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집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방식
의류 브랜드 미미씨엘의 대표 부성희의 한남동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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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살 대문 위의 처마에 난 구멍으로 빛이 통과한다. 비가 오면 아래 바위에 빗물이 고이며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 연출된다.

거실 옆 테라스. 강한 남향 빛에 대비해 처마를 만들되, 건물 구조의 일부처럼 보이도록 묵직한 형태로 디자인했다. 루버 위에 유리를 덧대 빗물은 막고 빛만 통과한다. 정면에 보이는 것은 벽난로.

둥근 곡선이 부드럽게 코너를 감싸며 동네와 어우러지는 외관을 만든다.
부성희는 브랜드 대표로서 SNS에서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는 것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일의 특성상 일상 속 장면들을 자주 보여주다 보니 공간의 어떤 부분이 나와도 보기 싫지 않았으면 했어요. 종종 집을 배경으로 촬영할 때도 있어 이질감을 낮추고 싶었고요.” 아일랜드 식탁에 인덕션이 설치돼 있지만, 그와 별개로 거실 안쪽에 또 다른 주방이 있다. 아무리 깔끔하게 써도 지저분해지기 쉬운 주방. 조리 과정에서 냄새가 퍼지기도 쉬워 애당초 벽으로 거실과 완벽히 분리해서 효율성 높은 수납공간을 꾸렸다. 아일랜드 키친은 손님에게 내놓을 차를 끓이거나 간단히 음식을 데우는 정도로 활용한다. 이곳으로 이사 온 지 1년, 부성희의 작은 바람은 이 집을 자신의 ‘화이트 큐브’로 만드는 것이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갖추고 싶지 않았어요. 과거엔 끼워 맞추듯 가구 세팅에 완벽을 기했는데, 앞으로는 무리하지 않고 정말 마음에 드는 가구로 채우고 싶어요. 좋아하는 예술 작품을 차근차근 모아 저만의 갤러리처럼 만들고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거실에 이배 선생님 작품을 걸고 싶네요. 테라스의 소나무와도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화려한 패턴의 타일과 간접조명으로 오브제적 성격을 강화한 계단. 안정감을 주는 기둥과 뱅앤올룹슨 스피커, 비앤비이탈리아 카멜레온다 소파가 놓인 거실 풍경. 아이들을 위한 수영장이 있는 테라스. 소파를 등지고 바라본 거실 왼편엔 주방이 숨어 있다. 스테인리스로 만든 아일랜드 키친, 석재를 둥글게 마감해 완성한 테이블은 바이아키텍쳐에서 디자인한 것.

2층 복도. 왼쪽엔 화장실, 오른쪽엔 부부 침실과 아이들 방이 있다. 천창으로 스며드는 빛은 군더더기 없이 마감된 순백의 공간에 변화를 주는 숨은 조연이다.
부부의 침실과 두 자녀의 방, 욕실이 있는 2층은 거실처럼 군더더기 없다. 여백이 깃든 공간에서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어김없이 빛. 손잡이조차 없는 방문을 모두 닫으면 온통 흰 복도만 남는데, 단조로워질 찰나에 천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이 시시각각 다른 음영을 드리운다. 이병엽이 둔 또 다른 묘수다. “아래층에서 느낀 빛에 대한 감각이 2층까지 이어졌으면 했어요. 문 손잡이는 굳이 달지 않았어요. 목적성이 강한 요소라 보이는 순간 손을 뻗게 되니까요. 이를 생략함으로써 공간을 한 번 더 만지고 느낄 수 있어요.” 타인의 필요를 자신의 언어로 구체화하고 충족하는 것. 옷을 만드는 일과 집을 짓는 일의 공통점이다. 두 사람의 언어가 교차하는 집은 저만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무르익어갈 것이다. 천천히, 그리 소란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부부 침실. 침대는 위트만의 윙스 베드.

해스텐스 침대가 놓인 아이들 방.
Credit
- 에디터 윤정훈
- 사진가 최용준
- 아트 디자이너 김강아
- 디지털 디자이너 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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