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서 생긴 일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베를린에서 열린 '2020 대구사진비엔날레' 특별 전시 <2019 대구사진비엔날레 인 베를린> 현장 속으로. | 베를린,대구사진비엔날레,우창원,사진,포토그래퍼

&nbsp; 전시장 입구에서 만난 우창원 작가의 작품. 우창원 작가의 Respond to Physical Properties. 헨리크 스트룀베르크의 Rings on Top. 리카르다 로간의 Apokryphen. 오프닝 행사에서 만난 큐레이터와 네 명의 작가들. 벽에 걸린 정성태 작가의 작품들. 가을이 시작되는 8월 말에서 9월 초, 베를린은 예술적 감성으로 넘실댄다. 1년에 하루, 내로라하는 박물관과 미술관, 갤러리들이 늦은 밤까지 문을 여는 ‘롱 나이트 뮤지엄’이 준비되어 있으며, 독일 최대 아트 페어 ‘베를린 아트 위크’가 열린다. 올해는 특별히 바우하우스 설립 100주년 행사의 일환인 ‘바우하우스 위크’까지 더해졌다. 이를 위해 수많은 예술가와 갤러리스트, 컬렉터,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이 베를린으로 몰려든다. 가장 북적대는 곳을 꼽자면 베를린 중심 지역인 미테, 특히 아우구스트 거리와 리니언 거리다. 명성 높은 갤러리는 물론, 감각 있는 부티크 숍, 예술 전문 서점, 취향 좋은 레스토랑과 카페가 즐비한 덕분이다. 이러한 미테 지역 한가운데에서 8월 23일부터 9월 7일까지 &lt;2019 대구사진비엔날레 인 베를린&gt;전이 열렸다. 대구사진비엔날레는 국내 유일의 사진 전문 비엔날레로 2006년에 처음 시작해 2년마다 개최되며, 2020년 8회를 맞이하는 사진 축제다. 이번 베를린 전시는 ‘2020대구사진비엔날레’를 앞두고 사전 행사로 특별히 기획됐다. 전시장은 리니언 거리 40번지에 자리한 ‘쿤스트페라인 암 로자-룩셈부르크-플라츠’, 보기 드문 모던한 블랙 콘크리트 건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건물 입구에 다다르면 유리벽 너머로 조우하는 세 점의 사진이 호기심을 돋운다. 귀금속 장신구의 조각 같기도 하고, 어느 행성의 표면 같기도 한 사진은 지나가던 이들의 발길을 전시장으로 이끈다. 계단을 올라 2층으로 향하면 또 다른 공간이 이어진다. 길쭉한 복도를 따라 벽에 걸린 작품을 훑다 보면 어느덧 넓은 홀이 나타나고, 홀 오른편의 길다란 창을 통해 분주한 미테의 풍경이 한눈에 보인다. “베를린은 지구상에서 가장 실험적인 예술이 펼쳐지는 도시죠.” 대구사진비엔날레를 주관하는 대구문화예술회관의 최현묵 관장이 말했다. “지난 비엔날레의 주제가 ‘Frame Freely’, 즉 ‘프레임을 넘나들다’였어요. 사진의 틀은 물론 사회 관념이자 규범이기도 한 프레임을 자유롭게 넘나들고자 한 것이죠. 이는 그해만의 테마가 아닌, 제가 사진 비엔날레를 추구해 온 철학이기도 합니다. 경계가 허물어진 도시 베를린과 대구의 예술이 만나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어요.” &lt;2019 대구사진비엔날레 인 베를린&gt;의 주제는 ‘모프 오(Morph O)’다. 상태의 변화를 의미하는 ‘Morph’와 수용과 포용을 상징하는 ‘O’의 합성어다. 독일과 이탈리아를 오가며 활동 중인 큐레이터 키아라 발치 마차라(Chiara Valci Mazzara)와 대구문화예술회관의 김도형 큐레이터가 공동으로 기획했다. 참여 작가는 총 네 명. &lt;엘르&gt; 코리아 독자라면 특히 반가운 이름도 있다. &lt;엘르&gt;의 포토 디렉터 우창원이다. 그는 지난 5월 첫 개인전 &lt;물성에 반응하다&gt;를 통해 작가로서 행보를 시작한 후 벌써 세 번째 전시를 맞았다. 우창원은 물질에 대한 끊임없는 관찰, 물성과의 교감을 그만의 시공간 속에 새로운 이미지로 구현해 왔다. 또 다른 한국 작가는 정성태다. 그는 체르노빌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사람들, 우크라이나의 고려인 등 &nbsp;‘삶’을 담는 사진가로 잘 알려져 있다. 헨리크 스트룀베르크(Henrik Stro..mberg)는 베를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스웨덴 출신의 작가다. 그는 물질의 변형과 변성, 부패를 키워드로 한 사진과 조각을 선보인다. 리카르다 로간(Ricarda Roggan)은 현재 독일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진가 중 한 명이다. 그녀는 버려지고 기능을 상실한 이전 시대의 유산인 오브젝트를 새로운 환경에 재배열하는 프로젝트로 명성을 얻었다. 큐레이터 키아라 발치 마차라는 ‘모프’와 ‘오’에 대한 질문을 던졌고, 네 명의 작가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물질의 외형과 구성 성분의 변형과 함께 이들 상호작용의 의미를 고찰하고 표현해 냈다. 전시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8월 23일에 열린 오프닝 행사엔 베를린은 물론 유럽의 타 도시와 한국에서 일부러 찾은 이도 많았다. 베를린의 주요 일간지 중 하나인 &lt;타게슈피겔&gt;과 예술 관련 기관 및 갤러리, 전시 소식을 총망라하는 &lt;인덱스 베를린&gt;에도 소개됐다. 무엇보다 내년에 대구에서 열릴 ‘2020 대구사진비엔날레’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2020 대구사진비엔날레의 테마는 ‘흐름을 따르거나 혹은 거스르거나(With/Against the Flow)’다. 베를린에서 컨템퍼러리 아트를 만나려면 꼭 찾아야 하는 곳, 함부르거 반호프 현대미술관의 수석 큐레이터였던 브리타 슈미츠가 예술감독을 맡았다. &nbsp; 큐레이터 키아라 발치 마차라. INTERVIEW 이번 전시를 준비한 큐레이터 키아라 발치 마차라와 나눈 이야기.독일과 이탈리아에서 독립 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 로마에서 현대미술 경영으로 박사 과정을 마치고 로마, 나폴리 등의 갤러리와 공공 기관에서 큐레이터 경력을 쌓았다. 베를린에서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16년부터다. 현재 ‘폰타인 비(Fontain B)’라는 회사를 세워 베를린과 파리에서 전시 및 예술 행사의 기획과 제작, 컨설팅, 판매 등을 진행한다.&nbsp; 한국 미술계나 아티스트와의 인연이 궁금하다 이번이 처음이고 색다른 도전이었다. 이번 특별전은 서로 다른 지리적 환경, 문화적 유산을 가진 작가들의 교류와 새로운 전시 형태를 제안한다. 이를 위해 작품에서 보여주는 시각적·개념적 공통분모를 가진 작가들을 선정했으며, 각기 다른 특징이 잘 드러날 수 있는 다양한 장치에 집중했다. 또 작가의 예술적 방향성을 제시할 작품을 선택하기 위해 충분한 소통과 신중한 고민이 필요했다.&nbsp; 주제인 ‘모프 오’는 굉장히 추상적인 개념이다. 좀 더 설명해 준다면 ‘모프’는 사물, 물질, 내용, 형태 등의 모양과 변화를 의미한다. ‘오’는 원형이 상징하듯 시시각각 변화하는 것을 담는 동시에 포용하려는 시도를 뜻한다. 예를 들면 우창원에게 ‘모프’는 물질이 정의되는 형태로 변하기 직전의 피사체 본연의 모습이다. ‘오’는 현미경과 같다. 사물의 체계를 구축하고 현상의 분자에 도달해 이미지를 새로운 관점으로 재배치함으로써 그 핵심을 파고든다.&nbsp; 작가들의 각기 다른 해석이 흥미롭다. 그 특징을 한 단어로 설명한다면 우창원은 ‘물질(Matter)’, 헨리크는 ‘부피(Volume)’, 정성태는 ‘깊이(Depth)’, 리카르다는 ‘시(Poet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