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니까?엠넷이 설립한 최초의 걸그룹 교육 기관이자 아이돌 양성 프로그램. <아이돌 학교>의 교가 제목은 ‘예쁘니까’다. 그처럼 신입생 입학 조건은 단 하나. ‘그냥 예쁘면 된다.’ 입학생을 모집하며 춤과 노래는 필요 없고 ‘예쁜 신입생을 모집합니다’라고 대놓고 써 놨을 정도다. 뇌, 마음, 끼가 예뻐도 된다고 했지만 그게 사족일 뿐이라는 걸 우린 이미 알고 있다. 그리고 신입생들이 교실로 차례차례 들어오는 1화 첫 장면, 의심은 확신이 됐다.세상엔 참 예쁜 사람이 많구나, 싶을 정도로 하나같이 예뻤다. 그걸 본인들도 잘 알고 있었다. 서로 “예쁘다” “귀엽다” “쯔위 닮았다” “쌍꺼풀 없는 수지 같다”는 칭찬을 건넸고 제작진은 한 술 더 떠 ‘예쁜 애 다음 더 예쁜 애’ 같은 경쟁적인 자막을 띄웠다. 쉬는 시간엔 서로 키와 몸무게를 묻고 누군가는 한숨을 푹 내쉬며 “자꾸 예쁜 애들이 들어오니까 이 사이에 껴서 뭔 일을 하고 있는 건가 싶었어요.” 같은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물론 그 아이도 충분히 예뻤다.) 그러니까 제작진이고 출연진이고, 오프닝 대부분의 시간을 얼굴이 예쁘다거나 몸매가 날씬하다는 얘기를 하는데 썼다는 얘기다.방송 시작도 하기 전에, ‘예쁘니까’라는 교가 제목만으로도 논란이 됐다. 그에 전경남 PD는 제작발표회에서 이렇게 답했다. “'예쁘다'라는 단어에 여러가지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열정이 있다거나, 마음이 예쁘다, 가능성 등을 보고 선발을 했습니다. 방송 후에는 그런 논란이 없어질 것 입니다.” ‘보면 안다’는 식이었고, 우리는 봤다. 예쁘니까 할 수 있다고 노래하는 가사, 그 외모지상주의의 실체를.성장형 아이돌 육성 학원물?이건 무슨 게임의 장르인가? 1990년대 히트했던 딸 키우기 게임 <프린세스 메이커>가 연상되는 이 문구는 <아이돌 학교>의 소개말이다. 하긴, 핑크색 필터를 먹인 듯한 예고편부터 2017년 현실의 것이 아니었다. 교과 과정 중 ‘무대 위기 대처술’을 설명하면서 비 오는 운동장에서 군무를 추게끔 하고 ‘멘탈 관리학’을 교육한다며 하얀 티셔츠와 쇼츠 차림으로 명상을 시킨다. 그리고 카메라는 물에 흠뻑 젖은 교복과 들숨, 날숨을 뱉는 흉곽의 움직임을 훑는다.본편은 이런 예고가 단순 이미지가 아니란 것을 증명했다. 핑크색 의자와 책상, 벽으로 꾸며진 교실 속 세일러복을 입은 학생들. 어두워지면 러플이 달린 핑크색 잠옷 차림으로 핑크색 내무반 세트에서 잠이 든다. 체육 혹은 댄스 시간엔 부르마(일본식 체육복. 일본에서도 점점 없어지는 추세)에 가까운 차림새로 달리거나 스쿼드 자세를 취한다.보컬 선생님인 바다는 2화에서 “이건 예능이 아니다. 이 아이들의 꿈과 삶의 한 순간 현실을 두고 함께 보는 것이기 때문에 진심 어린 응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 말처럼 소녀들의 꿈과 일상은 판타지를 자극하는 핑크빛 세상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그리고 소녀들의 꿈을 결정 짓는 육성회원, 즉 시청자들은 기꺼이 그 일상을 관음 한다. 마치 게임 캐릭터를 키우는 플레이어의 시선으로 말이다.노력형 그리고 인성을 중시하는 인간중심 교육?<아이돌 학교>가 내세운 <프로듀스 101>과의 가장 큰 차별점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 하지만 <프로듀스 101> 시즌 1에 출연했던 이해인, JYP 엔터테인먼트 출신의 나띠, SM 루키즈의 서혜린처럼 ‘연습생 출신’ 학생들이 꽤 섞여 있었다. 기획사에서 트레이닝을 받은 경험이 있는 학생들이 꽤 섞여 있었다. 그들은 인지도는 물론 실력에 있어서도 빛난다. 아이돌 학교의 교육 기간은 겨우 11주. 일반인 학생이 그들과의 격차를 좁히기란 과연 쉽지 않을 것이다.사실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기괴하게 느껴지는 순간은 매주 성적표를 공개하는 장면이다. 1등부터 40등까지 차곡차곡 공개되는 ‘인기 순위’ 그리고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얼굴엔 은은한 미소를 띄운 채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미소녀들. 적어도 <프로듀스 101> 순위 공개에서는 긴장과 아쉬움, 슬픔, 짜증 등 인간적 감정이 섞여 있었건만 <아이돌 학교>는 그조차도 예쁠 뿐이다.최하위 등수를 기록한 학생은 매주 생방송으로 육성회원들에게 심경을 토로하고 일종의 구애 멘트를 전하는 시간을 갖는다. 아마 인생에서 가장 굴욕적이고 당황스러운 순간에도 매력을 발산해야 하는 것이다. (2주 연속 최하위를 기록한 김나연은 이렇게 말했다. “아, 그렇게 안쓰러운 눈으로 쳐다보지 마세요.” 정말 볼 수가 없었다.) 그렇다. 예쁘면 된다고 말하는, 세상에서 가장 잔혹한 핑크색 학교가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