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김 2023 F/W 컬렉션 쇼
」영롱한 진주 드레스를 걸친 모델이 런웨이 위로 천천히 발을 내딛습니다. 사람들은 숨을 죽인 채 일종의 성스러운 의식을 떠올리게 만드는 모델의 조심스러운 발걸음을 일제히 지켜봤죠. 그러다 일순간 모델이 멈춰서자, 어디선가 흰 가운을 입은 스탭들이 걸어 나와 모델이 입은 드레스를 가위로 잘라버립니다. 줄줄이 엮여 있던 수백 개의 진주들은 쇼장 바닥에 나뒹굴었죠. 이후 모델은 그나마 남아있던 몇 가닥의 진주마저 벗어던집니다. 마치 새로운 탄생을 암시하기라도 하는 것처럼요. 이처럼 강렬한 퍼포먼스로 좌중을 압도한 김해김의 2023 F/W 컬렉션 패션쇼에는 절제된 생각과 감정을 상징하던 진주를 벗어던져, 진정한 자유와 본연의 아름다움을 되찾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습니다.






꾸레쥬 2023 F/W 컬렉션 쇼
」한 모델이 스마트폰을 뚫어지게 들여다보며 런웨이를 활보합니다. 매일같이 길거리에서 맞닥뜨리는 익숙한 풍경이죠. 디스토피아를 연상케 하는 희뿌연 안개 사이로 “오늘 날씨 어때?”라는 음성이 울려 퍼지며 쇼는 막을 올렸습니다. 날씨를 묻는 질문에도 모델들은 여전히 조그마한 스마트폰 액정에 시선을 고정한 채 발걸음을 재촉할 뿐이었습니다. 이번 컬렉션은 스마트폰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현대인의 삶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탄생했습니다. 아티스틱 디렉터 니콜라스 디 펠리체는 꾸레쥬의 시그니처 디테일인 동그라미를 배꼽 한가운데와 가슴에 동그랗게 구멍이 뚫린 컷아웃 그리고 커다란 원형 액세서리로 위트 있게 풀어냈죠.









엘리엇 에밀 2023 F/W 컬렉션 쇼
」말 그대로 ‘핫’한 런웨이였죠. 등에는 불이 붙은 채, 머리부터 발끝까지 까만 방화복을 입은 모델이 뚜벅뚜벅 걸어 나옵니다. 벌써 엘리엇 에밀이 파리에서 세 번째로 선보이는 컬렉션으로, 이들은 그간 하나같이 어둡고 디스토피아적인 무드를 표방해왔죠. 이번 컬렉션 또한 영국의 조각가 헨리 무어로부터 영감을 얻은 만큼 차갑고 구조적인 실루엣이 줄을 이었습니다. 버클과 지퍼를 비롯한 브랜드의 시그니처 디테일부터 올블랙 룩, 잔뜩 부풀려진 패디드 재킷, 디스트레스드 니트까지, 그야말로 미래적인 무드로 가득한 컬렉션이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