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중, 외모와 다르게 잘 못놀아요..
김아중투명하게 부서지는 햇살 아래 반짝이는 에메랄드 빛의 바다, 바스러진 산호초 가루들의 결이 고운 해변 그리고 김아중. 멕시코의 풍요로운 휴양지 칸쿤에서 만난 김아중은 폭풍처럼 몰아치던 어제에서 벗어나 다시 수면 위에서 고요하게 빛나는 내일의 지평선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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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인>을 하면서 좀 힘들었거든요. 회마다 인물이 몇 명씩 죽어 나가고, 맨날 범인과 심문하고, 그런 무거운 상황을 연기하는 데 너무 치였어요. 제 나이 또래의 여자들을 표현할 수 있는 밝은 작품을 하고 싶었는데 마침 <나의 PS 파트너>를 만났죠. 일반적인 또래 여자들에게 공감대를 느끼나요 제 주변 친구들이 결혼에 대한 고민을 많이 털어놔요.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 여자들의 연애는 20대 초중반의 연애랑 또 다르거든요. 30대에 접어들면서 결혼과 타협할지, 직장에서 투사처럼 굳세게 살아남을지 고민하는데 굉장히 결연해요(웃음). 지금 제 또래 여자들의 고민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인물이니 꼭 하고 싶었어요. 사실 그동안의 역할들이 평범하진 않았죠 성형수술로 페이스오프하고, 뚱뚱해졌다가 날씬해지고, 아니면 시체를 부검하고, 드라마에서도 톱 스타로 나왔으니까요. 유명세를 얻은 뒤에 무언가 잃어버렸다고 생각할 때가 있나요 여자들은 서른 살 즈음에 오춘기가 온다고 하잖아요. 사실 스스로 여자 중에선 꽤 대담하고 열린 생각을 가진 성숙된 인간이라고 과대평가했었어요. 지난 몇 년 동안 여러 가지 일을 겪고, 사람들의 이면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스스로도 ‘서른 맞이 대잔치’ 한다고, 삼재를 한꺼번에 맞이하는구나 싶었죠(웃음).스스로에게 엄격한 편인가요 관대하진 않아요. 특히 일에 있어서 만큼은. 하지만 일을 제외하면 굉장히 게을러요. 개인적인 삶을 위해서 노력하는 건 별로 없어요. 여행을 좋아하긴 하지만. 여행은 자주 다니세요 사실 여행만을 위해서 떠나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일단 여름 휴가 시즌은 사람들이 많으니까 일단 피하고, 가을이나 연말 즈음 한겨울에나 한두 번씩? 최근 뉴욕에서 혼자 생활했잖아요. 얼마나 있었죠 한두 달 정도? 모든 것이 처음이었죠. 혼자 살아본 것도, 혼자 여행을 해본 것도, 외국에서 공부해 본 것도. 꼭 한번 해 보고 싶었는데 해보니까 이젠 혼자 여행도 할 수 있을 거 같고, 어디 가서도 지낼 수 있을 거 같아요. 뉴욕에 간 특별한 이유라도 사실 술도 잘 못 마시고, 클럽을 다니는 편도 아니고, 연애를 하는 것도 아니라서 스트레스 풀 데가 없어요. 또래 친구들은 각자 연애도 하고 돈 벌기도 바쁘니까 만나서 수다 떠는 것도 한계가 있죠. 그래서 몸에서 곰팡이 냄새가 날 정도로 집에만 있었어요. 그게 너무 싫어서 어딘가로 나가고 싶었죠. 의외네요 사실 일반적인 제 이미지와 실제의 저는 많이 다른 거 같아요. 그래서 들어오는 캐릭터들도 부담스러울 때가 많아요. 사실 제가 제 얼굴을 봐도 조금 잘 놀게 생겼어요. 술도 잘 마시고, 밤 문화도 좀 즐길 거 같고, 패션이나 쇼핑도 좋아할 거 같고, 화장품도 잘 알 거 같고, 그렇지 않아요(웃음)? 정반대죠. 그런 면에선 성실하지 못해요.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겠네요 평범하게 책이나 영화 보면서 시간을 보내요. 먹는 걸 좋아해서 맛있는 걸 찾아 다니기도 하고, 와인도 좋아하고. 메뉴를 고를 때, 각자 다른 메뉴를 주문하자고 할 때 미식가의 기질이 느껴지더군요 눈이 반짝반짝 했죠(웃음)? 좋은 음식 먹는 게 좋은 옷 사는 것보다 아깝지 않아요. 좋은 와인을 한 병 먹는 게 좋은 가방 하나 사는 것보다 좋아요. 그래서 외국 나가면 비싼 와인도 한 병씩 사 와요. 최근에도 <나의 PS 파트너> 팀들이랑 개봉 전에 모이면 마시려고 한 병 샀어요. 여행이 좋은 이유는 뭔가요 다른 문화를 체험하길 좋아해요. 외국에 어떤 문화가 있는지 보고, 알고 싶어요. 또래 친구들은 여행을 가면 쇼핑몰이나 클럽 같은 핫 플레이스에 가길 원하는데 저는 언더그라운드에서 가장 ‘핫’한 공연이나 유적지가 궁금해요. 결국 사람에 대한 관심이네요 이런 관심을 갖고 멕시코영화를 보는 것과 어느 날 갑자기 멕시코영화를 보는 느낌은 완전히 다르겠죠. 실제로 경험하지 못해서 생긴 선입견들이 있을 거니까요. 이태원에서 데이트를 하면서 브리토를 먹었던 사람과 멕시코의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길거리에서 브리토를 먹는 걸 본 사람이 멕시코영화에서 브리토를 먹는 남자의 모습을 봤을 때의 느낌은 완전히 다르겠죠. 결국 사람에 대한 관심일지도 모르겠어요. 지금 본인의 관심사란 무엇인가요 아직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의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나이인 만큼 아직 다양한 캐릭터를 만날 가능성은 적겠죠. 게다가 시나리오는 저뿐 아니라 많은 여배우들에게도 가고, 다른 배우가 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같이 작업하는 크리에이터들이 이건 김아중이랑 했으면 좋겠다고 떠올릴 수 있는 걸 표현하고 싶어요. 제가 가진 걸 누군가와 다르게 확실히 보여주고 싶어요.
Credit
- EDITOR 김미구
- 민용준 PHOTO 안주영 DESIGN 오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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