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LE DECOR

작은 디테일로 일깨운 오감의 맛, 발보스테

발보스테 파리 헤드 셰프 여성준이 전하는 최상의 미식 경험.

프로필 by 권아름 2024.06.25
발보스테를 이끌고 있는 세 팀의 주요 인사.

발보스테를 이끌고 있는 세 팀의 주요 인사.



발보스테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2016년 파리의 에콜 페랑디(École Ferrandi) 요리 학교를 마치고 5년간 <미슐랭 가이드>의 별을 받은 레스토랑에서 일했다. 음식에 예술을 접목하고 싶었고, 새로운 경험을 갈망하던 시기에 파리 ‘콜로로바(Colorova)’ 레스토랑 총괄 셰프로 키친 컨설팅을 맡게 됐다. 당시 샬럿의 부모님이 콜로로바에서 식사를 했는데, 그 후 샬럿에게서 인스타그램 메시지가 왔다. 패션 브랜드 겐조의 프로젝트를 위해 프리랜서로 작업해 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함께 작업하고 있다.

미라 미카티(Mira Mikati)x위블로(Hublot)의 협업 행사에 꽃이 만발한 만찬.

미라 미카티(Mira Mikati)x위블로(Hublot)의 협업 행사에 꽃이 만발한 만찬.


발보스테는 메뉴 개발부터 요리, 스타일링, 심지어 이벤트 관리까지 푸드 크리에이터 그 이상의 역할을 해왔다. 팀의 정체성을 정의하자면
2018년 샬럿 싯봉(Charlotte Sitbon)이 시작한 발보스테는 최근 푸드 스타일링 작업에서 영역을 확장해 미식 경험에 집중하고 있다. <미슐랭 가이드> 레스토랑에 디자인 요소를 더해 한 차원 높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맛있고 독창적인 식사를 창작한다는 의미에서 ‘크리에이티브 컬리너리 스튜디오’라 할 수 있다.

레바논 도예가 작가 수라야 하다드(Souraya Haddad)의 도자기를 조명한 케이터링.

레바논 도예가 작가 수라야 하다드(Souraya Haddad)의 도자기를 조명한 케이터링.


발보스테 크루의 구성원은
내가 이끄는 키친 아틀리에와 샬럿 싯봉의 디자인 오피스, 샬럿의 남편인 조나탕 에스피나스(Jonathan Espinasse)가 지휘하는 프로젝트 팀으로 이뤄진다. 키친 아틀리에 팀에는 총 열 명의 셰프가 있다. <미슐랭 가이드> 레스토랑에서 경력을 쌓은 셰프로 구성되며, ‘세이버리(Savory)’ ‘페이스트리(Pastry)’ 그리고 ‘테크니컬(Technical)’ 파트로 나뉜다. 디자인 오피스는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샬럿을 비롯해 3D 그래픽, 세트 디자인 등 다양한 전문가가 함께 일한다. 조나탕이 담당하는 프로젝트 팀은 전반적인 비즈니스와 운영, 마케팅, 이벤트에 필요한 집기 소싱을 담당한다. 여러 분야로 나뉜 인력 구조가 우리의 가장 큰 장점이자 차별점이다. 각자 최대의 역량을 발휘하며, 서로가 바라보는 관점을 공유하고 발전시켜 최고의 미식 경험을 제안한다.

파리 르 봉 마르셰 백화점에 설치된 장 줄리앙 전시 오프닝 디너를 위한 알파벳 파스타. 루이 비통x퍼렐을 위해 만든 콩테 쿠키.

한국인 셰프가 이끄는 주방에서는 어떤 스타일의 요리가 완성되는가
처음 맡았던 겐조 프로젝트 때는 아무래도 일본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브랜드에서 동양적인 결과물을 원했다. 디올 프로젝트는 멕시코가 주제였다. 프로젝트 성격마다 다르지만 주로 프렌치를 기반으로 마지막 파이널 터치에 다양성을 투영하기 위해 노력한다. 함께 일하는 셰프들도 일본, 미국, 그리스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각자의 요리 스타일과 기법에서 오는 접근법이 꽤 흥미롭다.

프랑스 브랜드 루이 비통과 미국인 퍼렐의 만남을 재해석해 마카롱으로 햄버거를 형상화했다.

프랑스 브랜드 루이 비통과 미국인 퍼렐의 만남을 재해석해 마카롱으로 햄버거를 형상화했다.


로에베와 스튜디오 지브리의 컬래버레이션을 기념하는 팝업 레스토랑을 위한 메뉴 ‘파이어 번(Fire bun)’.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영감을 받은 식기 역시 발보스테에서 제작했다.

로에베와 스튜디오 지브리의 컬래버레이션을 기념하는 팝업 레스토랑을 위한 메뉴 ‘파이어 번(Fire bun)’.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영감을 받은 식기 역시 발보스테에서 제작했다.


셰프의 입장에서 레스토랑과 발보스테의 요리 사이엔 어떤 차이점이 있나
메뉴 개발의 접근성 면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 레스토랑은 바뀌지 않는 한정된 공간이라는 점에서 요리의 제약이 있다. 반면 발보스테에서는 늘 새로운 장소에서 오감을 자극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메뉴를 개발하는 데 더욱 창의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시노그래피와 조명에 따라 조리 방식과 식자재 사용까지 디테일한 부분을 변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실내외에 따라 음식은 달라질 수 있다. 야외에서는 계절성을 살리고, 훈연하거나 바비큐 향을 낼 수도 있다. 실내라면 찌거나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과정에 집중할 수 있다. 즉 레스토랑에서 제공되는 요리보다 폭넓은 음식을 제안하고 최고의 가치를 끊임없이 전달할 수 있다는 뜻이다.

Credit

  • 에디터 권아름
  • 아트 디자이너 이유미
  • 디지털 디자이너 김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