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에게는 매일 하루에 세 번, 지구를 지킬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아워플래닛 공동 대표인 김태윤 셰프의 말이다. 아워플래닛은 〈한국인의 밥상〉 취재 작가였던 장민영과 레스토랑 이타카의 셰프였던 김태윤이 각자의 식탁 위에 무엇을 올리면 세상이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변화할지 고민하는 미식연구소다. 이들은 지속 가능한 바다를 위해 어떤 해산물을 먹어야 하는지, 육식을 해야 한다면 어떻게 기른 가축을 소비해야 하는지 등 구체적인 실천법을 주제로 포럼과 강의, 다이닝을 진행하는 동시에 기업의 지속 가능한 메뉴 컨설팅으로 크고 작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너도나도 친환경을 외치고, ESG 경영이 시대를 아우르는 트렌드로 떠오르지만 비건과 지속 가능성이 여전히 낯설고 멀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 장민영은 이에 대해 명쾌한 해법을 제시한다. “환경을 위한 가장 손쉬운 실천법이 있어요. 제철 식재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거죠. 지구를 위해 거창한 요리를 해내겠다는 마음보다 계절에 기대 자라나는 푸성귀를 다양하게 즐기면 좋겠어요.” 장민영은 식탁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여전히 모호하고 거창한 단어를 ‘제철 음식’이라는 키워드로 단숨에 쉽고 흥미롭게 풀어낸다. 수입 식재료를 선택하는 순간 멀고 먼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 식재료를 옮기는 과정을 소비하게 되고, 그 자체만으로도 지구는 병든다. 인간이 배출하는 탄소량 중 무려 3분의 1이 음식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아워플래닛은 ‘로컬오딧세이’ 프로그램을 통해 그들의 제철 먹거리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있다. 지리산, 울릉도, 속초, 태안 등 로컬의 다양한 식재료로 요리하고, 식재료가 어디서 자라나 누구의 손을 거쳐 내 식탁 위에 오르는지 일상 먹거리의 배경과 서사에 몰두한다. 이들이 탐구한 식재료의 연결고리는 앞으로 무엇을 생각하며 먹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커다란 힌트가 된다. 생선과 채소의 실물을 평생 마트와 식당에서만 본 어린아이들이 식재료가 마트에서 자란다고 믿는다는 ‘웃픈’ 이야기를 들은 적 있는가. 우리가 흔히 먹는 식재료는 자본주의 원칙에 따라 자라난 단일 품종인 경우가 많다. “잘 팔리는 수미감자는 살아남았지만 나머지 감자 품종은 잡초처럼 치부되기도 하죠.” 포근포근한 식감, 매끈한 질감의 감자, 향이 강한 감자 등 다종다양한 식재료의 특성에 따른 여러 조리법 역시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다양한 품종을 길러내던 비옥한 땅은 소모적인 쓰임새로 병들어 가고, 동시에 우리 식탁은 점점 빈곤해진다.
내 미식생활과 지구를 구해낼 지속 가능한 식탁의 법칙과 방식을 어떻게 찾으면 좋을까? 안백린은 ‘내가 환경을 위해 이토록 노력하는데’ 하는 마음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환경을 위한 나의 노력이 억울하게 느껴지고, 다른 사람의 무심함을 원망하게 되는 건 자신의 욕망을 억누른다는 신호다. 타인을 향한 비난과 스스로를 향한 억울함은 끝끝내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은 마음으로 이어지기 쉽다. ‘세상은 원래 환경 따윈 신경 쓰지 않아’ 하고 하얀 깃발을 드는 순간 환경 파괴적인 삶으로 돌아가게 되는 건 순식간이다. 반면 장민영은 미식을 향한 명료한 호기심이 나만의 속도로 지속 가능성을 도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 제안한다. “요즘 홀아비밤콩이 맛있다는데 어디서 살 수 있지, 어떤 생산자가 길렀지? 밥 지을 때 넣었더니 맛있더라!”처럼 ‘진짜 맛’을 구하려는 음식 탐험가들이 많아질수록 지구는 더욱 건강해질 거다. 우리는 오늘도 내일도 아침 · 점심 · 저녁 식탁에 앉는다. 빈 접시에 어떤 요리를 담을지 결정하는 일은 오롯이 자신에게 달렸다. 내 밥상을 노려보고, 마음껏 음미해 보자. 작은 노력으로 이뤄낸 변화는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멋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