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
[엘르보이스] 당신이 오늘 감각한 건 무엇입니까?
잠시 잃었던 오감을 되찾고 나서 깨닫게 된 '호들갑'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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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주 차 수요일 저녁. 운동 후유증인지 근육이 욱신거렸다. 종아리 근육통이 심각해 파열된 줄 알았다. 힘 빠진 몸은 축 처졌다. 다음날 아침, 내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근육의 고통 강도가 최대치를 찍었고, 두통 때문에 눈을 뜰 수 없었다. 도대체 나에게 무슨 일이?
요즘 재유행인 코로나19와 독감 검사를 받았지만, 음성이었고 결론은 그냥 몸살. 지난 5년간 코로나19에 감염된 적 없던 터라 나는 증상을 잘 몰랐다. 수액을 맞고 근육통은 사라졌지만, 사흘 차부터 인후통이 시작된 것. 마감 기한과 인후통이 맞물릴 것 같은 불안에 또 3만 원짜리 코로나19 검사를 받았지만 결과는 음성. 그리고 그날 저녁, 후각과 미각을 상실했다.
내가 좋아하는 ‘패티스앤베지스’ 햄버거를 사 먹었지만 맛은커녕 냄새도 못 맡고, 그냥 햄버거 질감만 느끼며 배를 채운 사람이 됐다. 아침에 뿌린 향수는 뿌려진 건지 만 건지 모를 일이었고, 양치질을 해도 청량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감각의 부재는 생각보다 대형 사고였다. 눈을 질끈 감았을 때 느껴지는 어둠만큼 답답했고, 극단적으로는 내 존재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고 보면 나는 하늘의 아름다움에 젖어 감성 사진을 찍고, 바닷가를 바라보며 파도 소리에 집중하고, 맛있는 음식 한 입에도 감동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늘 인색했다. ‘뭐가 저렇게 대단하다고 일상에서 쉽게 감동받고 감성에 젖는 걸까?’ 감정에 쉽게 동화되는 성향이 아니고, 비교적 무뚝뚝한 편에 가깝다. 극도로 자극적인 상황이나 예상치 못한 변화에만 약간 반응하는 정도. 이를테면 출장 후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라이즈가 옆자리에 앉은 상황 정도는 되어야 반응하는. 잔잔한 일상에서 감각하는 것들은 그저 평범한 것으로 취급해 왔다. 이것이 후각과 미각을 잃고 돌아본 나에 대해 내린 결론이다.

© kateryna-hliznitsova
중요한 깨달음은 일상에서 불현듯 찾아온다. 인간은 행복한 삶을 좇으며 살아간다. 어젯밤에 야근을 했어도 오늘 아침에 들이켜는 커피 한 모금은 맛있다. 그 덕에 사는 것 아닌가? 행복을 만들어주는 핵심 요소를 간과하며 살고 있지는 않은지. 오늘 아침 마주한 햇빛은 얼마나 뜨거웠나? 오늘 감각한 것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은 무엇인가?

「
<엘르> 피처 막내 에디터. 다양한 또래 여성들의 이야기를 취재하며 바쁜 일상에서도 재미난 사랑을 꿈꾼다. 정소진
」Credit
- 에디터 정소진
- 아트 디자이너 민홍주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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