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를 사랑해서 그리게 된 사람들
새를 사랑하면 매일매일의 일상은 분명히 달라진다. 도시인들의 탐조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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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으로 탐조를 다녀온 윤예지 작가의 기록
윤예지
Instagram @seeouterspace
」동물을 그리는 것을 즐거워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서울동물영화제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 그림을 보탠다.
새를 사랑하게 된 순간
작업물에도 피사체로 종종 등장할 만큼 본디 동물을 좋아해왔다. 본격적으로 새에 빠지게 된 것은 2023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수라>에 감동받아 군산 수라 갯벌을 방문한 이후. 난생처음 필드스코프로 저어새를 관찰했다가 또 다른 우주를 발견한 기분을 느꼈다. 지금은 집에 인공 새집을 설치하고, 쌍안경과 도감을 사고, 여러 워크숍을 들으며 어머니와 탐조 모임을 가기도 한다. 탐조활동을 위해 면허도 딸 예정! 어른이 돼 스스로 하는 탐구생활은 정말이지 즐겁다.
새로 얻은 일상의 기쁨
탐조는 새를 만난 풍경까지 포함해 기억 속에 소유하게 되는 경험이다. 인공적인 공간에서 빠져나와 잠시나마 자연 속에서 현재에 집중하고, 오직 나를 위한 휴식을 갖는 경험. 새소리를 인식하게 된 이후에는 어디를 가도 새소리가 들려온다. 이 도시에 이렇게 지저귀는 생명이 많다는 사실은 삶의 반짝임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새를 사랑하여 알게 된 것
새는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덤불이나 거친 숲을 더 좋아한다. 정비된 근린공원, 매끈한 하천이 아닌 생태구역이 보존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지구 위에 사는 인간의 책임과 의무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예를 들어 전신주 위에 지은 까치집을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적은데도 반드시 철거해야 하는지 같은 것. 철새 도래지에 신공항을 건설하는 생태 문제의 심각성을 더 크게 느끼게 된다.
탐조생활 버킷리스트
한국에서 꼭 만나고 싶은 것은 긴꼬리딱새. 유리딱새, 쇠유리새, 청호반새, 팔색조…. 평소 좋아하는 파란색의 새들과 밤의 친구인 올빼미도! 오래전 아이슬란드를 여행할 때 ‘퍼핀’을 찾아다니던 신혼부부를 만난 적 있는데, 그들의 당시 심정이 절실히 이해된다.

배현정 작가가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을 담아 그린 솔부엉이와 오색딱따구리 등 새들의 모습
배현정
Instagram @som_press
」1인 출판사이자 그림 스튜디오 ‘솜프레스’ 대표. 2023년부터 생활탐조일기 <새소식>을 펴내고 있다.
새를 사랑하게 된 순간
팬데믹이 세상을 뒤덮었던 시기, 집 주변 산책로를 걸으며 보고 느낀 것을 기록한 <걸어서 만든 그림> 출간 즈음. 새가 있는 풍경을 자꾸 그리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터닝 포인트는
2023년 숲해설가 교육과정 중 북한산국립공원 일대를 탐조하다가 솔부엉이를 만났을 때. 동행한 조류 박사님의 망원경을 통해 솔부엉이와 눈을 마주쳤던 순간 무더운 여름을 가로질러 도착한 찌릿하고 서늘한 감각에 관통당했고, 2024년 탐조를 위해 떠난 대만 여행에서는 탐조가 평생의 취미가 될 것임을 예감했다. 이제는 어느덧 주변 사람도 새만 보면 내게 사진을 찍어 보내거나 관련 선물을 할 정도. 15세 강아지인 나의 산책 친구 바우도 좋은 탐조 동행자다.
새로 얻은 일상의 기쁨
항상 빨간 모자를 쓴 것 같은 오색딱따구리를 마주치기를 기도하며 동네를 걷는다.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는 소리, 초여름 아침의 꾀꼬리 소리, 울창한 숲속의 되지빠귀 소리…. 새가 좋아진 후로 좋아하는 것이 많아져 이제는 싫은 것들이 작고 희미하게 느껴진다. 돌아보면 처음은 들풀이었다. 흔들리는 들풀을 보다 보니 차츰 나무가 보이고, 새와 버섯, 하늘과 땅이 보였다.

배현정 작가가 한지 위에 그린 수리부엉이. 밤의 새를 만나는 것은 모든 탐조인의 꿈이다
새를 사랑하여 알게 된 것
새를 보러 갔다가 서식처를 잃어가는 새를 위해, 환경보호를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만나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살아 있는 모두가 연결됐다는 걸 느낀다. 탐조를 위해서는 코어와 인내력도 필수라는 사실!
기억에 남는 피드백
계절마다 펴내는 생활탐조일기 <새소식>에 소개된 새 중에서 다시 만나고 싶은 새들을 판화로 새기고 찍어내 자연 판화 시리즈 <다시 만나고 싶은 새들> 전시를 했다. 전시를 본 누군가가 남긴 “그 새들을 그래서 다시 만났는지 궁금하다. 꼭 만나길 바란다”는 방명록 글을 보고 그의 마음이 새처럼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초보 탐조인을 위한 추천 도서
탐조인의 벗 <한국의 새>, 도시탐조인을 위한 <도시를 바꾸는 새 : 새의 선물을 도시에 들이는 법>과 <모험도감>, 아름다운 그림책 <까치밥나무 열매가 익을때>, <아름다운 딱다구리를 보았습니다>까지.

이다 작가가 그린 새들의 기록.
이다
Instagram @2da
」언젠가 까마귀와 친구가 되고 싶은 일러스트레이터. <이다의 자연 관찰 일기> 등을 썼다.
새를 사랑하게 된 순간
몇 년 전 은평구 언덕에 자리한 빌라로 이사했다. 어느날 ‘훼잇훼잇’ 하는 특이한 울음소리가 들려 밖을 봤다가 처음 보는 새 수십 마리가 창문 앞 바위 벽에서 놀고 있는 장면을 봤다. 머리는 검고, 꼬리는 아주 길고, 너무 예쁜 하늘색을 띠고 있던 새들이 물까치라는 걸 나중에 알았다.
일상의 자연물을 작업으로 남기는 과정은
사진과 달리 그림을 그릴 때는 대상을 자세하게 보게 된다. 넓적한 부리를 뾰족하게 그리는 것만으로 청둥오리가 아니게 되거나, 통통한 배와 물갈퀴를 잘못 그려도 알아볼 수 없는 새가 되는 것처럼. 예전에는 꼭 그림이 사실과 같을 필요 없다는 주의였는데, 생물을 그리며 특징의 정확성을 표현해야 할 필요성을 깨달았다.
새를 사랑하며 알게 된 것
아주 작은 자연만 있다면 새는 어디서든 찾아온다는 사실. 숲이 있으면 오색딱따구리가, 물이 있다면 흰뺨검둥오리와 쇠오리가 온다. 그리고 그 자연이 없어지면 새도 떠난다. 동네 불광천이 몇 년째 정비 중인데 찾는 새가 나날이 줄어드는 게 느껴진다. 인간의 눈에 지저분한 수초와 덤불을 걷어내는 바람에 번식을 위해 몸을 숨길 곳을 잃은 것 아닐까.
가장 큰 기쁨을 주는 새
까마귀! 손가락처럼 보이는 거대한 검은 날개, 반들반들 윤기를 띤 새까만 몸도 너무 예쁘다. 아침에 까마귀를 보면 온종일 기분이 좋다.
탐조생활 버킷리스트
아직은 많은 새를 한 번에 본 적 없다. 영화 <수라>에 등장한 도요새 군무를 볼 수 있다면!
Credit
- 에디터 이마루
- 아트 디자이너 정혜림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
- 일러스트 윤예지 · 배현정 · 이다
엘르 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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