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소녀처럼 입으면 안 되나요?

지수, 태연 등 아이돌이 사랑하는 디자이너 수잔 팡. 앤아더스토리즈와 협업 컬렉션을 위해 한국을 찾은 그를 직접 만났습니다.

프로필 by 강민지 2024.04.01
런던을 베이스로 활동하는 디자이너 수잔 팡. 소녀적이고 동화적인 감성으로 자신의 세계관을 구축하는 그를 올봄엔 더 가까이, 더 손쉽게 만날 수 있을 예정입니다. 올 4월, 수잔 팡과 앤아더스토리즈와 협업 컬렉션을 론칭하거든요. 협업을 기념해 직접 방한한 수잔 팡을 만났습니다.
디자이너 수잔 팡.

디자이너 수잔 팡.


이번 협업은 어떻게 진행됐나요?
앤아더스토리즈는 예전부터 눈여겨보던 브랜드예요. 컬러 팔레트나 스토리텔링, 여성을 부드럽게 그리는 묘사 방식 등이 눈에 띄었거든요. 행복한 에너지나 자연적인 분위기는 제 디자인 철학과도 맞닿아 있고요. 그러던 와중에 협업 제안을 받게 됐죠. 함께 일을 해보면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았습니다. 수잔 팡은 아직 작은 브랜드인데, 이번 협업을 통해 더 다양한 고객을 만나고 싶었던 이유도 있었고요. 앤아더스토리즈의 고객은 폭넓은 연령과 체형, 스타일을 아우르고 있어서 이번 작업을 통해 배운 점이 많아요.

영감은 어디서 얻었나요?
자연과 꿈입니다. 일상에 적용할 수 있는 몽환적인 의상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모든 제품에 꽃 모티브를 더했어요. 꽃 모티브는 자수로, 프린트로, 구슬 장식으로 피어났죠. 오간자처럼 속이 비치는 소재에 꽃을 장식해 마치 공중에 떠다니는 느낌을 표현하기도 했어요. 입는 사람이 나는 듯 자유로워지길 바랐어요.
수잔 팡 X 앤아더스토리즈 협업 컬렉션인 ‘꿈의 실현’ 캠페인. 수잔 팡 X 앤아더스토리즈 협업 컬렉션인 ‘꿈의 실현’ 캠페인.

어머니를 뮤즈로 삼기도 했다고요.
이번 ‘꿈의 실현(Dreams Unleashed)’ 컬렉션엔 긍정과 치유의 요소를 담았어요. 전 그런 감정을 어머니에게 배웠거든요. 어릴 때부터 전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꿈이 많은 아이였는데요. 제가 호기롭게 ‘디자이너가 될 거야’, ‘예술가를 해야지!’ 하고 외칠 때마다 엄마는 제게 뭐든 할 수 있다고 용기를 불어넣어 주곤 하셨죠. 어머니가 제게 줬던 정신적인 에너지가 컬렉션의 근간을 만들었어요. 어머니는 또한 저와 작업도 자주 하는 사이인데요. 그와 함께한 페인팅이나 자수 장식 등을 옷을 짓는 데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수잔은 중국에서 태어나 캐나다와 미국에서 자랐으며, 런던에서 패션을 공부했어요. 이러한 다채로운 문화적 배경이 당신이 만드는 의상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궁금합니다.
낯설고 다른 세계를 경험하다 보면 서로 오해나 편견을 가지기 쉽죠. 저 또한 그런 시선을 받은 적도 보낸 적도 있고요. 그렇지만 서로 다르다는 건 말이죠. 조금만 시선을 바꾸면 오히려 아름다움을 발견하기에도 좋아요. 제가 여러 문화를 겪으며 깨달은 건 문화든 사람이든 생각이든 자꾸 한데 섞여야 분열이나 분쟁이 최소화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우리를 통합할 수 있는 공통분모가 무엇일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그리고 옷을 만들 때도 ‘연결성’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곤 합니다.

그리고 당신은 자연에서 디자인 모티브를 자주 가져오곤 하더라고요.
사람은 모두 자연에서 왔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다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 역시 자연이라고 생각해요.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도 자연을 찾을 때마다 마음이 편해지죠. 특히나 전 농부였던 어머니를 따라 어릴 때 자연을 가까이 접할 일이 더 잦았는데요. 그런 행복하고 개인적인 기억도 한몫하는 것 같아요.
수잔 팡 X 앤아더스토리즈 협업 컬렉션인 ‘꿈의 실현’ 캠페인.

수잔 팡 X 앤아더스토리즈 협업 컬렉션인 ‘꿈의 실현’ 캠페인.

수잔 팡 X 앤아더스토리즈 협업 컬렉션인 ‘꿈의 실현’ 캠페인. 수잔 팡 X 앤아더스토리즈 협업 컬렉션인 ‘꿈의 실현’ 캠페인.

수잔 팡의 여성은 소녀적이면서도 동화적입니다. 그게 당신이 생각하는 여성의 이상적인 모습인가요?
여성은 놀라운 존재예요. 강할 뿐만 아니라 부드러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 어머니가 딱 그런 분이에요. 남성이 하는 일을 다 해내실 만큼 강인하지만, 친구나 가족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한없이 다정하고 사랑이 넘치거든요. 그런 어머니를 보고 성장해서 부드러운 여성성을 표현하는데 거리낌이 없어요. 그를 표현하기 위해 디자인적으론 투명함이란 요소를 종종 활용하곤 하는데요. 투명한 소재는 빛을 투과하거나 반사하는 성질을 지녔는데, 그를 통해 조화와 자유로움을 표현하기 좋기 때문입니다. 이번 컬렉션에도 빗방울이 똑 떨어진 것 같은 투명 장식을 단 티셔츠가 있어요. 여성이 꼭 각 잡힌 슈트를 입지 않아도 온화한 카리스마를 표현할 수 있다고 믿어요.

새로운 소재를 탐구하는데도 진심이에요.
신소재와 전통적인 기술을 사용하는 걸 좋아해요. 새로운 소재를 탐구하고 그 결과를 매 컬렉션에 반영하려고 합니다. 제가 존경하는 디자이너인 케이카가미(Kei Kagami)가 이런 얘기를 해준 적이 있어요. 탐구하고 영감을 주는 일이야말로 문화가 발전하는 방식이라고요. 가령 제가 어떤 건축물에서 영감을 받아 패션 피스를 제작하면, 누군가는 또 거기서 모티브를 얻어 다른 작업을 할지도 모르는 일이죠. 그런 식으로 창의적인 프로젝트가 더 많아질 거고요. 한편, 예전부터 있던 테크닉을 적용하는 일 역시 중요하게 여깁니다. 예부터 내려오는 방식으로 짠 니트나 자수 장식은 추억을 자극하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거든요. 둘 다 포기할 수 없어요!

수잔 팡 X 앤아더스토리즈 협업 컬렉션 중 수잔 팡이 제일 좋아하는 피스인 원피스와 펜던트 목걸이. 수잔 팡 X 앤아더스토리즈 협업 컬렉션 중 수잔 팡이 제일 좋아하는 피스인 원피스와 펜던트 목걸이.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피스는 무엇인가요?
모두 애착이 가는 의상인데, 꼭 골라야 한다면 꽃장식이 잔뜩 달린 저 푸른 원피스로 하겠어요. 더불어 커다란 꽃 펜던트가 달린 목걸이도 만족스러워요. 수잔 팡의 컬렉션에도 비슷한 목걸이가 있어요. 뉴진스도 해외 매거진 커버에서 착용했던 목걸인데, 사실 아주 무겁거든요. 이번엔 앤아더스토리즈의 프로덕션 팀이 훨씬 가볍게 완성해줘서 기뻐요.

뉴진스 말고도 당신 옷을 찾은 한국 셀럽이 꽤 있답니다!
저는 K-드라마에 푹 빠져있어요. 그래서 공효진 씨가 제 옷을 입어줬을 땐 신이 났어요. 초등학생 때부터 엄마와 그가 출연한 드라마를 즐겨봤었거든요. 마찬가지로 오랜 팬이었던 소녀시대의 태연 씨와윤아 씨, 그리고 블랙핑크의 지수 씨도 제 옷을 입어주어서 정말이지 신기하고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누가 또 당신의 옷을 입어주면 좋겠나요?
블랙핑크의 제니와 김태리요!

오늘 인터뷰가 끝나면 뭘 할 건가요?
고등학교 학창시절부터 알던 한국인 친구를 만나러 갈 거예요! 저번에 만났을 때 그는 임신 중이었는데, 오늘은 그의 아이를 보러 가죠! 어젠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고, 맛있는 바비큐를 먹었답니다.

수잔 팡 X 앤아더스토리즈 협업 컬렉션인 ‘꿈의 실현’ 캠페인. 수잔 팡 X 앤아더스토리즈 협업 컬렉션인 ‘꿈의 실현’ 캠페인. 수잔 팡 X 앤아더스토리즈 협업 컬렉션인 ‘꿈의 실현’ 캠페인. 수잔 팡 X 앤아더스토리즈 협업 컬렉션인 ‘꿈의 실현’ 캠페인. 수잔 팡 X 앤아더스토리즈 협업 컬렉션인 ‘꿈의 실현’ 캠페인. 수잔 팡 X 앤아더스토리즈 협업 컬렉션인 ‘꿈의 실현’ 캠페인. 수잔 팡 X 앤아더스토리즈 협업 컬렉션인 ‘꿈의 실현’ 캠페인. 수잔 팡 X 앤아더스토리즈 협업 컬렉션인 ‘꿈의 실현’ 캠페인. 수잔 팡 X 앤아더스토리즈 협업 컬렉션인 ‘꿈의 실현’ 캠페인.
수잔 팡과 앤아더스토리즈의 협업 컬렉션인 ‘꿈의 실현(Dreams Unleashed)’는 총 11개의 아이템으로 구성됩니다. 레이저 컷 드레스와 스커트, 비즈가 달린 크로셰 니트웨어, 블라우스와 스커트, 꽃무늬가 돋보이는 쇼츠와 셔츠 등 다채로운 아이템을 찾아볼 수 있죠. 일부 오프라인 스토어와 공식 온라인 스토어 (stories.com)에서 오늘 4월 18일부터 구매 가능합니다.

Credit

  • 에디터 강민지
  • 사진 브랜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