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뉴욕과 키스 해링으로 채운 루이 비통 크루즈 쇼

뉴욕의 업타운과 다운타운이 런웨이 위에서 공존했습니다. 키스 해링의 그래픽, 미국식 스포츠웨어, 프릭 컬렉션의 고전 회화가 함께 등장했죠. 루이 비통 2027 크루즈 컬렉션 쇼는 뉴욕 특유의 에너지와 감각을 품었습니다.

프로필 by 김영재 2026.05.27

뉴욕은 늘 두 개 이상의 얼굴을 가진 도시였습니다. 업타운에는 오래된 세계의 우아함이 남아 있는 반면, 다운타운에는 거리의 에너지와 팝 컬처가 살아 움직이죠. 과거와 미래, 클래식과 스트리트, 서로 다른 시대와 감각이 한 도시 안에서 계속 뒤섞였습니다. 루이 비통 2027 크루즈 컬렉션은 이러한 뉴욕의 이중성에서 출발했습니다.


LOUIS VUIT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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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비통 2027 크루즈 컬렉션 패션쇼를 위해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선택한 장소는 뉴욕 어퍼 이스트 사이드의 프릭 컬렉션입니다. 유럽 고전 회화와 장식 미술 컬렉션으로 유명한 미술관인데요. 동시에 이번 컬렉션을 가장 잘 설명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다운타운의 팝 컬처와 업타운의 고전적 우아함, 미국 스포츠웨어와 프랑스식 사보아-페르. 서로 다른 문화와 시대가 교차합니다. 니콜라 제스키에르도 이번 컬렉션이 “업타운과 다운타운의 충돌”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외국인의 시선에서 바라본 뉴욕은 하나의 도시 안에 서로 다른 두 도시가 공존한다는 의미입니다.


루이 비통 2027 크루즈 컬렉션은 이러한 뉴욕의 구조를 인용했습니다. 런웨이에는 서로 다른 시대와 문화 코드들이 쏟아졌고요. 컬렉션 중심에는 데님이 있습니다.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미국 패션 특유의 캐주얼한 세련미에 대한 오마주라고 밝혔는데요. 블루 진은 르네상스를 연상시키는 하이넥 블라우스와 함께 등장했고, 복싱 쇼츠와 레더 바이커 자켓은 구조적인 테일러링이 자연스럽게 결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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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는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마크 트웨인의 소설에서 유래된 도금 시대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장식도 눈에 띄었습니다. 슬롯머신, 자동차 차체, 정교한 음각 디테일의 가죽 등 미국 대중문화의 단편들이 컬렉션에 편입됐고 재해석됐습니다.


그리고 이번 컬렉션의 중심에는 키스 해링이 있습니다.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키스 해링을 조명한 다큐멘터리를 본 뒤 그의 작업에 깊이 매료됐다고 밝혔는데요. 결정적인 계기는 루이 비통 아카이브에서 발견한 1930년대 레더 수트 케이스입니다. 키스 해링이 직접 그래픽 작업을 한 오브제로 루이 비통은 이번 크루즈 컬렉션의 중요한 출발점으로 삼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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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해링의 그래픽은 컬렉션 전체를 가로지릅니다. 빅 애플 프린트가 크롭 톱과 데님 위에 등장했고, 강렬한 그래픽 모티프는 가죽 톱 코트와 미니스커트 위를 채웠죠. 흥미로운 부분은 키스 해링 자체가 이번 컬렉션의 흐름과 닮아 있다는 점이더군요. 지하철 드로잉과 그래피티로 시작한 키스 해링의 작업은 이후 뉴욕 미술계 전반으로 빠르게 확장됐는데요. 거리와 갤러리, 반항과 제도 사이를 오갔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번 컬렉션이 묘사한 뉴욕의 이중성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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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렉션의 컬러는 강렬했습니다. 분위기는 자유로웠고요. 태슬과 브레이드 장식은 그래피티처럼 사용됐고, 시퀸 자수는 예상을 깨는 레이스 디테일로 확장됐습니다. 스포츠웨어처럼 보이는 실루엣 뒤에는 오페라 의상처럼 극적인 장식이 따라왔죠. 쇼는 마지막까지 하나의 스타일로 요약되길 거부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요소들이 신기할 만큼 자연스럽게 어울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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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장식 미술과 고전 회화를 미국적인 시선으로 조명해온 프릭 컬렉션 안에서, 루이 비통은 가장 프랑스적인 장인 정신으로 미국 스타일을 다시 바라봤습니다. 모델들은 거장들의 회화 앞을 지나며 레코드판 형태의 클러치와 모노그램 복싱 글러브, 비즈 장식 테이크아웃 박스를 들고 서로 다른 시대가 교차하는 공간을 가로질렀습니다. 프릭 컬렉션의 고전 회화 앞을 지나던 키스 해링의 그래픽과 뉴욕식 오브제들. 이번 루이 비통 크루즈 쇼는 뉴욕이라는 도시가 가진 이중적인 분위기를 런웨이 위로 옮긴 컬렉션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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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사진 COURTESY OF LOUIS VUIT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