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기술.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두 개의 영역이 아티스트 듀오를 만나 하나의 미학으로 거듭났다. 드리프트는 움직이는 예술 작품을 의미하는 키네틱 아트로 전 세계 아트 러버들을 사로잡았다. 네덜란드 예술가 로네커 호르데인(Lonneke Gordijn)과 랄프 나우타(Ralph Nauta)는 2007년 팀을 결성한 이래 실험적인 조각, 설치미술, 퍼포먼스, 미디어아트 등 분야를 넘나들며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주로 자연 형태를 공학적으로 설계하는 드리프트의 작품은 ‘기술을 겸비한 예술’로써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 그리고 환경에 대한 물음표를 던진다. 빛과 움직임에 주목한 드리프트의 드론 프로젝트는 허공에 라이팅을 더해 조각처럼 형태감을 만드는 작업으로 공간을 확장하고 상상할 수 있도록 제안한다.
드리프트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첨탑 공사가 완성된 모습을 빛으로 구현했다.
최근 여러 잡지와 신문 등이 보도한 작품은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완공된 모습을 상상해 조명으로 그린 모습을 렌더링한 작품이다. 우리는 이 아이디어가 실제로 하늘에 펼쳐질 수 있길 바라고 있다. 드론 프로젝트는 도시 풍경을 극적으로 바꿀 수도 있고, 현재 건축물이 가지고 있는 영향을 시각화해 지역사회에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 작품을 기반으로 몇몇 건축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도시 전경 위에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건물을 상상해 그렸다.
「 건축물 렌더링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 암스테르담에서 300여 개의 드론을 하늘로 쏘아 올리는 퍼포먼스 ‘프랜차이즈 프리덤(Franchise Freedom)’ 작품을 만들 때였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이 불에 탔다는 소식을 들었다. 덴마크 건축가인 비야케 잉겔스와 여러 아이디어를 나누다가 우리는 불에 탄 노트르담의 일부를 빛으로 재건하는 작업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쉼 없이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에서 과거의 영광을 간직한 건축물에 빛을 더하는 일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해 많은 숙제가 남아 있다.
로마 콜로세움의 본래 모습을 건축가의 눈으로 시각화해 렌더링한 작품.
「 최근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DRIFT: In Sync with the Earth〉 전시를 열었다
」 드리프트의 전반적인 작품세계를 한국 미술 애호가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대표작과 신작을 함께 전시하게 됐다. ‘샤이라이트(Shylight)’는 꽃의 수면 운동에서 영감받은 작품으로 꽃봉오리가 음악에 반응해 스스로 열고 닫는 움직임을 표현했다. 자연에서 영감 받았지만,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은 사람의 성질과 닮았다. 또 ‘머티리얼리즘(Materialism)’ 시리즈의 신작을 통해 일상을 둘러싸고 있는 사물과 사람의 관계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번 신작을 위해 게임 보이의 게임기, 게임기의 슬롯, 바비 인형, 신라면 한 봉지를 해체해 제작했다.
함부르크의 엘프필하모니(Elbphilharmonie) 5주년을 기념해 수백 개의 조명 드론이 화려한 공연을 펼쳤다.
첫 번째 작품 ‘프래질 퓨처(Fragile Future)’다. 지금까지도 우리의 대표 작이고, 전 세계에서 전시하고 있다. 암스테르담에서 직접 수집한 민들레 홀씨를 하나하나 LED 전구에 붙였다. 자연과 기술을 융합한 빛의 조각이다. 겉으로 보기엔 서로 다른 자연과 기술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것 같지만, 공존할 수밖에 없는 두 영역에 대한 비판이자 유토피아적 비전을 제안하는 것이다.
현대카드 스토리지 전시에서 만날 수 있는 ‘프래질 퓨처(Fragile Future)’는 민들레꽃 블록을 더해 만든 대표 작품.
「 작품을 지속하는 드리프트만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 자연. 특히 로네커는 어린 시절의 자연과 강하게 연결돼 있다. 이런 감각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졌는데, 새들이 떼 지어 날고, 식물이 번식하고, 구름이 움직이는 것. 우리를 사로잡은 모든 것은 우리가 세상과 마주한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우리는 우리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작품으로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