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나만 알고 싶은 곳을 밝히는 이유는 나만 보기 아깝다는 아이러니한 마음이 들어서다. 시간에 쫓겨 알려진 곳, 유명한 곳만 도장 깨듯 다닐 수밖에 없는 여행자들을 위해서라도 널리 알려야 할 것 같은 사명감으로. 제주에서 의외로 한라산 모습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양 옆으로 길게 뻗어있는 한라산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나만 알고 싶은 그곳은 ‘수산한못’이다.13세기경, 몽고 원나라로부터 지금의 제주마 품종이 유입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 당시 제주(탐라)는 고려로부터 분리돼 원나라의 지배를 받았는데 이때 160필의 말을 수산평(넓은 들판이라는 뜻)에 방목하였다. 수산한못은 ‘수산의 큰 못’이라는 뜻으로 말들에게 물을 먹이기 위해 인공으로 조성된 연못이다. 본래 흔적만 남아있다가 2011년 말에 복원되어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는데 검은 돌과 억새, 나무, 탁 트인 주변 풍광과 오름이 어우러져 전혀 새 것 같지 않다. 말 그대로 자연스럽다. 말 목장과 밭들을 가로질러 가는 작은 길 중에 연못이 ‘짠’하고 나타나니, 내비게이션을 찍고 찾아갔음에도 내가 우연히 발견해낸 벅찬 기분까지 든다.대부분의 제주 하천은 비가 올 때만 흐르는 건천(제주에서는 내창), 말 그대로 마른 천인데 화산섬인 곳에 물이 고여있는 곳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 한라산의 윤곽과 바람에 일렁이는 연못, 제멋대로 춤을 추는 억새에 웅웅거리며 점잖게 도는 풍력발전기까지. 산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사방이 탁 트인 시원한 전경.어느 시간대에 가도 한가롭고 좋지만 제주 여행 중 한 장면을 가슴에 품고 싶다면 노을 질 즈음을 추천하고 싶다. 흐린 날도 좋고, 맑은 날도 구름 낀 날도 좋다. 매일의 노을이 색이 다르고 구름이 다르고, 수면에 비치는 모습이 다 다르다. 하늘을 사랑하는 1인으로 수산한못은 노을에 가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노을. 다음에는 제주에 살면서 노을을 보는 비밀의 산책길을 나눠야겠다.*김모아 작가의 ‘제주에서 살아보기’는 매월 첫째 주 목요일에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