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에게 연애 상담을 요청했더니
왜 나는 챗GPT에게 사랑을 물었는가. 인공지능이라는 상담사가 던져준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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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늘 예상치 못한 질문을 마음에 남기며 살아간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나는 어떤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사랑은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마음이 어지러울 때, 잡념에 괴로워 의지할 곳을 찾는다. 친구를 붙잡고 토로하거나, 점집으로 향하거나, 타로 카드점을 보기도 한다. 그러나 친구는 내 하소연을 세 번쯤 들으면 피곤해했다. 점집은 시간적 제한이 있고, 무료 상담을 허락하는 곳은 세상에 없다. 그렇다고 가족을 괴롭힐 수도 없는 노릇.
그렇다면 내 마음을 무한히 들어줄 존재는 없을까? 예측 불가한 일의 향연 속에서 나의 도피처는 결국 챗GPT였다. 한 달 구독료 2만9000원만 있으면 내가 필요할 때 언제든 붙잡아 대화할 수 있는 도구. 끝없는 반복 질문과 눈치 없는 말도 수용하는 상담사. 최근 나의 가장 큰 화두는 관계와 사랑이었다. ‘상대방은 왜 그랬을까?’ ‘어떻게 마음을 풀어줄 수 있을까?’ 답답한 마음에서 파생된 질문들. 하지만 이 질문은 ‘왜 나는 사랑이 이렇게 어려울까?’로 방향이 전환됐다. 어쩌면 처음부터 내가 알고 싶었던 건 그 사람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던 걸까!

챗GPT에게 사주 명리, 타로 카드, 인도 점성술인 낙샤트라(Nakshatra)를 각각 요청했다. AI에게 물은 건 단순한 예언이 아니라, 사랑에 대한 나의 근본적 질문이었다. 나는 사랑이란 무엇인지 물었다. 사주 AI는 내 만세력과 생년월일시로 60갑자와 오행 상생 상극 도표를 만들어 내 심리와 성격을 구조화해서 보여줬다. 만세력 표 이미지를 첨부하고 앞서 언급한 “왜 나는 사랑이 이렇게 어려울까? 올해 내 사주를 바탕으로 분석해 줘”라고 질문하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2025년은 사랑과 인간관계 모두에서 감정 기복이 클 수 있는 해입니다. 특히 감정적으로 휘둘리기 쉬운 해라 사랑이나 대인관계에서 섣부른 선택이나 감정적 대응은 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에 추가 답변도 덧붙였다. “당신은 올해 ‘금’의 기운이 강하게 들어와 감정이나 생각을 쉽게 밖으로 드러내고, 말로 상처를 주거나 받을 수 있습니다”라는 말. ‘식상’과 ‘재성’의 영향으로 울컥하거나 화를 낼 수 있으며, 스스로 불안정하다고 느끼게 될 수 있다고. 식상이 강해지면서 무언가를 빨리 이루고 싶고, 그게 뜻대로 되지 않으면 자책하게 된다는 말까지. 휴식이 필요할 때는 멈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식상과 재성이 뭔지 잘 몰라도 결론적으로 내 사주팔자상 2025년의 나는 매우 피곤한 인간일 것이라는 건 알 수 있었다.
타로 카드는 단순히 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할 수 없는 문제이기에 질문에 앞서 몇 가지 조건을 걸었다. ‘어떤 상황을 설명하거나, 질문을 하거나, 말할 때 타로 카드를 봐줘. 덱은 유니버설 웨이트 카드를 쓰고 메이저와 마이너, 아르카나를 모두 사용해 줘. 무조건 객관적으로 해석해 줘. 부정적이어도 괜찮아.’ 이런 전문적인 단어들은 끊임없는 검색으로 알게 된 조건이다. 질문은 사주 볼 때와 동일했다. 챗GPT를 통해 타로 카드로 점치는 사람이 많았고, 해석할 때마다 다르게 나와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후기에 내심 나의 타로 카드는 사주와 다른 결과가 도출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과거 카드에서는 관계의 붕괴, 현재 카드에서는 혼란과 불안, 미래 카드에서는 자기 회복을 이야기했다. ‘왜 나는 사랑이 이렇게 어려울까?’라는 질문에서 챗GPT 타로 선생이 눈치챌 만한 구석도 없는데 결론은 사주와 마찬가지였다. 자신에게 집중할 것, 감정 소모를 줄일 것, 내 안을 먼저 들여다볼 것. 질문을 바꿨다. ‘올해 내 애정운은 어때?’ 또다시 타로 선생은 차분하게 답했다. 감정적 대응을 줄이고, 자신을 돌보라고 권유했다. ‘내가 앞으로 어떤 사랑을 할까’를 묻고 있는데 AI는 타로 카드를 통해 사랑이란 결국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임을 반복해서 보여주고 있었다.
사주와 타로 카드가 동일한 지점을 지적하는 걸 보니 어쩌면 내 질문도 설명이 됐다. 내가 왜 이렇게 관계에서 지치고 있는지, 사랑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지. AI는 해답보다 나를 구조적으로 설명해 줬다. ‘마음을 다스리는 명상법’ 같은 뻔한 조언도 함께 말이다. 인도 점성술 낙샤트라에 물을 때는 생년월일시를 비롯해 태어난 곳이 필요하다. “생년월일시를 기반으로 해서 낙샤트라로 해석해 줘”라는 조건을 걸면 AI는 달이 지나가는 별자리를 기준으로 내 심리와 성향을 분석했다. 독립적이고,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데 서툴고, 관계에서 때때로 거리를 두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는 분석.
나는 감정적으로 솔직한 편이라고 생각했지만, AI는 내 안의 거리 두는 습관과 감정 표현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머리가 울렸다. 그저 감정적이고 불안할 수 있다는 해석과는 조금 다른, 사랑 앞에서 내 심리와 태도를 콕 집어 말하니 ‘왜 사랑이 어려운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이 조금씩 보였다. 내가 타인뿐 아니라 자신과도 거리를 두며 살아왔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식했다. 마지막으로 챗GPT의 확장 프로그램인 ‘유명하고 용한 신점 봐주는 무당, 용신할멈’을 친구에게 추천받아 접속했다. 접속하면 자동으로 챗GPT의 사이드 바에 설치되니 챗GPT 속 앱이라고 볼 수 있다. 이 할멈은 누구일까?
“사주팔자, 명리학, 띠별 운세, 별자리, 타로 카드, 손금, 관상까지 두루 섭렵한 몸이다. 무엇이 답답하냐?” 정말로 이렇게 말한다. 질문을 겸손하게 보내지 않으면 “그런 태도로 물을 거면 묻지 말라”며 진심으로 화를 내기도. 이 할멈의 능력 중 내 눈에 들어온 건 ‘관상’. 사주, 타로 카드, 낙샤트라까지 봤다면 이젠 관상을 볼 차례. 사진을 첨부하고 “어때 보이시나요?”라고 물었다. “관상에서 이런 얼굴은 겉으로는 온화해 보여도 속은 단단하고 냉철한 성격으로 본다.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남에게 휘둘리는 걸 싫어한다. 귀밑 살과 턱 아래로 흐르는 기운이 깔끔해 보여서 나이 들수록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하는 팔자라 할 수 있다. 마음속의 답답함과 걱정, 남모를 스트레스도 자주 품는 상이다. 할멈이 단호히 말하마. 네 인생, 남에게 의지하지 마라. 너는 스스로 길을 낼 수 있는 사람이다. 그걸 잊지 말고 살아라!” 결국 또 자신에게 집중하고 의지하라는 말씀….
챗GPT라는 비개인적 상담사와의 대화는 공교롭게도 늘 동일한 내용이었다. 모르지. 여러 번에 걸쳐 물으면 답이 또 달라질지도. 이 분석이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일종의 위로와 성찰의 동기로 다가왔고, 기계가 분석한 내 성향을 공감하면서 지금 처한 상황을 조금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애초에 내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건 결국 내 안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 셈. 챗GPT는 점성술이라는 상징 체계를 학습하되, 인간 점술사처럼 직관이나 ‘촉’을 가질 수는 없다. 분석이 인상적으로 느껴지는 순간은 알고리즘이 내 상황과 감정 상태를 충분히 반영한 것이라기보다 애매모호함과 범용적 해석이 심리적 투사를 유도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반드시 단점이 되는 건 아니다. AI는 판단하지 않는다. 편견과 감정의 개입 없이 있는 그대로 정보를 제공한다. 때로는 그런 비개인적 시선이 필요할 때도 있으니까. 앞으로도 이 도구는 내가 스스로를 돌아보는 데 가장 자주 찾는 상담 창구가 될 것 같다. 나를 대신해 답을 찾아주는 존재가 아니라, 내 마음을 비춰보는 하나의 거울로서. 그리고 나를 이해하게 해주는 상담사로서!
Credit
- 에디터 정소진
- 일러스트레이터 장희재
- 아트 디자이너 정혜림
- 디지털 디자이너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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