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 디자이너, 최철용의 이야기
디자이너 최철용이 좋아하는 건 시처럼 함축적인 표현이다.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대신 사람들로 하여금 내포된 의미를 상상하게 만들고 자신의 옷을 눈에 띄는 시그너처 아이템이 아닌, 작가의 문체처럼 고유한 무드로 알아봐주길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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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서울패션위크 첫째 날, 디자이너 최철용은 일곱 번째 컬렉션 ‘스펙트럼’을 그의 첫 캣워크 쇼로 선보였다. 런웨이엔 미니멀리즘 작가 댄 플레빈(Dan Flavin)의 작업을 연상시키는 형광등이 설치됐고, 블랙 룩으로 시작한 쇼의 곳곳에 블루와 옐로, 그린 등 하이라이트 컬러와 도트 패턴이 강렬한 섬광처럼 스쳐 지나갔다. 올 블랙 룩조차 실키한 광택 소재를 적용해 흥미를 더했다. 그로부터 한 달 후인 11월 말, 2년 연속으로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의 수상자로 선정된 그를 만나기 위해 작업실을 찾았다. 자신의 F/W 컬렉션 옷을 입고 시그너처인 블랙 페도라를 눌러쓴 그는 무척 여유로워 보였다.

어린 시절이 궁금하다. 어릴 때부터 유난히 옷을 좋아했나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혼자서 쇼핑하기 시작했다. 나이키 같은 스포츠 브랜드를 일상복으로 입던 시절이었다. 대학생이 된 후부턴 옷에 좀 더 심취해서 5월엔 리넨 사파리를 입고, 6월이 오면 실크 블렌드 재킷을 입었다. 밀란에서 8년 동안 살았는데 그곳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90년대엔 ‘메이드 인 이탈리아’가 최고였다. 무엇보다 이탈리아의 강점인 ‘굿 피니싱(Good Finishing)’을 배우고 싶었다. 지적인 이탈리아 언어도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밀란에 있는 도무스 아카데미를 선택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때 얻은 가장 값진 것은 졸업 컬렉션 주제였던 ‘고귀한 야만’은 여전히 내 주요 관심사다. 고귀해지기 위해 야만적으로 행동하는 것에 대한 고찰이 시작된 시기였다. 졸업 후 브랜드 론칭 전까지 오랫동안 커리어를 쌓았는데  (펜을 꺼내 장화 모양의 이탈리아 지도를 그리며) 졸업 후, 이탈리아 브랜드 멜틴폿(Meltin’Pot)의 제의로 남부로 내려갔다. 바닷가 도시 특유의 트로피컬한 풍경과 남자들의 눈부신 흰 옷은 충분히 아름다웠지만 다시 북부로 가고 싶어졌다. 마침 알고 지내던 아트 디렉터의 제의로 트레비조(Treviso)에 컨설팅 회사를 오픈했다.

트레비조는 어떤 곳인가 도시를 가로질러 작은 강이 흐르고 큰 백조가 떠다니는, 내가 본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다. 디자인 회사와 소재 회사를 위한 컨설팅은 물론 피니싱 회사 ‘마르텔’과 일하면서 이탈리아 최고의 피니싱 과정을 보고 배웠다. 랭글러의 블루벨 라인 재론칭을 끝으로 내 컬렉션 작업에 돌입하기 전까지 3년을 보냈다. 데님은 당신의 전문 분야이기도 한데 컬렉션에는 왜 데님이 없는 건가 좋아하는 데님은 501처럼 베이식한 진인데 아직까진 찾지 못했다. 언젠가는 전 국민이 모두 입을 수 있는 데님을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론칭 직후 한국에 돌아온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애초부터 서울을 기반으로 삼고 싶었기에 돌아왔다. 혹자는 해외에서 이름을 알린 후에 들어오는 것이 좋다고 얘기했지만 난 그게 왠지 반칙처럼 느껴졌다. 컬렉션의 출발점이 이미지와 텍스트 중 어느 쪽인가 늘 텍스트에서 영감을 얻는 편이다. 디테일한 설명이 없는 함축적인 문학을 좋아하는 내 성향과 잘 맞는다. 이번 컬렉션을 예로 들면 스펙트럼 컬렉션은 섬광에 대한 문구에서 출발했다. 암흑과 밝음의 경계는 모호하다. 마치 좋음과 싫음의 경계를 칼로 자르듯 구분 지을 수 없는 것처럼. 세상에 존재하는 모호성의 큰 스펙트럼을 파헤치는 게 내게 주어진 과제인 것 같다.

평소 다양한 협업을 해왔는데 최근엔 어떤 것들이 있나 컬렉션엔 데롬 브레너(Derome Brenner) 안경과 레더 팩토리 로베로(Leather Factory Roberu)의 가죽 가방, 슈즈 by 론칭 M(Shoes by Launc-hing M)의 슈즈가 함께했다. 상업적인 협업 외에도 지인들과 비정기적으로 만나서 ‘이런 거 한번 해볼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할 때가 많다. 개인적인 일상이 궁금하다. 어떤 옷을 즐겨 입나? SNS를 즐기는 편인가 요즘은 대부분 Cy Choi의 옷을 입는다. 데님은 리바이스 501을 즐겨 입고. SNS는커녕 카톡도 하지 않는다. 애써서 쓰려고 하면 뭔가 멋있는 척하는 글을 올리게 될 것 같아서다. 그보다 얼굴을 마주하고 만나는 사람들과 맺는 친근한 관계가 좋다. 최근 일상의 관심사는 뭔가  얼마 전에 리움 미술관에서 본 아니시 카푸어(Anish Kapoor) 전시가 참 좋더라. 이번 전시에는 없는 작품이지만 작업 전의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슈팅 인투 더 코너’를 가장 좋아한다. 그 외에 기 드 콩테(Guy de Cointet)의 작업이 담긴 책을 자주본다. 2013년의 계획에 대해 얘기해 달라 5주년을 기념하는 책을 준비할 계획이다. 회고록이 아닌 이미지 위주의 책이 될 것이다.
 
Credit
- EDITOR 주가은
- PHOTO 김정호
- DESIGN 오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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