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세츠코의 르 그랑 샬레 || 엘르코리아 (ELLE KOREA)
CULTURE

아티스트 세츠코의 르 그랑 샬레

스위스 로시니에르에 자리 잡은 ‘르 그랑 샬레’는 아티스트 세츠코 클로소프스카 드 롤라의 집이자 작업실, 화가 발튀스의 자취가 녹아 있는 거대한 뮤지엄이다.

ELLE BY ELLE 2023.05.19
 
1977년 화가 발튀스가 인수해 백작부인 세츠코와 딸 하루미가 살고 있는 르 그랑 샬레 전경.

1977년 화가 발튀스가 인수해 백작부인 세츠코와 딸 하루미가 살고 있는 르 그랑 샬레 전경.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집, 그러나 아티스트들의 충만한 에너지로 가득 찬 집. 스위스 로시니에르에 자리 잡은 이 집은 1752~1756년 법원 서기였던 장-다비드 앙쇼(Jean-David Henchoz)가 건축한 집이었으나 1852년 빅토르 위고(Victor Hugo), 레옹 강베타(Le′on Gambett)를 비롯해 유명 아티스트가 자주 찾는 호텔 르 그랑 샬레(Le Grand Chalet)가 됐다.
 
발튀스의 작업실, 그가 생전에 사용하던 유화 팔레트가 그대로 보존돼 있다.

발튀스의 작업실, 그가 생전에 사용하던 유화 팔레트가 그대로 보존돼 있다.

1961~1977년까지 로마 빌라 메디치의 디렉터였던 화가 발튀스는 임기가 끝난 후 지병을 치료하기 위해 1977년 스위스 알프스 산자락의 르 그랑 샬레를 인수했고, 생을 마감할 때까지 이곳에서 아내 세츠코 클로소프스카 드 롤라(Setsuko Klossowska de Rola, 이하 ‘세츠코’) 백작부인과 그들의 딸 하루미와 함께 살았다. 발튀스가 살던 때부터 지금까지 많은 예술가의 방문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곳은 스위스 국가중요문화재 중 하나다. 총 42개의 방, 113개의 창문이 있는 이 거대한 목조 건물에는 세츠코, 하루미의 가족 그리고 발튀스와 전 부인의 아들까지 3대가 자연의 순리를 따르며 살아가고 있다.
 
문 뒤로 보이는 세츠코의 아틀리에. 그 속에 세츠코의 회화 작품들이 보인다.

문 뒤로 보이는 세츠코의 아틀리에. 그 속에 세츠코의 회화 작품들이 보인다.

모두 발튀스의 영감이 가득한 공간에서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면서 그의 발자취를 이어간다. 발튀스가 마지막까지 그림을 그리던 아틀리에는 그가 작업하던 그대로 보존돼 있다. 마치 그의 시간이 여전히 흐르고 있는 것처럼 미완성 캔버스는 매혹적인 테레빈 오일 향을 내뿜고 있다.
 
발튀스의 아틀리에. 그가 앉았던 의자와 당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발튀스의 아틀리에. 그가 앉았던 의자와 당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저에게 발튀스는 전통에 뿌리를 내린 나무 같아요. 이 나무는 꽃과 열매를 낳았고, 아스티에 드 빌라트의 창립자 베누아와 이반 역시 그 꽃과 열매에 포함돼 있습니다. 우리는 아름다움에 대한 감성을 함께 나눌 수 있어요.
세츠코의 고백이다.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듯 활력이 넘치는 발튀스의 아틀리에.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듯 활력이 넘치는 발튀스의 아틀리에.

2002년 발튀스 재단의 명예 회장으로 취임, 2005년엔 유네스코 평화 예술가로 선정된 세츠코는 여전히 프랑스와 스위스를 오가며 화가이자 조각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가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빌라 메디치에 머물 때부터. 당시 발튀스의 도움을 받아 화가로서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기량을 연마해 왔다. 세츠코의 정물화 속에는 직물과 도자기, 꽃, 바구니, 고양이가 자주 등장한다. 이 그림들은 로마, 로잔, 뉴욕, 런던, 도쿄, 파리를 순회했고,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등의 뮤지엄 컬렉션에도 포함돼 있다.
 
세츠코의 그림 ‘Mandoline sur tissus grecs’(1987~1988), Gouache on Wood. Leonardo Cestari, Courtesy of Gagosian/©Setsuko

세츠코의 그림 ‘Mandoline sur tissus grecs’(1987~1988), Gouache on Wood. Leonardo Cestari, Courtesy of Gagosian/©Setsuko

르 그랑 샬레에는 세츠코의 페인팅 아틀리에와 자수 및 패치워크를 하는 바느질 작업실이 있다. 파리 아스티에 드 빌라트 공방에는 창립자인 베누아와 이반이 그녀의 개인 작업실을 마련해 줬다. 파리 공방에서는 흙을 이용해 아스티에 드 빌라트와의 협업 제품 그리고 개인 조각 작업, 세라믹 나무 시리즈를 만들어낸다. 새로운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그녀는 최근 파리 근교의 또 다른 아틀리에에서 브론즈 작업을 시작했다. 브론즈로 만든 무화과, 석류나무 등의 작품은 그녀의 붓질이 꼼꼼하게 더해진 핸드 페인팅으로 완성된다.
 
세츠코의 청동 조각 작품 ‘Chandelier(grenadier)’(2019), Hand painted bronze. Thomas Lannes, Courtesy of Gagosian/©Setsuko

세츠코의 청동 조각 작품 ‘Chandelier(grenadier)’(2019), Hand painted bronze. Thomas Lannes, Courtesy of Gagosian/©Setsuko

그녀의 페인팅, 세라믹 작업은 가고시언 갤러리를 통해 활발한 국제 전시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9년 파리 가고시언 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도 좋은 평을 받았지만, 2022년 로마 가고시언 갤러리에서 진행된 전시에선 페인팅, 세라믹은 물론 브론즈 작품까지 소개돼 성황을 이뤘다.
 
세츠코의 청동 조각 작품 ‘Chandelier(Figuier coloré)’(2021), Hand painted bronze. Thomas Lannes, Courtesy of Gagosian/©SSetsuko

세츠코의 청동 조각 작품 ‘Chandelier(Figuier coloré)’(2021), Hand painted bronze. Thomas Lannes, Courtesy of Gagosian/©SSetsuko

자연이야말로 긴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아름답죠. 이곳 르 그랑 샬레에서는 계절의 리듬에 맞춰 사는 게 중요합니다. 나무 기둥에서 솟아나는 가지를 비롯해 나무를 이루는 구성 하나하나 모두 배울 것 천지예요. 제 선생님은 자연이고,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고 싶습니다. 제 작품 역시 자연에서 많은 영감을 받고 있고요.
 
세츠코의 그림 ‘Chat assis sur fauteuil en osier vert’(1996~1997), Gouache on canvas. Zarko Vijatovic, Courtesy of Gagosian/©Setsuko

세츠코의 그림 ‘Chat assis sur fauteuil en osier vert’(1996~1997), Gouache on canvas. Zarko Vijatovic, Courtesy of Gagosian/©Setsuko

발튀스는 오늘날 세츠코를 통해 꽃과 열매를 피우고 있다. 일 년 내내 전 세계에서 방문하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스위스 알프스의 르 그랑 샬레를 찾는 발걸음으로 분주하다.
 
트레이드마크인 기모노를 입고 아틀리에에서 작업 중인 세츠코.

트레이드마크인 기모노를 입고 아틀리에에서 작업 중인 세츠코.

 
 
페인팅에 필요한 재료와 컬렉션 아이템이 놓인 작업실 풍경.

페인팅에 필요한 재료와 컬렉션 아이템이 놓인 작업실 풍경.

 
 
발튀스의 캔버스가 놓여 있는 아틀리에.

발튀스의 캔버스가 놓여 있는 아틀리에.

 
주로 페인팅 작업을 하는 세츠코의 아틀리에.

주로 페인팅 작업을 하는 세츠코의 아틀리에.

 
세츠코의 조각 작업은 화이트 에나멜 아래로 조금씩 보이는 테라코타의 블랙 컬러가 그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중앙에 놓인 작품은 ‘Citronnier I’(2022), Enameled terracotta. Courtesy of Gagosian/©Setsuko

세츠코의 조각 작업은 화이트 에나멜 아래로 조금씩 보이는 테라코타의 블랙 컬러가 그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중앙에 놓인 작품은 ‘Citronnier I’(2022), Enameled terracotta. Courtesy of Gagosian/©Setsuko

 
말메종(Malmaison) 뮤지엄 전시를 위해 만든 조세핀 볼 스탠드(Tre‵s grande coupe sur pied Joséphine)에 세츠코가 카멜리아꽃을 장식했다. 이 볼 스탠드는 아스티에 드 빌라트 컬렉션에 포함돼 있다. Courtesy of Gagosian/©Setsuko

말메종(Malmaison) 뮤지엄 전시를 위해 만든 조세핀 볼 스탠드(Tre‵s grande coupe sur pied Joséphine)에 세츠코가 카멜리아꽃을 장식했다. 이 볼 스탠드는 아스티에 드 빌라트 컬렉션에 포함돼 있다. Courtesy of Gagosian/©Setsuko

 
세츠코의 나무 조각 작업은 파리 아스티에 드 빌라트 공방에 있는 작업실에서 이뤄진다. 스툴 위 작품은 ‘Figuier Ⅲ’(2022), Enameled terracotta.

세츠코의 나무 조각 작업은 파리 아스티에 드 빌라트 공방에 있는 작업실에서 이뤄진다. 스툴 위 작품은 ‘Figuier Ⅲ’(2022), Enameled terracotta.

 
세라믹 조각 작품 ‘Magnolia I’(2022), Enameled terracotta. Courtesy of Gagosian/©Setsuko

세라믹 조각 작품 ‘Magnolia I’(2022), Enameled terracotta. Courtesy of Gagosian/©Setsuko

 
세라믹 조각 작품 ‘Montée’(2017), Enomeled terracotta. Courtesy of Gagosian/©Setsuko

세라믹 조각 작품 ‘Montée’(2017), Enomeled terracotta. Courtesy of Gagosian/©Setsuko

 
고양이의 털 하나하나를 세심한 붓 터치로 그리기 때문에 하나를 완성하는 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아스티에 드 빌라트의 유니크 피스 티포트.

고양이의 털 하나하나를 세심한 붓 터치로 그리기 때문에 하나를 완성하는 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아스티에 드 빌라트의 유니크 피스 티포트.

 
고양이의 털 하나하나를 세심한 붓 터치로 그리기 때문에 하나를 완성하는 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아스티에 드 빌라트의 유니크 피스 티포트.

고양이의 털 하나하나를 세심한 붓 터치로 그리기 때문에 하나를 완성하는 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아스티에 드 빌라트의 유니크 피스 티포트.

 
스위스 로시니에르에 위치한 세츠코의 바느질 작업실.

스위스 로시니에르에 위치한 세츠코의 바느질 작업실.

 
세츠코, 하루미 그리고 아스티에 드 빌라트의 두 창업자 베누아, 이반과의 티타임. 아름다움에 대한 감정을 함께 교류할 수 있는 친구들이다.

세츠코, 하루미 그리고 아스티에 드 빌라트의 두 창업자 베누아, 이반과의 티타임. 아름다움에 대한 감정을 함께 교류할 수 있는 친구들이다.

 
 
화가 발튀스가 직접 장식한 작은 교당. 오래된 마구간을 구입해 이곳으로 가져왔다.

화가 발튀스가 직접 장식한 작은 교당. 오래된 마구간을 구입해 이곳으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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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컨트리뷰팅 에디터 김이지은
    사진 julie ansiau
    아트 디자이너 김민정
    디자인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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