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가 치유와 위로의 가장 큰 힘이 되기까지, 우리가 몰랐던 비블로테라피 || 엘르코리아 (ELLE KOREA)
CULTURE

독서가 치유와 위로의 가장 큰 힘이 되기까지, 우리가 몰랐던 비블로테라피

책 <요즘 저는 아버지께 책을 읽어 드립니다>를 통해 김소영 작가가 전하고자 한 목소리.

이마루 BY 이마루 2023.08.24
재킷은 Ych by Ggumim. 팬츠는 Dint.

재킷은 Ych by Ggumim. 팬츠는 Dint.

 
 
책 〈요즘 저는 아버지께 책을 읽어 드립니다〉는 직접 책의 내용을 낭독한 파일을 부모님께 보내는 과정에서 새롭게 느끼게 된 것들을 담았다. ’독서치료(Bibliotheraphy)’라는 개념을 소개한다면
2010년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버지의 목 아래 신경이 손상됐고, 이후 홀로 거동할 수 없게 된 아버지를 어머니가 쭉 돌보고 계시다. 부모님께 생긴 고난에 대한 원망, 일을 그만 둔 이후에 생긴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대한 답을 독서를 통해 찾게 됐다. 부정적이었던 감정들이 희망의 감정으로 옮겨지며 치유되는 것을 실제로 경험했고 이후 〈비블리오테라피〉 책을 읽으며 ‘독서치료’에 대한 개념을 확립할 수 있었다.
 
아이 교육을 위해 회사를 떠나기 전까지 20년 넘게 일하며 유명 패션지의 중국 지사장부터 매체사의 CEO까지 역임했다. 원래 독서 애호가는 아니었다고
 직장 생활을 하며 리더십 책을 읽거나, 육아 고민이 생길 때면 육아서를 찾고 생활인으로서는 재테크 관련 서적을 읽고는 했다. 실용적인 질문에서 독서가 시작했던 셈이다. 그러다가 인생에서 힘든 상황을 맞이하며 더 깊은 질문, 인생에 대한 답을 찾는 갈망에서 독서를 하게 됐고 인문학 서적, 성경을 깊게 읽으며 비로소 진정한 책의 힘을 느꼈다. 수천 년 전에 쓰여진 세네카의 수필을 지금 읽어 봐도 사람들의 삶은 똑같더라. 결국 인간이라는 존재, 인생이라는 것은 이렇구나 라는 것을 깨달으며 인생을 좀 더 넓게 볼 수 있게 됐다. 내 인생에 당면한 상황에 갇혀 있는 내 시각을 마치 줌아웃하듯 풀샷으로 볼 수 있게 해 준 거지. 그러면 지금 안 좋은 일을 겪고 있어도 이게 나쁘기만 한 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어떤 방향이든 내 인생에 질문을 갖고, 또 그 질문을 던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부모님께 책을 낭독한 녹음한 파일을 보내게 된 것은 팬데믹으로 직접 뵙는 것이 어려워지던 시기 나온 아이디어였다. 이 여정을 기록하게 된 계기는
예전에는 부모님의 상황을 피해의식, 원망, 자기 연민을 갖고 바라봤다면, 빅터 프랭크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은 이후 시각이 변했다. 나치 시절 유대인 수용소의 참담함이 아닌, 그곳에서 인간이 어떻게 반응했는지에 대해 쓴 책이다. ‘이 상황에서도 하루에 한 덩어리 나오는 빵을 아픈 사람을 위해 나눠주는 숭고한 인격의 사람들이 있었다.’라는 대목을 읽는데 여전히 자식들을 사랑하고, 책임의식을 갖고 버텨내는 우리 부모님의 모습이 떠오르더라. 거동이 불가능하지만 지금도 신문을 읽으시며, 딸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발견하면 알려주려고 하는 아버지. 그리고 열심히 간병을 하시는 어머니에 대한 감정이 자긍심과 고마움으로 차츰 바뀌었고, 이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블리오테라피를 통해 생겨난 부모님의 반응과 변화가 재밌고, 또 감동적이기도 해서 이 과정을 세심히 관찰하며 기록으로 남겨도 좋겠다 싶었다.
 
 
책에는 직접 그린 그림들도 실려 있다. 그림의 주제는 어떻게 택했을지
고등학교 졸업 이후 처음으로 그림을 그리게 됐는데 제일 중요한 건 내가 뭘 그리고 싶은지를 아는 것이다. 함께 아뜰리에에 다니는 분들을 보면 아이든 어른이든 뭘 그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는 분들이 많더라. 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과정은 굉장히 노동집약적이다 보니 내게 정말 의미가 있지 않으면 계속 작업을 이어가기 어렵다. 어떤 걸 그리고 싶은지, 이 과정이 내게 어떤 위안을 주는지 생각을 해봐야 한다.
 
독서 치유의 과정을 담은 〈요즘 저는 아버지께 책을 읽어 드립니다〉.

독서 치유의 과정을 담은 〈요즘 저는 아버지께 책을 읽어 드립니다〉.

 
 
학업 성취와 사회생활의 성공을 통해 부풀어졌던 자아가 살림을 하면서 깨졌다는 대목에 공감이 가기도 했다
직장은 옮겨도 3개월~6개월이면 적응이 되는데 살림은 그게 안됐다. 집안을 깨끗이 유지하고, 아이를 키우고, 밥을 차리는 살림을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부딪히는 동안 멀티태스킹 능력도 향상되고 통찰력도 생겼다. 특히 학부모회의 업무는 웬만한 중견 간부 이상의 업무다. 직장 생활에서의 업무는 어느 정도 서열과 업무 목표가 정해져 있지 않나. 그런데 학교에서는 정말 다른 차원의 사람과 문제들을 만난다. 그런 일을 정말 노련하고 민첩하게, 임금도 받지 않고 해낸다. 우리 안에는 워킹맘 아니면 전업맘이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존재하지만 사실 그런 경계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양쪽을 다 경험하며 인간으로서 균형을 찾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지금 한창 커리어에 몰입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할 수 있는 조언이 있다면
힘든 순간을 넘길 수 있는 힘은 항상 ‘의미’인 것 같다. 내가 이 일을 왜 하는지 그 의미를 생각하고 찾아보려고 하면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 최근 미셸 오바마가 새로운 책 〈자기만의 빛(The Light We Carry)〉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 인생에 여러 가지 일이 벌어지기 마련인데 그 일들이 동시에 일어나지는 않는다는, 어떤 일들이 되어지는 시기와 다른 쪽으로 나아가는 시기가 있다는 내용인데 100% 공감한다. 나는 23년 간 일을 열심히 했고, 그 다음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나를 필요로 하고 육체적으로 쉼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 내 삶의 중요한 요소들이 각각 지금 어떤 리듬을 갖는지, 어디에 힘을 실어줘야 하는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 너무 많은 걸 동시에 이룰 수는 없으니까.
 
 
가족이 겪고 있는 일이 10대인 두 아들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데
부모님께 잘해야 한다는 것을 윤리의 개념으로 두고는 있지만, 사실 우리는 정작 내 가족을 잘 모른다. 나 또한 누워 계신 상황에서도 긍정적이고 여전히 명철한 아버지의 특성을 뒤늦게 알게 됐고, 그 모습을 보며 용기를 얻게 됐다. 아이들에게도 ‘우리 가족에게 안타까운 사고가 생겼지만 그래도 우리는 함께 식탁에 둘러 앉아 맛있는 것을 먹으며 웃었다’라는 기억이 살아가며 난관을 마주쳤을 때 힘이 될 것이라 믿는다.
 
 
이 책이 어떤 사람들에게 닿길 바라나
어떤 종류든 어려운 상황을 만난 사람들. 얼마전 낭독회에서 뇌졸증으로 쓰러진 남편을 둔 분이 딸과 함께 오셨는데, 내 책을 통해 위로 받았다고 하시더라. 이 책은 내게 새로운 길을 찾는 이야기이기도 한데 사실 누구나 다 길을 찾고 있지 않나. 그런 시각으로 바라보면 더 많이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인생을 돌아봤을 때, 김소영은 어떤 사람인 것 같나
이야기를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 미디어 분야에서 그래서 오랫동안 일했고, 창의적인 사람들이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을 볼 때 희열을 느꼈다. 내 이야기를 가지고 사람들을 치유하고, 부모님이 치유하는 이야기를 꺼내게 된 지금도 한 번 더 느낀다. 나는 이야기가 가진 힘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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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이마루
    사진가 이예지
    패션 스타일리스트 이현지
    헤어 스타일리스트 박창대
    메이크업 아티스트 심채원
    아트 디자이너 민홍주
    어시스턴트 이의영
    디지털 디자이너 장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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