론인, 정치인 모두 한국 언론에 대해 논해야 할 필요성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정운현(전 국무총리의 전 비서실장) 씨가 그 기사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공유하며 “우리 언론계의 대오각성과 재탄생을 거듭 촉구하는 바이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 기사는 운을 띄우는 역할을 한 셈이다. 하지만 정말 필요한 건 한국 언론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변화다.
최근 〈뉴욕 타임스〉에 기고한 ‘왜 한국은 코로나19 사태의 원인으로 신천지를 비난하나(Why Are South Koreans Blaming a Church for the Coronavirus Outbreak)?’에 대한 국내 반응이 꽤 거세다. ‘신천지는 희생양이 아니다’라는 댓글이 달리고 있고, 외교부는 〈뉴욕 타임스〉에 반박 기사를 기고하기도 했다 말이나 글을 왜곡하는 것은 무척 쉽다. 신천지가 어떤 의미로 희생양(Scapegoat)이라는 건 그들이 결백하다는 뜻이 아니다. 조사 결과 신천지가 고의로 정보를 은폐하거나 신자들에게 검사받지 말라고 종용한 사실이 드러나면 관련자들은 법적 처벌을 받는 게 맞다. 하지만 신천지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항상 비난을 받아오지 않았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싫어하는 종교 집단, 즉 이단이 국가적 위기의 원인이라는 혐의를 받고 있다’는 건 정치적으로 이용하기에 완벽한 스토리 아닌가. 신천지의 책임 여부와는 별개로 이 사실은 변함없다는 게 내 요점이었다.
평소 기사 주제는 어떻게 찾나 샤워를 한다(웃음). 그러면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불편하고 불쾌한 일에 대해 생각하고 지난 10여 년간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그동안 내 생각이 어떻게 변했는지 되짚어본다. 물론 내가 늘 옳다는 건 아니다. 그리고 늘 부정적인 면만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다. ‘한국에서 살기 좋아하는 10가지 이유’를 썼던 것처럼 말이다.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앞으로 ‘라파엘의 한국살이’에서 무엇을 쓰고 싶나? 일종의 스포일러를 해준다면 LGBTQ 커뮤니티에 대한 것. 한국 사회는 소수집단에 대해 가혹하리만큼 비판적이다. 한국 성교육의 문제점, 마녀 사냥 문화, 빈부 격차, 몰카, 갑질, 남녀 갈등을 포함한 사회 분열…. 아, 물론 구걸하는 배낭여행족 ‘백패커(Begpacker)’에 관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