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정직한 눈으로 만든 독창적 가구들

가구 디자이너 윤순의 시선이 향한 곳.

프로필 by 윤정훈 2023.11.28
‘Goshun Bench’

‘Goshun Bench’

 ‘Sway chandelier’

‘Sway chandelier’

군데군데 검게 그을린 벤치가 놓여 있다. 잘 다듬은 나무에 토치를 갖다 댄 이는 앤트워프 기반의 가구 디자이너 윤순. 불에 탄 흔적은 가구의 결함이 아닌, 정체성이 됐다. “문득 작업이 잘 진행되지 않는 순간이 찾아왔어요. 이런 답답함이 격정으로 이어졌습니다. 제 앞에 놓인 나무가 지닌, 거칠면서도 부드러운 이미지가 만드는 뚜렷한 차이를 드러내기로 했죠.” 사사로운 감정이나 생각은 내면을 정직하게 바라보는 시간을 지나 독창적인 결과물로 구현된다. “이사무 노구치가 ‘우리는 우리가 본 모든 것들의 풍경이다’라는 글을 쓴 적 있어요. 제 경험 또는 저를 둘러싼 환경을 감추고 숨길 것이 아니라 축복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끌리는 것에 자신을 맡길 수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전통 회화는 그의 작업세계의 또 다른 일부가 됐다. 민화 속 상징과 기호를 해석하는 즐거움을 동력으로 삼아 작업을 이어간 것. 
 
‘Wavy shelf’

‘Wavy shelf’

‘Wavy stool’

‘Wavy stool’

 ‘Orbit stand light’

‘Orbit stand light’

날렵하면서도 부드러운 곡선이 돋보이는 ‘웨이비 셸프(Wavy Shelf)’는 전통 회화의 물결에서 영향받은 선반이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강과 폭포, 바다 등의 물결은 단순하고 규칙적이지만 곡선 사이사이 공기가 흐르듯 입체적으로 다가왔고, 이에 얇은 알루미늄 판을 손으로 구부려 특유의 굴곡과 볼륨감을 만들어냈다. “제 작업의 결과물은 마른 상태에 머물러 있어요. 작업 이전에 존재하던 것들은 증발하고 단단한 무언가만 남기 때문이죠.” 영감이 떠오르는 날과 그렇지 않은 날에도 윤순은 늘 하던 대로 아침에 일어나 작업실로 향한다. 빛과 바람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바닷물이 소금 결정으로 남듯, 희미하지만 누군가의 일상 속 감각을 일깨우는 존재가 되길 고대하며.

Credit

  • 에디터 윤정훈
  • 아트 디자이너 구판서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
  • COURTESY OF STUDIO PIM TOP
  • COURTESY OF BEN VAN DEN BERGH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