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근영이 입은 블랙 풀오버 니트는 DKNY. 박정민이 입은 블랙 터틀넥 스웨터는 Zara. 슬리브리스 원피스는 Bottega Veneta. 나뭇잎을 닮은 이어링은 Lorina by the Queen Lounge. 속 깊은 문근영쉬는 동안 연애 좀 했나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아뇨(웃음). 쉬지도 못했는걸요. 4월부터 <유리정원>이라고 내년 상반기에 개봉 예정인 영화를 하나 했어요. 끝나고 거의 바로 이번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을 준비하고 있으니까 막상 쉰 건 한 달 정도?  연애할 땐 어떤 스타일이에요 상대를 믿어요. 그래서인지 방목형 스타일인 것 같아요. 솔직히 연애를 많이 안 해 봐서 제가 어떤 스타일인지 모르겠어요. 이상형도 없어요. 친구가 이상형이 없으면 진짜 싫은 걸 하나씩 찾아보래요. 그러면 좋아하는 남자는 못 찾아도 싫어하는 남자는 찾을 수 있다고.  그래서 찾았나요 거짓말하는 남자, 변명하는 사람은 싫어요.  방목하다가도 거짓말엔 가차 없겠네요 어릴 때부터 할머니가 귀에 인이 박히도록 하신 말씀이 있어요. “세 번은 참아라.” 누구에게든 세 번의 기회는 줘요. 그런데 한 번 참으면요 똑같은 걸로 세 번을 참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알았어요. 어떤 실수에 대해 한 번 덮어줄 때 ‘너 이건 실수한 거야’라고 알려줘야 한다는 걸요.  정민 씨와의 호흡은 어때요? 스스로 생각한 로미오의 이미지와 잘 맞나요 저는 이미 콩깍지가 씌었어요. 너무 멋진 로미오가 탄생할 것 같아요. 정민이가 배려심이 깊어요. 가끔 오빠 같기도 해서 ‘그냥 너 오빠 해라’고 한 적도 있어요.  ‘87라인’ 친구이기도 하죠 제가 연예인 친구가 별로 없어요. 유일하게 있는 친구가 천우희, 류덕환이에요. 셋이 만나게 된 자리에 우리 모두를 알고 있는 친구인 김예원도 오고, 여자만 3명이니까 어색해서인지 덕환이가 서준영이라는 친구와 정민이를 불렀어요. 딱 하루 만났는데 이야기가 술술 풀리는 거예요. 그때 덕환이가 그러더라고요. 문근영이 지금 여기에 앉아 있는 게 신기해 죽겠다고. 제가 원래 마음속으로는 낯을 가리는 편이거든요. 그 말을 하고 그 녀석은 군대로 떠났죠. 나이뿐 아니라 비슷한 코드가 있어서 응집됐을 것 같아요 거기에 끼려면 착해야 해요(웃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영화, 연극, 연기, 배우에 대해 고민한다는 거예요. 제가 보기엔 우희와 덕환이는 엄청나게 고민하면서 연기하는 애들이에요. 이런 친구의 친구들은 어떻겠어요.  배우로서 근영 씨의 고민은 뭐예요 어떻게 해도 못한다는 소리는 안 듣는 방법을 알아버렸어요. 그게 너무 싫은 거예요. 속으로 ‘이 자식이 좀 깨져봐야 정신을 차리겠구나’ 싶었어요. <로미오와 줄리엣>을 하게 된 건 어떻게 보면 스스로 벼랑 끝으로 내몬 걸 수도 있어요. 정말 벼랑 끝일 수도 있고, 더 새로운 곳으로 가기 위한 동아줄을 잡은 걸 수도 있죠.  그래도 고민을 외면하지는 않네요 혼자 지내는 사람들의 특징이에요. 혼자 생각이 되게 많아요. 고민도 엄청 많아요. 그런데 회피하지 않아요. 못해요. 사람들은 고민하다가도 ‘에이 몰라’ 하면서 또 다른 자극을 찾아 나서고 또 고민하고, 이게 순환이 되는데 저처럼 집에 혼자 가만히 있는 게 편한 사람은 답을 찾을 때까지 계속 파고들어요. 그러다 보니 시간이 걸려도 차근차근 하나씩 해결하고 싶어지는 것 같아요.  지금은 고민해결 중인 건가요 맞아요. 너무너무 두려운데 연극을 끝내고 났을 땐 웃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 과정 동안 만날 울어도 상관없어요. 그런데 끝났을 때는 울더라도 기뻐서 울었으면 좋겠어요. 그때를 꿈꾸면서 두려움을 잠식시키고 또다시 파이팅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리본 디테일의 실크 블라우스는 Caruso. 로브 스타일의 아우터웨어는 Nohant. 뜻 깊은 박정민12월 9일 첫 공연을 앞두고 한창 연습 중이라고 들었어요.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있나요 발코니에서 서로 이야기하는 장면이요. 로미오와 줄리엣의 가장 포장되지 않은 모습이 나와요. ‘오, 창문을 열어다오’ 하는 세레나데가 아니라 내가 널 너무 사랑하는데 어떻게 하지, 이런 순수함들이 잘 보여 재미있어요.  근영 씨도 그 장면이 제일 좋다고 했어요 그래요? 서로 얘기하지는 않았는데 우리끼리 막 머리를 쥐어짜서 분석하지 않았는데도 잘 맞는 느낌이 있어요.  좋아하면 티 내는 스타일인가요 그래서 항상 실패하죠. 티 내지 않고 바라만 본다면 오히려 잘될 수 있었던 것을(웃음). 20대 때는 사랑에 대해 조급했던 것 같아요. 로미오와 약간 비슷해요. 제 일상의 많은 에너지를 쏟아붓는 연애를 했죠. 이제는 나를 지킬 수 있는 건강한 연애를 하고 싶어요.  이번에 <쓸 만한 인간>이라는 책을 냈죠 어느 매거진에 기고하던 칼럼을 묶은 산문집이에요. 책에 있는 모든 글자들은 다 제가 썼는데 제목의 다섯 글자만 편집자가 지어줬어요. 순간 자존심이 상하더라고요. 이런 제목을 어떻게 생각해 냈지?  자신이 생각한 제목에는 뭐가 있어요 제 필명인 ‘언희’나 서른에 낸 책이니까 ‘30’.  서른 살이 스스로에게 중요한 기점이었나요 특별한 의미를 두고 시작한 서른은 아니지만 돌이켜보면 참 많은 일이 있었고 좋은 일도 많았어요. 20대 때는 너무 힘들었어요. 일부러 더 힘들게 산 것도 있어요. 그때는 힘들어야 한다는 강박도 있었던 것 같아요. 후회는 안 해요. 놀기도 잘 놀고 열심히 할 건 열심히 했으니까.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상 받은 일. 신인연기상이 제 인생을 뒤바꿔놓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그날 기분이 아주 좋았어요. 왜냐면 제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저를 보면서 얼마나 안쓰러웠겠어요. 어디 가서 밥벌이는 하는지 항상 걱정했을 텐데 큰 무대에서 상을 받으니 연락이 많이 왔어요. 기분이 아주 좋았죠.  <파수꾼> <동주> 요즘 <안투라지>에서도, 대체로 친구나 조력자 역할을 많이 했어요. 아쉽진 않나요 열두 살 때부터 친한 야탑동 친구들이 항상 그래요. “이번엔 또 누구 친구야?” 저는 독립영화에서조차 단 한 번도 크레딧에 1번으로 이름이 올라간 적 없어요. 신경 안 써요.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에요.  이번엔 1번이잖아요 에이, 근영이가 1번이죠. 더 늦게 죽으니까(웃음). 그런데 저는 조력자라기보다 한 축이라고 생각해요. 기둥이요. 이게 흔들리면 집이 무너져요. 그저 기둥 하나 잘 붙들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으로 하는 거예요. 내가 혼자 집을 만들겠다고 욕심부리면 다 무너져요.  박정민이 채워갈 로미오는 어떤 모습일까요 사람들이 로미오에 대해 갖고 있는 환상을 깨고 싶어요. 누군가는 로미오에 대해 신사적이고 고상한 이미지를 갖고 있겠지만 제가 봤을 때 그는 그런 사람이 아닌 것 같더라고요. 아슬아슬한 선을 타고 싶어요. 그런데 우선, 이렇게 생긴 애가 로미오라고 나오는 것 자체가 아주 새로운 거죠.  매력 있어요 그것 봐, 멋진 게 아니라 매력 있다고 하잖아요(웃음). 저는 목숨까지 바쳐가며 사랑한 로미오의 행동 자체가 멋있다고 생각하지 내가 막 멋있어 보이는 척하고 싶지는 않아요. 아등바등할 필요가 없어요. 죽으면 다 흙이 되는데.  로미오에 심취돼 있는 건가요 그렇네요(웃음). 그거에 방점을 찍고 요즘 대본을 보고 있거든요. 죽음, 꿈, 운명. 운명의 노리개로구나. 박정민이 입은 터틀넥 스웨터와 세미 와이드 트랙수트 팬츠는 Andersson Bell. 문근영이 입은 니트 원피스는 Bottega Veneta. 어깨에 걸친 퍼 코트는 Fen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