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LE DECOR

협업으로 완성한 감각, 이혜인디자인스튜디오

공간에 관한 모든 것을 아우르는 디렉터 이혜인의 디자인 비결.

프로필 by 윤정훈 2024.07.19
1960년대 건물을 레너베이션해 완성한 로우클래식 사옥. 외관의 적색 벽돌과 둥근 기둥을 내부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였다.

1960년대 건물을 레너베이션해 완성한 로우클래식 사옥. 외관의 적색 벽돌과 둥근 기둥을 내부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였다.

STUDIO LEEHAEINN
어린 시절을 스리랑카에서 보냈다. 지금의 미감을 갖추는 데 그곳 환경이 큰 역할을 했겠다
아버지가 스리랑카에서 사업을 했다. 한국과 달리 열대기후라 단열 개념이 없었다. 건물 안팎 구분도 없고, 자연 속에 파묻힌 듯 세워진 곳이 많다. 개인적으로 ‘트로피컬 모더니즘’을 만든 스리랑카 건축가 제프리 바와를 좋아한다. 딱 떨어지는 선과 선명한 컬러 대비를 보이는 창호는 스리랑카 스타일이라 부를 만하다. 앞서 말한 요소들은 내가 진행한 몇몇 프로젝트에서 발견할 수 있다. 취향과 경험이 자연스럽게 반영된 것 같다.

우영미 맨메이드 플래그십 스토어.ㅍ

우영미 맨메이드 플래그십 스토어.ㅍ

우영미 파리 생토로네 스토어.

우영미 파리 생토로네 스토어.

스튜디오를 열기 전엔 젠틀몬스터 공간 팀 소속이었다
젠틀몬스터에 공간 팀이 생길 때 팀장으로 합류했다. 국내외 쇼룸을 막 만들기 시작한 때였는데 젠틀몬스터에서 진행했던 모든 프로젝트가 내겐 도전이었다. 단기간에 큰 규모의 일을 완수해야 하는 상황이 대부분이었다. 하루 만에 80평짜리 팝업 공간을 완성해야 했고, 아무 연고가 없는 지역에서 업체를 찾아다니기도 했다. 이것저것에 관심 많고 개척하는 걸 즐기는 성격이라 일이 잘 맞았고, 덕분에 많이 성장했다. 안 써본 재료가 없고, 어떻게든 해결해 내는 근성도 생겼다.

키네틱 아트를 도입해 새로운 경험을 전달한 우영미 주얼리 컬렉션 팝업.

키네틱 아트를 도입해 새로운 경험을 전달한 우영미 주얼리 컬렉션 팝업.

회사를 떠나 독립을 택한 이유
좀 더 다양한 프로젝트를 하고 싶었다. 패션 공간이라는 한 분야에서 오래 있다 보니 오히려 공간 디자인 신에서 도태된다는 느낌도 받았다. 오늘날 몇몇 상업공간은 너무 요소가 많아 피로감이 느껴진다. 되레 상품에 집중하지 못할 때도 많다. 지금은 브랜드의 방향성과 적당한 임팩트, 무엇보다 편안함이 느껴지는 공간을 지향한다.

2021년 4월 스튜디오를 오픈해 올해로 3년이 됐다. 추구하는 방향성은
공간과 관련된 모든 것을 다루는 디자인 회사다. 분야를 구분하지 않고 ‘공간을 아우르는 일’을 하고 싶다. 건축부터 인테리어, 스타일링, VMD도 포함된다. 물리적으로 만드는 것뿐 아니라 기획에도 관심이 많다. 어떤 공간에 선반이나 의자를 추가해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드는 일도 공간 기획의 일환이다. 건축가나 디자이너보다 ‘공간 디렉터’로 불리고 싶다. 직군이 세분화된 한국에선 다소 생소하게 들리겠지만,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아트 디렉터’ 혹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등의 타이틀로 공간과 함께 무드를 조성하는 사람이 많다.

협업도 활발히 하고 있다
팀을 꾸리는 건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이다. 공간과 마주하고 컨셉트를 생각할 때부터 협업하고 싶은 디자이너나 아티스트를 떠올린다. 여러 사람이 함께 만드는 하모니, 그로 말미암아 공간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느낌이 중요하다.

1960년대 건물을 레너베이션해 완성한 로우클래식 사옥. 외관의 적색 벽돌과 둥근 기둥을 내부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였다.

1960년대 건물을 레너베이션해 완성한 로우클래식 사옥. 외관의 적색 벽돌과 둥근 기둥을 내부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였다.

1960년대 건물을 레너베이션해 완성한 로우클래식 사옥. 외관의 적색 벽돌과 둥근 기둥을 내부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였다.

1960년대 건물을 레너베이션해 완성한 로우클래식 사옥. 외관의 적색 벽돌과 둥근 기둥을 내부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였다.

대표 프로젝트를 꼽으라면
2023년 진행한 로우 클래식 사옥. 1960년대에 지어진 ‘미래빌딩’이라는 건물을 패션 브랜드의 공간으로 리모델링한 프로젝트다. 외관의 적색 벽돌과 둥근 기둥에서 느껴지는 힘이 인상적이었다. 이 특징이 실내로 이어졌으면 해서 가려져 있던 둥근 내벽을 살리는 식으로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어떤 공간이 지닌 캐릭터나 에센스를 가급적이면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이어지는 디자인을 추구한다.

한옥 스테이 ‘노스탤지어 슬로재’.

한옥 스테이 ‘노스탤지어 슬로재’.

대들보에 설치된 키네틱 아트가 몰입도 높은 시간을 선사한다.

대들보에 설치된 키네틱 아트가 몰입도 높은 시간을 선사한다.

전통 염색법을 활용한 독특한 패브릭을 커튼과 마감재에 사용해 색다른 분위기의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전통 염색법을 활용한 독특한 패브릭을 커튼과 마감재에 사용해 색다른 분위기의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로우 클래식 외에도 우영미 스토어나 콤포트 서울 등 주로 패션 공간을 다뤄왔는데, 최근엔 한옥 스테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근래 들어 많은 한옥 스테이가 ‘젠’ 스타일처럼 일본 느낌을 많이 낸다. 그보다 한옥이 지닌 고유한 장면을 유지하고 싶었다. 북촌 한옥마을에 있는 집이라 과도한 변형으로 골목을 해치고 싶지 않았다. 외관은 거의 그대로 두고, 내부 대들보나 기둥에 투명 스테인만 발라 본연의 색을 살렸다. 대들보에는 ‘슬로재(Slow齋)’라는 컨셉트를 반영해 느릿하게 시간을 감각할 수 있는 키네틱 오브제를 설치했다. 젠틀몬스터 동료였던 은진 작가와 함께했다. 공간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기반으로 그때그때 다른 그림을 그리는 오브제를 고안해 퇴실할 때 선물처럼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물론 데시벨로 변환되는 거라 음성을 직접적으로 수집하는 건 아니다. 또 제이든 조와 협업해 전통 염색 기법을 활용한 원단을 공간 마감재로 사용했다.

후암동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콤포트 서울’. 그래피티와 키네틱 오브제 등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해 공간을 채워 전시장처럼 다양한 볼거리를 탄생시켰다.

후암동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콤포트 서울’. 그래피티와 키네틱 오브제 등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해 공간을 채워 전시장처럼 다양한 볼거리를 탄생시켰다.

후암동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콤포트 서울’. 그래피티와 키네틱 오브제 등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해 공간을 채워 전시장처럼 다양한 볼거리를 탄생시켰다.

후암동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콤포트 서울’. 그래피티와 키네틱 오브제 등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해 공간을 채워 전시장처럼 다양한 볼거리를 탄생시켰다.

후암동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콤포트 서울’. 그래피티와 키네틱 오브제 등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해 공간을 채워 전시장처럼 다양한 볼거리를 탄생시켰다.

후암동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콤포트 서울’. 그래피티와 키네틱 오브제 등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해 공간을 채워 전시장처럼 다양한 볼거리를 탄생시켰다.

클라이언트의 요구보다 이혜인의 색깔이 담긴 공간은 어떨지 궁금하다. 한 인터뷰에서 언젠가 한국에 스리랑카 호텔을 짓고 싶다고 한 적 있다
본격적으로 이민을 가기 전 아빠를 보기 위해 일 년에 두세 번 스리랑카에 다녀오곤 했다. 그때마다 독특한 호텔에서 머물렀는데, 배를 타고 들어가 논밭이 펼쳐진 긴 회랑을 지나 당도한 호텔, 한밤중에 2~3시간 올라 도착한 고산지대의 호텔도 있었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언젠가는 내가 원하는 것이 가득 투영된 공간을 만들고 싶다. 집이 아니라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객실은 4개 정도, 크진 않을 거다. 여러 작가들과 협업해 공간부터 어메니티, 향, 음악, F&B 등 모든 걸 기획할 예정이다. 이미 섭외는 다 돼 있다(웃음).

Credit

  • 에디터 윤정훈
  • 아트 디자이너 이유미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