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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 속 유아인의 분량은 얼마나 될까?

예고편에선 머리카락 한 오라기 보이지 않았다.

프로필 by 라효진 2025.03.07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촬영을 끝낸 영화 <승부>는 비슷한 시기에 제작한 여느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적당한 개봉 시기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순식간에 얼어 붙은 극장가 분위기는 좀처럼 회복될 줄 몰랐어요. 결국 <승부>는 극장 개봉 대신 넷플릭스 공개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다만 창고에서 낡아가던 영화들 사이에서도 <승부>는 분명한 소구점을 갖고 있었죠. 한국 바둑계의 전설, 조훈현과 이창호의 대국을 다뤘다는 점이 그렇고요. 이 두 인물을 각각 이병헌과 유아인이 연기한다는 점 역시 그랬습니다. 주연 배우 유아인이 마약 투약 혐의로 붙잡히지만 않았다면, <승부>는 2023년 최고 흥행작이 됐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당시 유아인은 <승부>를 비롯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종말의 바보>, 영화 <하이파이브>의 공개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옥> 시즌2의 제작도 시작될 참이었고요. 우선 <지옥> 시즌2는 아예 주인공을 바꿨습니다. <종말의 바보>는 유아인의 분량을 최대한 들어내고 2024년 공개했습니다. 남은 건 <승부>와 <하이파이브>. 이 중 <승부>가 먼저 나섰습니다. 넷플릭스 앞에서 멈춰 있던 발걸음을 돌려, 극장 개봉을 확정했거든요.




우선 그간 공개된 <승부>의 예고편 등을 보면, 유아인의 아역을 맡은 김강훈은 볼 수 있지만 유아인은 나오지 않습니다. 과연 영화에선 유아인이 얼마나 등장할 지 궁금해지는 대목인데요. 내용이 조훈현과 이창호의 승부 그 자체이기 때문에 유아인을 편집한다면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을 테니까요.



7일 열린 <승부> 제작보고회에서 그 답이 어렴풋이 나왔습니다. 김형주 감독은 일단 "홍보물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이 되므로 그 점을 고려했다"라며 예고편에서 유아인을 지운 배경을 설명했어요. 굳이 논란의 인물을 잠재적 관객들에게까지 보여 줘서 부정적 감정을 일으킬 필요는 없다는 판단으로 읽혀요.




이어 김 감독은 "스토리 구조나 기획 의도를 생각했을 때, 이미 완성된 영화를 다시 편집하는 것이 저로서는 이야기가 성립이 안 될 것 같았다"라며 당초 유아인의 분량을 전혀 편집하지 않았음을 시사했습니다. 결국 스승 조훈현과 제자 이창호의 승부 이야기고, 그 무게추가 조훈현 쪽에 좀 더 기울어져 있더라도 극 중에서 두 사람이 서로를 언급하지 않고 영화를 진행할 수는 없었다는 입장이죠.



감독은 "영화가 공개되고 나면 그런 부분들을 충분히 납득하실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싶다"라며 "감독 입장에서는 영화가 세상에 나오기 전에 예상치 못한 상처를 입었는데, 제가 또 거기에 (편집으로) 상처를 내고 싶지는 않은 마음"이라고 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극장을 찾아주시는 분들에게 최초 의도대로 영화를 선보이는 것이 도리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라는 심정을 털어 놓았네요. 더불어 이병헌이 연기하는 조훈현을 관전 포인트로 내세운 <승부>는 우여곡절 끝 26일 개봉합니다.


Credit

  • 에디터 라효진
  • 사진 바이포엠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