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
이, 불안의 여자들, 이제는 이불 밖으로!
여섯 명의 엄마들은 더 이상 혼자 불안해 하지 않기로 했다. <육아가 한편의 시라면> 작가 전지민이 용감하게 나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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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splash
그런 나날을 묵묵히 버텨가던 어느 날, 어떤 연락을 받았다. 그녀의 기자 시절 연을 맺었던, 지금은 4학년 아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이자 아동심리 상담사로 활약 중인 지인으로부터 온 연락이었다. 그녀는 엄마, 여성들에게도 엄살을 부릴 수 있는 안전기지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 이야기에 나는 공감을 넘어 환호했다. 서로가 엄살도 받아주고, 상처에 밴드도 붙여주며 힘들고 지치면 쉬어 갈 수 있는 곳을 우리가 만들자! 순간 학창시절의 ‘양호실’ ‘보건실’이 떠올랐다. 양호 선생님께서 덮어주던 톡톡한 이불, 덮고 있으면 나른하게 긴장이 풀리던 그곳의 이불이 떠올랐다. 문밖은 소란스러웠지만 복도와 교실에서 벗어나 잠시 편히 누워 있을 때는 그 소란함조차 새롭게 느껴지곤 했으니까. 일상과 거리 두기가 필요한 우리들, 나아가 일상에선 실체하지 않는 불안을 이불처럼 덮고 있는 우리들. ‘이불안 여자들’ 프로젝트는 이런 생각에서 출발했다. 특히 여성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 중 ‘불안’을 다루고 싶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그 까닭은 우리가 느끼는 감정 중 가장 두렵고 외면하고 싶은 감정이 바로 ‘불안’이기 때문이다. 불안은 여성의 삶에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능력’이자 ‘본능’이다. 그 사실을 이젠 많은 여성이 알고 있지만, 내가 지닌 불안을 꺼내 살펴보고 그 기원을 탐색하고 공감받고 지지받는 경험을 해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인생의 난관이 트리거가 되어 내면에 차곡차곡 쌓아둔 불안이 터져나오는 경험은 안타깝게도 예외 없이 누구에게나 찾아오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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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오일장에서 고등어를 샀다. 생선가게 할머니께서 소량의 생선을 사는 나를 보시곤 말씀하셨다. “엄마가 잘 먹어야 합니다. 아이들 핑계로 좋은 거 많이 사 먹어둬요!”라고. 순간 너무 감사해서 고무장갑 낀 손을 꼭 잡아드리고 싶었다. 돌아보면 여성이라서, 엄마라서, 직면하게 된 육아의 경험들로 인한 다양한 감정을 다시 마주하고 해결해 나가야 하는 일의 반복이다. 경력이 단절되기도, 무기한 꿈을 미루게 되기도 하지만 나 또한 우리 어린이들 덕분에 재미난 이력을 쌓아가고 사람들을 쉽게 사귈 수 있게 되기도 했다. 이 시절을 핑계로 야무지게 노는 것을 택한 여자! 오늘도 나는 온종일 아이들에게 빼앗긴 기운과 집중력 때문에 마음에 드는 문장을 많이 쓰지 못했다. 그러나 나와 같이 휘청거릴 당신에게 씩씩하게 인사를 건넬 수는 있을 것 같다. “불안하게 혼자 먹지 말고, 이젠 같이 밥 먹어요!”라고 .

「
전 에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그린마인드> 편집장. 여성과 엄마로서 지속 가능한 삶을 고민하는 내용을 담은 <육아가 한 편의 시라면 좋겠지만>을 펴냈다. 새로운 프로젝트 ‘이불안 여자들’을 시작했다. 전지민
」Credit
- 에디터 이마루
- 글 전지민
- 아트 디자이너 민홍주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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