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의 축복이 끝이 없는 호텔 디자이너의 파리 하우스
생동감 넘치는 색감과 패턴의 향연! ‘마마 쉘터’ 아트 디렉터 벤저민 엘 도가일리의 파리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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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망스 세이유(Cle′mence Seilles)가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장식한 문 앞에서 1980년대에 제작된 래커 우드 체어를 짚고 서 있는 벤저민.
개성 넘치는 공간으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온 호텔 ‘마마 쉘터(Mama Shelter)’. 마마 쉘터의 디자인을 이끌어온 벤저민 엘 도가일리(Benjamin El Doghaïli)가 파리 20구 뷔트 쇼몽 인근의 아파트로 우리를 초대했다. 특유의 유쾌한 감각을 따라 낡은 목공소 건물은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는 보금자리로 거듭났다. “맞은편에 다른 건물이 없어 전망이 탁 트여 있고, 음악을 크게 틀어 파티를 즐길 수 있어요. 가족, 친구들과 함께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집이죠. 여기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면 어땠을까 상상하곤 해요.” 벤저민은 웃으며 이야기했다. 유쾌하고 열정 넘치는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그는 파리 말라케 국립고등건축학교(E´cole Nationale Supe´rieure d’Architecture Paris-Malaquais)를 졸업하고 6년간 전 세계를 다니며 마마 쉘터의 아트 디렉터로 일했다. 그러다 지난해 자신의 스튜디오 ‘디자인 트랑스베르살(Design Transversal)’을 오픈했다.

카를로 포르콜리니의 선반, 광택을 입힌 목재와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책장, 학창시절부터 쓴 테이블, 붉은색 래커 우드 체어가 놓인 거실.

직접 디자인한 프레임과 헤드보드로 완성한 침대, 마틸드 드니즈(Mathilde Denize)의 패치워크 작품, 뱅상 다레(Vincent Darre′)의 러그 ‘오소 뷔코(Osso Bucco)’로 장식한 침실.

거울 앞 의자는 마마 쉘터와 라 르두트가 협업한 ‘토트봇 솔리드 오크 체어(Totebot Solid Oak Chair)’.

화려한 패턴의 타일과 이동식 모듈 가구로 완성한 주방.

마마 쉘터와 라 르두트가 협업한 플로어 램프와 스툴, 직접 디자인한 수납장이 있는 거실 맞은편.

가운데 놓인 암체어는 도시유키 기타(Toshiyuki Kita)의 ‘윙크(Wink)’. 오래전부터 사고 싶었던 의자를 운 좋게 집 앞에서 발견해 집의 메인 컬러로 천갈이를 했다. 반사 재질의 유리 상판이 있는 테이블은 벤저민이 직접 디자인한 것. 뒤편 바닥에 놓인 조명은 로버트 손네먼(Robert Sonneman)이 조지 코박스(George Kovacs)를 위해 디자인한 데스크 램프, 천장에 매달린 조명은 잔 니콜라 지간테(Gian Nicola Gigante)가 체르베토(Zerbetto)를 위해 디자인한 네온 벽등.
벤저민의 집엔 그가 이름을 알리기 전부터 쌓아온 취향과 노하우가 담겨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마치 만화 속 세계를 연상케 하는 독특한 장면이 펼쳐진다. 바닥에는 선명한 나뭇결 패턴의 붉은 PVC 바닥재가 깔렸고, 거실에는 오래전부터 모아온 가구와 오브제가 놓여 있다. 포스트모더니즘, 특히 1980년대 디자인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탓에 입구에 놓인 푸른색 래커 우드 의자부터 곳곳에 놓인 가구나 조명의 대부분이 1980년대에 디자인한 제품이다. 여기에 마마 쉘터와 라 르두트(La Redoute)의 협업으로 제작한 한정판 가구로 공간의 개성을 높였다. 거실 한편에 놓인 금속 선반은 1980년대 카를로 포르콜리니(Carlo Forcolini)가 디자인한 ‘란(Ran)’으로, 벤저민이 일을 시작하고 처음 산 가구다. 이 옆에 목재와 알루미늄을 조화시킨 맞춤형 책장을 배치하고, 학생 때부터 사용했던 테이블과 붉은색 래커 우드 의자를 배치했다. 주방은 더욱 과감하다. 벤저민은 강렬한 패턴의 세라믹 타일을 조합해 특별한 주방을 완성했다. “나탈리 뒤 파스키에(Nathalie Du Pasquier)가 무티나(Mutina)를 위해 디자인한 타일 컬렉션 ‘마토넬레 마르게리타(Mattonelle Margherita)’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여기에 언제든 재배치가 가능한 이동식 모듈 주방을 제작했어요. 노란색과 검은색의 조합은 르 코르뷔지에의 라 투레트 수도원을 떠올린 결과예요.” 침실 역시 벤저민의 섬세한 손길이 곳곳에 닿았다. 스테인리스스틸로 만든 튜브 프레임에 아라베스카토 대리석 받침으로 제작한 침대는 그가 직접 디자인한 것이다. 여기에 서스펜션 스트랩과 칼랑크(Calanques) 패브릭으로 연출한 헤드, 캐시미어 블랭킷을 더해 유니크하면서도 포근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욕실과 침실 입구를 장식한 노란색 아치는 조르조 데 키리코(Giorgio de Chirico)의 회화 속 강렬한 건축물을 연상케 한다. 특히 에메랄드 그린을 더한 욕실 입구 아치에는 ‘트롱프뢰유(Trompe L’Oeil)’ 기법을 적용해 빨려 들어갈 듯한 착시 효과를 냈다. 내부는 장 피에르 레이노(Jean-Pierre Raynaud)의 1969년 라 셀-생-클루(La Celle-Saint-Cloud) 하우스에서 영감을 받아 흰색 타일과 검은색 줄눈으로 마무리했다.

필립 스탁의 세면대 ‘로라 헤르츠버그(Lola Herzburg)’, 벤저민이 디자인한 조명 딸린 타원형 거울, 오팔 유리 소재의 아플리케 벽 조명이 있는 욕실.

1994년 잉고 마우러가 디자인한 벽 램프 ‘원 포 더 리세션(One for the Recession)’이 놓인 화장실.
스튜디오 설립 후 1년, 벤저민은 현재 맨해튼 펜트하우스, 뉴욕 스타트업 사무실, 파리 음반 녹음 스튜디오, 네덜란드 디자인 브랜드를 위한 오브제 컬렉션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디자이너로서 본격적인 여정을 시작한 그가 또 어떤 방식으로 우릴 놀라게 할까? 다채로운 미감으로 가득 찬 그의 집이 힌트가 돼줄 것이다.
Credit
- 에디터 윤정훈· YANNICK LABROUSSE
- 사진가 AUDREY SCHNEUWLY
- 아트 디자이너 김려은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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