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타 리는 세계에 부는 K-열풍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역사적인 K-문화의 전성기 한 가운데서 외친 '한국계 미국인' 그레타 리의 통쾌한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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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영화 <트론>은 개봉 당시 큰 호평을 받거나 수익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그건 비슷한 시기에 제작된 비슷한 분위기의 작품 <블레이드 러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 할리우드에는 분명 사이버 펑크 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터미네이터> 이전까지 대중적인 장르로 취급되진 않았죠. 하지만 <트론>은 시간이 지날수록 재평가를 거듭하며 이제는 사이버 펑크 장르의 전설적 영화로 꼽힙니다. 이는 <트론>에서만 사용된 CGI 등의 특수효과로 창조된 놀라운 비주얼 덕일 겁니다.

<트론>은 2010년 <트론: 새로운 시작>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했습니다. <탑건: 매버릭>, <F1 더 무비>의 조셉 코신스키의 첫 영화 연출작으로도 기대를 모았지만 좋은 평가를 얻지는 못했어요. 후속 프로젝트였던 <트론: 어센션>은 디즈니 내부 분위기 상으로 제작이 취소되기까지 했죠. 그리고 15년이 흐른 2025년, 시리즈는 <트론: 아레스>로 부활했습니다.
우선 <트론> 세계관에선 가상 세계에서 창조된 존재를 현실 세계로 끌어올 수 있습니다. <트론: 아레스>는 이 위대한 유산을 빅 테크와 인공지능(AI)으로 시끄러운 오늘날로 데려왔습니다. 극 중 가상 세계에서 태어난 AI 병기 아레스(자레드 레토)는 현실 세계에서 단 29분만 존재할 수 있는데요. 세계 최고의 프로그래머인 이브 킴(그레타 리)이 이를 해결할 해답을 발견합니다. 고도로 지능이 발달한 아레스는 통제를 벗어나 자신만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움직이고, 이 과정에서 이브 킴과 만나게 되죠.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의 캐릭터들이 서로의 욕망으로 부딪히는 사이 인류는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주연급 출연진 가운데 반가운 얼굴이 있습니다.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로 제81회 골든 글로브, 제29회 크리틱스 초이스 등에서 여우주연상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린 그레타 리입니다. 그가 맡은 이브 킴 역은 1982년 <트론>의 천재 프로그래머 플린(제프 브리지스)가 남긴 '코드'를 풀어낸 천재 컴퓨터 프로그래머죠. 15일 <트론: 아레스>의 홍보차 한국을 찾은 그레타 리는 취재진 앞에서 벅찬 감정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그는 "아무리 여러가지 상상을 해 봐도, 할리우드 영화의 한국인 주인공으로 한국에 올 수 있단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라며 이 작품이 자신에게 갖는 의미를 전달했어요.
그레타 리의 대표작인 <패스트 라이브즈>와, 대표작이 될 <트론: 아레스>는 전혀 다른 영화입니다. 두 작품으로 정신과 육체의 두 극단을 오간 그는 "<트론: 아레스>는 굉장히 몸을 많이 써야 하는 영화다. 스턴트가 굉장히 많았다. 어렵기도 했고, 스스로 겸허해지는 경험도 했다"라며 "정적이고, 내면을 들여다보는 자연스런 감정 연기 이후 몸을 많이 쓰는 영화를 할 수 있게 돼 기쁘게 생각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그레타 리는 이날 공개된 풋티지 영상 속에서도 쉴 틈 없이 달리는데요. 이에 "정말 달리기 실력은 제대로 늘었다. 올림픽에서 뛰어도 될 정도였다"라고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그러면서 "달리는 촬영을 할 때마다 '못 뛰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죽기살기로 뛰었다"라고 덧붙였죠.

그레타 리가 말했듯 한국계 배우로서 <트론>이라는 거대 프랜차이즈의 주인공이 된 건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는 "몇십 년을 연기하며 할리우드에서 정말 많은 변화가 일어났고, 실제로 목격했다"라고 말문을 열며 "이러한 영화와 캐릭터가 최초라는 것이 그 변화의 시작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했는데요. 동양계 배우들에게도 더 많은 기회가 열리는 시발점으로서의 변화가 그에게도 희망적으로 느껴진다는 거였죠. 이 출발점에서 그레타 리는 부담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고 말했습니다.
동양계 중에서도 '코리안 아메리칸'의 할리우드 활약이 돋보이는 요즘입니다. 그레타 리는 이 같은 K-열풍이 피부로 와 닿느냐는 질문을 받고 단번에 "드디어(Finally)!"라고 외마디 탄성을 내뱉었습니다. 그는 "사실 한국인들은 우리가 세계 최고란 걸 알고 있지 않았나. 전 세계가 이제야 정신을 차렸다"라고 재치있는 답변을 내놨어요. 이어 "개인적으로도 기쁠 뿐만 아니라 스스로 생각했던 걸 확인, 인정 받는 기분"이라며 "세상은 얼마나 더 대단한 걸 볼 수 있는지 아직 모른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습니다.

그레타 리 개인 역시 최근 몇 년 사이 배우로서의 성취가 눈에 띄는데요. 할리우드 상업 영화와 독립 영화 모두가 찾는 얼굴이 된 그는 "제3자 입장에서 저를 평가하는 건 어렵다. (잘 되기까지) 왜 이렇게 긴 시간이 걸렸는지도 대답하기 쉽지 않다"라면서도 "한국계 미국인, 여성 등 나의 정체성을 뛰어 넘어 모든 캐릭터의 '인간성', '사람' 자체에 집중하려 한 노력이 오늘날 이 자리에 오게 해 준 것이 아닐까 싶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레타 리는 "내가 연기하는 캐릭터를 관객에게 공감하게 하는 것이 배우의 궁극적 목적이고, 영화의 목적이기도 할 것"이라며 "영화는 '모두를 위한 것'이어야 하기 때문에 실제적 사랑과 인간성에 집중하는 게 맞다"라고 철학을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트론: 아레스>는 CGI 영화의 시초라고도 불리는 기념비적 프랜차이즈의 새 작품입니다. 그만큼 <트론>의 세계관을 지켰지만 시각적 만족감을 극대화하는 효과들이 풋티지 영상에서도 확인됐죠. 그레타 리는 "최근에 알게 됐는데, 1982년 첫 <트론>이 나왔을 당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스페셜 이펙트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지 못했다"라며 "당시에는 특수효과에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이 편볍이나 반칙이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단히 시대를 앞서간, 의미 있는 영화"라고 자부했습니다. 드디어 찾아 온 AI 시대와 제프 크로넨웨스 촬영 감독의 시네마토그래피, 나인인치네일스의 OST까지 가미된 <트론: 아레스>는 10월 8일 개봉합니다.
Credit
- 에디터 라효진
-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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