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그녀의 사정 || 엘르코리아 (ELLE KOREA)
LOVE&LIFE

그와 그녀의 사정

침대 위의 메소드 연기는 사랑과 평화를 위한 하얀 거짓말! 솔직할 수만은 없었던 그와 그녀의 사정!

ELLE BY ELLE 2015.11.20



사귄 지 5년 만에 처음 그와 함께 자기로 결심한 날, 마음이 앞선 그는 오직 힘으로만 내 안에 들어오려고 했다. 이러다간 다음 날 호텔 방을 네 발로 기어나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끄럽지만 난 그때 전신 마비가 온 척 연기했다. 옷을 벗은 채로 대(大)자로 누워 꼼짝하지 않았고 입이 돌아간 사람처럼 어눌한 발음으로 “그만해”라는 말을 반복했다. 메소드 연기에 깜빡 속아 넘어간 그는 이성을 찾았고 마비된(?) 내 몸을 마사지하느라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31세, 여, 약사)

나는 섹스 불감증이다. 친구들의 경험담처럼 황홀해서 눈물이 난다거나 어느 순간 종소리가 들린 적도 없다. 23세 때 처음 사귄 남자친구는 눈만 끔벅이며 누워 있는 내게 “좋은지 싫은지 표현 좀 해 봐”라며 잠자리에서도 연기가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해 줬다. 그 후로 남자들과 잘 땐 속으로 애국가를 부르고 있더라도 겉으론 ‘야동’에 나오는 여자 배우처럼 몸을 비비 꼬는 열연을 펼친다. (29세, 여, 은행원)

남녀가 함께 자는 데 연기는 필수이자 매너 아닌가. 아무리 자신이 꿈꾸던 섹스가 아니라도 상대 앞에서 실망한 표정을 드러낸다면 상처가 될 테니까. 실제로 입대 전에 사귄 전 여자친구는 나와 만난 2년 동안 오르가슴을 한 번도 느껴본 적 없었지만(그녀의 친구에게 들었다) 매번 눈꺼풀을 뒤집어가면서 분위기에 흠뻑 빠진 듯한 내면 연기를 보여줬다. (28세, 남, 온라인 마케터




  




하얀 피부에 아기처럼 귀여웠던 첫사랑과 자취방에서 영화를 보다가 분위기가 야릇하게 흘렀고 난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 그런데 달콤한 솜사탕 향이 날 것 같던 그녀에게서 정체 모를 냄새가 났다. 깜짝 놀랐지만 난 정신을 가다듬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외우듯 “냄새가 너무 좋아” “오늘은 네 허벅지를 베고 잘래”라고 자주 말해줬다. 1년을 채우지 못하고 헤어졌지만 말이다. 사랑으로도 극복할 수 없는 게 있더라. (34세, 남, 경찰)

오래 전 한 스키장에서 아르바이트했을 때 일이다. 업무 시간이 끝나면 20대 초반 알바생끼리 술자리를 자주 가졌는데 어쩌다 보니 평소 호감을 느꼈던 여자아이와 단둘이 밤을 보내게 됐다. 당시 4개월간의 짧은 연애 경험이 전부였던 난 능숙한 척 그녀를 애무하기 시작했는데 너무 긴장돼 다리가 덜덜 떨렸다. 겨우 제멋대로인 다리를 진정시키고 나니 이번엔 ‘이놈’이 작동을 안 하는 거다. 끝내 ‘그놈’은 말을 듣지 않았고 ‘지켜주고 싶다’는 말과 함께 그녀를 안아주며 착한 오빠 코스프레를 하다 잠들었다. (29세, 남, 수학학원 강사)




Keyword

Credit

    EDITOR 김보라
    PHOTOGRAPHER SEVAK BABAKHANI
    DIGITAL DESIGNER 전근영
팝업 닫기

로그인

가입한 '개인 이메일 아이디' 혹은 가입 시 사용한
'카카오톡,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이 가능합니다

'개인 이메일'로 로그인하기

OR

SNS 계정으로 허스트중앙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회원이 아니신가요? SIGN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