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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가 된 숏폼 드라마 시장, 성공한 작품은?

Z세대 전유물로 여겨졌던 숏폼 드라마의 진화 과정과 역사를 살펴 본다.

프로필 by 라효진 2025.08.20

숏폼 드라마는 Z세대 전유물?



얼마 전만 해도 숏폼 드라마는 소수의 팬덤 혹은 10대만 보는 콘텐츠 같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사뭇 다릅니다. 50대의 64%, 60대의 56%도 숏폼을 시청한다는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처럼 전 세대가 이제 빠르게 정보를 습득하고 넘기는 숏폼에 익숙해졌기 때문인데요. 숏폼은 더 이상 특정 세대 전용이 아니라 지하철 출근길 직장인부터 주말 저녁 집에서 쉬는 중장년까지 즐기는 보편적 포맷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트렌드에 힘입어 숏폼 드라마 시장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요. 일찌감치 숏폼 드라마의 성공을 확인한 중국 시장을 따라잡기 위해 국내 제작사에서도 공격적으로 IP를 확보하고 질 좋은 숏폼 드라마를 빠르게 생산하는 중입니다.


지금 OTT와 방송사는 포맷 전쟁 중


그렇다면 각 채널이 숏폼에 도전하는 이유는 뭘까요? 목표는 간단합니다. 앱에 들어온 이용자가 숏폼으로 진입한 뒤 뉴스, 드라마, 예능 등 다른 콘텐츠로도 유입되고 오래 머무는 ‘슈퍼앱’ 경험을 주는 것. 이를 위해 숏폼, 미드폼, 롱폼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며 시청자의 니즈를 파악 중입니다.


숏폼 드라마는 미니시리즈와는 문법이 완전히 다릅니다. 에피소드 한 편이 몇 분이면 끝나는 스낵형 콘텐츠이기에 스토리 전개도 빠르죠. 서사를 차곡차곡 쌓는 대신 길게 첫 장면부터 클라이맥스가 몰아칩니다. 카메라도 시청자의 시선을 붙잡기 위해 1인칭 앵글을 적극 활용하고 배우들은 관객과 눈을 맞추듯 연기하고요.



가장 적극적 행보를 보이는 티빙은 올 여름 ‘티빙 숏 오리지널’을 론칭하며 연말까지 19편을 순차적으로 공개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티빙 오프닝 시리즈’를 선보이며 단막극을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도전도 동시에 진행 중인데요. 최근 공개된 윤두준, 김슬기 주연의 <냥육권 전쟁>같은 작품은 단막극이지만 스타 파워를 투입하며 시청자의 반응을 살펴보는 중입니다.



웨이브는 오히려 익숙한 롱폼을 리뉴얼하는 방향으로 차별화를 택했습니다. <내 이름은 김삼순>, <미안하다, 사랑한다> 같은 명작을 6~8부작 시리즈로 재가공해 OTT 시대에 맞는 몰입감을 되살린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죠. 왓챠는 지난해 숏폼만 집중적으로 볼 수 있는 별도의 플랫폼인 ‘숏차’를 론칭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고요.


이외에도 펄스픽에서 제작한 정혜성, 윤현민 주연의 <싱글남녀>나 박하선, 이동건 주연의<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랑> 같은 작품은 이미 연기력으로 탄탄한 입지를 가진 배우들을 기용해 숏폼 콘텐츠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어요.



수많은 과정에서 최근 몇몇 성공 사례들은 숏폼 드라마의 가능성을 증명했습니다. 지난 6월 공개한 제작사 뉴 유니버스의 숏폼 드라마 <안녕, 오빠들>은 글로벌 플랫폼 ‘드라마웨이브’에서 3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한국 숏폼 콘텐츠의 가능성을 보여줬죠.


물론 아직 넘어야 할 산도 많습니다. 콘텐츠의 홍수 속 유저들의 채널별 유입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대중성보다는 서브 컬처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죠. 올해 1월 야심찬 청사진을 가지고 출범했지만 결국 4개월만에 서비스를 종료한 펄스픽처럼 제작을 중단하는 상황도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죠. 속도감 있게 자극을 줘야 하지만 막장 서사에 의존하는 경향을 지양하며, 숏폼 드라마 시장의 터닝포인트가 될 만한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를 받아 든 지금. 확실한 건 숏폼 드라마가 이제 젊은 세대의 전유물을 넘어 전 세대의 일상으로 들어왔고, 산업적 규모도 조 단위로 커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Credit

  • 글 이다영
  • 사진 각 OTT 및 방송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