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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만의 재회다. 다시 만났을 때, 호흡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김혜수 씨는 당시는 20대 역할이었고, <이층의 악당>에서는 아이엄마의 역할인데 어떤 부분이 달라졌는지. 한석규: 특별히 호흡을 맞춘다는 것은 없었다. 오히려 작품에 대한 이야기보다 혜수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혜수의 대사와 리액션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싶었다. 김태훈: 한석규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해외로 유학을 보냈던 오랜 딸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웃음) 김혜수: 배우들을 작품에서 만나지 않으면 친해지기가 어려운데, 다행히 석규 오빠는 어릴 때 만났다. 사실 <닥터봉> 할 때, 열심히 하지 않았다. 그때 느낀 게 ‘석규 오빠는 어떻게 저렇게까지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분들이 보시는 바와 같이 석규 오빠는 오히려 더 깊어졌다. 그리고 내 입장에서는 개인적으로 영화 배우를 떠나서 관객으로써 우리 세대의 인생의 영화를 남겨준 배우다. 같이 공연한 배우들 중에 ‘혜수야, 혜수씨, 선배’라고 해도 엄마처럼 ‘우리 혜수’라고 석규 오빠가 말하시는데 정말 그렇게 대해준다. 배우로써 각별함을 떠나서 나에게도 큰 분이다. 오빠의 얘기를 들으니 더 감사하다. 이 작품에서 연기를 마음껏 할 수 있었던 건 석규 오빠 덕분이다. 특히 <이층의 악당>은 캐릭터의 화학반응이 중요하다. 그런데 굳이 화합을 해야 한다고 의식하지 않아도, 나를 받쳐준다는 느낌에 정말 고마웠다. 호흡은 정말 좋았다. 그리고 나이가 어릴 때의 연기는 가슴으로 느끼는 폭이 좁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니 내가 꼭 그 지점을 경험하지 않아도 정서적으로 감성적으로 공감이 된다는 게 달라진 거 같다. 나이가 들어서 외적으로 잃은 것도 있지만 오히려 진정성의 실체에 가까워진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좋다. 김태훈: 좋은 상대배우를 만나서 스스로의 연기에 대해서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는 얘기군요.
김혜수 씨가 딸 가진 엄마로 나오고, 한석규 씨는 나이에 대한 코믹한 대사가 나올 정도로 여유를 가지게 되셨다. 김혜수 씨도 나이 얘기를 하셨지만, 여배우가 어머니 역할을 맡는 게 전환점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언제 처음으로 그런 역할을 받아보고 실제로 연기를 해봤나. 한석규 씨도 청춘 스타에서 대 배우가 되셨는데 언제 그 전환점을 맞이했는지 궁금하다. 한석규: <음란서생>을 통해 여유로움과 관망하는 것을 서두르지 않고 보는 것을 배우게 되어 그때가 배우로서의 전환점이라고 생각한다. 김혜수: 그러고 보면 엄마 역할은 어렸을 때부터 했다. 드라마 <사모곡>을 통해 16세부터 40대를 오가는 역할을 했었다. 오히려 <분홍신>에서 모성과 여성성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층의 악당>에서는 어머니의 역할, 모성의 역할이 부각된 것이 아니라 연주라는 캐릭터가 어린 나이에 아이를 갖고, 어찌 보면 딸아이와 정신연령이 비슷하다. 연기의 한 부분일 뿐이지 요즘에는 여배우가 예쁜 역할을 하다가 어머니 역할을 하면 나이가 들었다는 카테고리로 분류되는 점이 없어진 것 같다. 관객들도 그 부분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보는 것 같고. 앞으로도 그런 느낌은 없을 것 같다.
한석규 씨는 그 동안 진지한 역할을 주로 맡으셨는데, 코미디의 연기의 어려움은 없었는지. 그리고 본인에게 어느 장르 연기가 맞는 것 같나. 한석규: 최근에 진지한 역할을 맡아서인지 관객들에게 강하고 진지한 이미지가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생각해보면 <미스터 주부 퀴즈왕>이나 <그때 그 사람들>도 있다. 코미디로 인생을 담아낸다는 게 매력 있는 것 같다. 그런 점에 있어서 손재곤 감독은 독특한 유머를 가져서 부럽다. 나는 그런 재주가 없지만, 연기를 통해 할 수 있어서 기쁘고 기회만 생긴다면 좀 더 좋은 코미디 작품을 통해 다가가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층의 악당>이란 영화는 ‘00 영화다’ 손재곤 감독: 질문이 어렵지만 이것 역시 준비를 했다. (웃음) '코미디 영화지만 탄탄한 줄거리와 드라마를 가지고 있는 영화다' 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김혜수: '우리 영화는 코미디다' 코미디 자체로 즐겁게 보셨으면 좋겠다. 보는 관객들에 따라 단순한 코미디에서 여운까지 느낄 수 있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한석규: '김혜수 씨와 15년 만에 만난 작품이다' 라고 이야기 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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