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의 커피에 얽힌 달고도 쓴 사연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커피는 예민한 음료다. 주인에 따라 그 운명도 천차만별이다. 누군가에게 커피는 영감이고, 일탈이다. 쉼표와 음표요, 한편의 영화다. 한 잔의 커피에 얽힌 달고도 쓴 사연들. 김치 없인 살아도 커피 없인 못 사는 여덟 명의 이야기.::강한나,표기식,김중화,정창희,제이슨,박사,진보라,메가쇼킹,커피,중독,엘라서울,엘르,엣진,elle.co.kr:: | ::강한나,표기식,김중화,정창희,제이슨

Questio ns1 나에게 커피는 ______다2 나만의 커피 습관3 자주 가는 카페와 그 이유4 가장 좋아하는 커피5 결코 입에 대고 싶지 않은 커피6 쿠폰 도장이 다 찍혔을 때 선택하는 커피7 내가 생각하는 궁극의 커피8 커피 하면 떠오르는 태그진보라 (재즈 피아니스트)1 나에게 커피는 ‘멜로디’다. 커피 향을 맡는 순간 내 머릿속에 멜로디가 흐른다. 풍부한 영감을 주는 그 찰랑찰랑한 향기와맛! 2 연습하기 전에는 무조건 카페라테를 마시고, 연습이 잘 되는 지점에 도달하면 차가운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공복에는 카푸치노, 비가 내리는 날도 카푸치노. 공연하는 날엔 온 가족이 함께 커피를 마신다. 3 압구정동 ‘고센’. 친분 있는 배우 배수빈 오빠가 운영하는 카페다. 무엇보다 좋은 건 24시간 카페라는 점. 연주 리허설이 늦게 있거나, 밤에 잠이 안 올 때면 종종 찾는 곳이다. 5 대충대충 빨리 만들어주는 커피는 맛도 역시 별로다. 시간이 없을 땐 테이크아웃 카페에 들르기도 하는데, ‘빨리빨리’가 담겨 있는 것 같아 마시는 음까지 불안해진다. 느리게 내려 느리게 마시는 커피를위해 약속 시간보다 조금 서둘러 나가는 편이다. 6 쿠폰으로 마시는 커피는 왠지 기분 좋다. 그래서 쓰지 않고 따로 모아둔다. 그리고 좋은 사람에게 선물한다. 대부분의 쿠폰은엄마 차지다. 7 영화를 볼 때 가장 멋있다고 생각되는 장면엔 늘 커피가 등장한다. 이를테면 작가들이 밤샘 작업을 하며 흰 종이를 마구 구겨버릴 때, 책상 위엔 늘 열린 잉크병과 식은 커피 한 잔이 있다. 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온갖 스트레스를 받으며 밤을 새울 때 마시는 커피는 그냥 커피가 아니라 한 모금의 위로다. 8 초콜릿. 바게트, 각설탕, 비즈니스, 시집, 라흐마니노프의 복잡한 악보들, 검은색 그랜드피아노. 박사 (북 칼럼니스트)1 나에게 커피는 ‘임대료’다. 사무실을 없애고 카페를 작업실로 사용한 이래 매번 임대료를 내는 심정으로 커피 값을 지불해왔다. 2 평소에는 진한 에스프레소 한 잔. 그러고 나서 물을 많이 마신다. 더울 때는 차가운 아메리카노. 역시 얼음만 남은 빈 잔에 물을 따라 마신다. 3 을지로 ‘다동커피집’. 모든 메뉴가 4천원이고, 모든 메뉴의 커피를 무한 리필 받을 수 있다. 주로 팥빙수를 한 그릇 먹고 그 뒤로는 주야장천 리스트레토 리필. 4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신맛과 고구마 향이 딱 내 취향. 5 쓴맛이 강한 커피. 진한 건 좋지만 별다른 맛 없이 쓰기만 한 커피는 싫다. 6 역시 무조건 그 집에서 가장 비싼 커피! 사이즈 역시 가장 크게! 7 너무나 강렬해 핏줄을 따라 손끝 발끝까지 새카맣게 물들어가는 듯한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키는 커피. 한 잔 마시면 인생의 어떤 경지로 도약한 듯한 느낌이 드는 커피. 딱 한 번 마셔본 적 있는데, 그것은 커피의 맛도 맛이었지만 내 몸의 상태가 완전 바닥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8 햇볕, 음악, 온기, 비, 호흡, 종이, 손글씨, 손장난. 제이슨 (작곡가)1 나에게 커피는 ‘자양강장제’다. 이온음료도, 박카스도 필요 없다. 커피는 내가 건반 위를 달릴 때, 힘을 더해주는 최고의 음료다. 2 냉커피를 마실 것인지 에스프레소를 마실 것인지 10초간 고민한다. 냉커피의 경우 유리로든 투명 용기에 얼음을 가득 채운 다음 냉수를 250ml 붓는다. 에스프레소 싱글 샷을 천천히 붓는다. 크레마가 흑맥주 거품처럼 남고 나머지 갈색 커피 액이 천천히 아래로 퍼지는 걸 상냥하게 지켜본다. 에스프레소의 경우 투명한 유리컵에 얼음물을 준비한다. 빠르고 남김없이 마시되, 얼음물로 입 안을 자주 씻어서 향과 맛을 충분히 즐기도록 한다. 3 이태원 ‘RUFXXX’. 이곳 테라스에서 마시는 아이스커피와 에스프레소 4샷을 능가하는 장소는 감히 말하건대 없다. 4 에스프레소 콘파냐.5 자동판매기 커피를 폄하하고 싶진 않지만 자동판매기 커피 중 설탕 커피는 절대적으로 먹으면 안 되는 맛이다. 설탕 맛도 커피 맛도 아닌 정체불명의 괴기스러운 맛. 6 에스프레소 4샷! 7 궁극의 커피로 등극할 수 있는 결정적인 요소는 내가 그 커피를 마시고 3시간 안에 무엇을 하느냐에 달렸다. 나의 경우 작곡이다. 한 잔의 커피를 마신 후 나도 모르게 듣고 싶던 어떤 음을 찾았을 때 비로소 궁극을 체험한다.8 말보로 레드, 할머니, 탄산수, 바게트, 톰 웨이츠, 버킷 리스트. 정창희 (바리스타)1 나에게 커피는 ‘희로애락’이다. 나는 커피와 함께 산다. 잠에서 깨자마자그리고 잠드는 그 순간까지. 2 하루의 시작을 커피와 함께할 때가 많다. 그때가 가장 커피 맛을 잘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물보다 커피를 더 마시다 보니 한 잔을 다 마시기보단 서로 다른 종류의 커피를 조금씩 계속 맛보는 쪽을 택한다.(직업병일 수도!) 3 카페라면 어디든 좋다. 카페를 직접 운영하다 보니 다른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 한잔이 종종 그립다. 직업적인 의무감으로 다른 카페를 찾아 다니지만 무엇보다 좋은 건 대접받는 느낌이 들 때다. 그 기분이 이렇게 소중한 것인지 예전엔 미처 몰랐다. 4 특정한 것은 없다. 그때그때 신선하고 잘 로스팅된 원두라면 그 고유한 맛과 향을 느끼기에 모자람이 없다. 5 커피는 정성이라고 생각한다. 정성을 다할 때와 아닐 때의 맛은 하늘과 땅 차이. 그래서 성의 없이 추출하는 모습을 볼 땐 정말이지 마시기 싫다. 7 아직 맛보지 못했다. 궁극의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가 되는 것이 나의 마지막 꿈이다. 갈 길이 멀다. 8 아침, 여유, 드립, 로스팅. 조간 신문, 비 내리는 창문. 메가쇼킹 (만화가)1 나에게 커피는 ‘19세 이상’이다. 곱게 여문 어른의 맛이랄까? 2 식후 진하디진한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잔뜩 넣어 더블샷으로 ‘호로록’ 원샷 하는 걸 좋아한다. 아무리 날씨가 푹푹 쪄도 차가운 커피는 입에 대지 않는다. 3 카페 순례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나로서는 한 카페에 꽂히면 사장님이 부담을 느낄 정도로 부비부비하는 편. 요즘은 서교동 ‘커피중심’과 합정동 ‘자리’에 자주 간다. 커피 맛보다는 사람들과 쫄깃하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선호한다. 4 ‘커피중심’의 에스프레소를 가장 즐겨 마시는 중이다. 에스프레소는 보약처럼 거의 매일 마시고 있기 때문에 약간은 부드러운 맛을 자아내는 이곳 에스프레소가 덜 부담스럽다. 5 보리차 일촌이라도 되는 듯 성의 없이 뽑아낸 묽디묽은 아메리카노. 엄청나게 큰 잔에 나오는 세숫대야 커피. 인적 드문 골목에 음침하게 자리 잡고 있는 자판기 커피(정말 이걸 어떻게 마셔!!!). 6 쿠폰 모으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공짜로 한 잔을 준다면 변함없이 진하디진한 에스프레소 더블샷. 7 한 달간스위스를 여행했을 때, 깊은 산속 어느 산장에서 고릿한 정통 치즈와 함께 마셨던 커피. 8 불면증, 담배, 자판기. 김중화 (일러스트레이터)1 나에게 커피는 ‘공기’다. 미처 의식하지 못하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나 할까.2 카페에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무의식적으로 그 공간의 공기를 평가한다. 분위기가 완성되어야 비로소 한 잔의 커피 맛도 완성되는 것 같다. 3 스타벅스. 카페 분위기는 썩 마음에 들지 않지만 브랜드 로고로 디자인된 컵이 예쁘다. 한 번 쓰고 버려지는 게 안쓰러울 정도. 4 캐러멜 마키아토. 달착지근한 노란 시럽이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한다. 달콤한 초코우유를 쪽쪽 빨던 그때 그 시절. 5 간장 종지처럼 작고 예쁜 컵에 담겨 있는 ‘한약 맛’ 에스프레소. 나는 아무래도 태생이 촌놈인가 보다. 생각만 해도 우유와 각설탕이 당긴다. 6 폭신폭신한 우유 거품에 커피 향과 계피 향이 적절하게 더해진 카푸치노. 7 비 오는 날 배낭 옆에 달린 스테인리스 컵에 따라 마시는 인스턴트커피. 8 무의식적 줄담배, 창밖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옷차림, 초등학교 시절의 추억, 엄마와 손잡고 갔던 다방, 낙서. 강한나 (프리랜스 리포터·여행 작가)1 나에게 커피는 ‘스톱 버튼’이다. 바쁜 스케줄에 쫓겨 시간이 나를 따라오는지, 내가 시간을 따라가는지 알 수 없을 때 나는 커피를 마신다.2 하루에 다섯 잔 정도 마시는데, 특히 잠들기 전에 가장 진한 커피를 마신다. 내가 봐도 좀 이상한 습관이다. 3 신사동 가로수길과 분당 정자동에 있는 ‘빈스토리’. 일곱 개의 생두를 볶아 만든 하우스 블렌드와 카페모카 맛이 정말 매력적. 4 케냐AA. 산미도 풍부하고 커피 향도 진해서 정신이 번쩍 든다. 5 보리차를 마시는 건지 커피를 마시는 건지 분간이 안 가는 묽은 커피. 6 아이스 헤이즐럿 라테. 이상하게 공짜 커피는 달달한 게 당긴다. 열 번 중 한 번쯤은 칼로리 높은 커피를 마셔도 괜찮지 않을까, 뭐 이런 심리. 7 사이폰 방식으로 내린 자가 커피. 일본에서는 ‘연인들을 위한 커피’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나도 누군가에게 이 커피를 내려주기 위해 틈나는 대로 전문 바리스타에게 개인 레슨을 받고 있다. 8 노트북, 창 열린 카페, 치즈케이크, 뉴에이지 음악, 사랑, 이별, 친구, 대화, 낙서. 표기식 (포토그래퍼)1 나에게 커피는 ‘사진’이다. 사진이 좋은 건, 촬영하던 그 시간의 기억을 생생히 떠올릴 수 있어서다. 커피도 그렇다. 커피를 마시는 장소, 그곳에서 함께 커피를 마셨던 사람들을 떠올리다 보면 불특정 시간들에 관한 기억에 종종 사로잡힌다. 2 작업할 때는 일부러 좀 먼 곳으로 가서 커피를 마시는 습관이 있다. 커피 한 잔에는 약간의 일탈과 휴식이 함께 들어 있는 것 같다. 3 당인리 ‘앤트러사이트’. 쓰고 진한 커피 맛이 마음에 든다. 4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이 커피로 ‘커피의 신맛’을 처음 경험했는데, 그 후 애지중지하는 메뉴가 됐다. 5 시럽 넣은 블랙 커피. 그냥 설탕물을 마시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6 쿠폰으로 주문하는 커피는 이상하게 보통 커피를 주문할 때보다 조금 더 고민하게 된다. 늘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바람에 최근에는 아메리카노로 통일했다. 7 추운 겨울, 적절한 타이밍에 잘 관리된 자판기 커피를 만나면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갑다. 궁극의 커피와 상봉하는 드라마틱한 순간! 8 겨울, 사진, 음악, 자전거, 수다, 자판기, 밤샘 작업, 고속도로.*자세한 내용은 엘라서울 본지 9월호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