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반지의 제왕〉 속 간달프가 런웨이에 깜짝 등장했습니다. 배우 이안 맥켈런은 알프레드 테니슨의 시를 낭독하며 S.S. 달리 쇼의 포문을 열었는데요. S.S 달리는 지난해 'LVMH 프라이즈'의 우승자였던 스티븐 스토키 달리가 이끄는 브랜드로, LVMH로부터 약 4억 원의 상금을 지원받은 바 있죠. 이안 맥켈런은 선원 모자를 쓰고 네이비 컬러의 피코트를 걸친 채 당당히 런웨이를 장식했습니다. 이번 컬렉션은 케이트 부시의 노래 ‘The Ninth Wave’에서 영감을 얻은 만큼, 제목 또한 곡과 동명으로 지어졌는데요. 땅에 끌릴 정도로 기다란 줄과 여기저기 찢긴 듯한 디테일이 마치 부서지는 파도 속에서 건져 올린 난파선을 연상케 하죠? 디자이너는 푸른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화이트와 블루 컬러의 피스들과 남성의 나체가 드로잉 된 셔츠 등에 자신의 퀴어 정체성을 녹여냈습니다.
S.S. 달리에는 간달프가 등장해 노장을 관록을 보여줬다면, 모왈롤라에는 사랑스러운 아기가 등장해 쇼장의 모든 이들을 미소짓게 만들었죠. 이날 영국의 아티스트 올라올루 슬런은 뉴욕현대미술관 ‘MoMA’를 브랜드의 철자와 비슷한 ‘MoWA’로 재치 있게 재해석한 후드와 팬츠 셋업을 입은 채 워킹을 선보였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의 품에는 인형도, 반려견도 아닌 아기가 안겨 있는데요. 꼬마 모델의 주인공은 태어난 지 7개월 남짓 된 그의 아들이었습니다. 하트와 모왈롤라 로고가 더해진 톱을 걸친 그의 앙증맞은 모습은 좌중의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했죠. 한편 이번 컬렉션에서는 바지를 엉덩이까지 내려 입는 일명 ‘저스틴 비버 패션’, ‘새깅’의 미학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뉴욕 양키스를 패러디한 로고부터 미국의 여권이 프린팅된 톱까지, 그야말로 미국의 정수를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네요.
「 시네이드 오드와이어 2023 F/W 컬렉션
」 시네이드 오드와이어는 패션 산업 내에서 규격화된 모델 사이즈를 탈피해 신체의 다양성을 꾀하고자 하는 디자이너입니다. 그녀의 철학에 걸맞게 이번 컬렉션에서도 임신부, 휠체어를 탄 사람, 플러스 사이즈 등 다양한 모습을 한 모델들이 줄을 이었죠. “모두를 위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싶다”라는 그녀의 말대로 마치 거미줄처럼 촘촘히 짜인 신축성 있는 스타킹과 톱은 체형을 불문하고 모든 여성의 몸을 감싸 안았습니다. 이외에도 코르셋과 홀터넥 드레스, 돌아가신 할머니와 자신의 고향인 아일랜드로부터 영감을 얻은 푸른색 트렌치코트 등 다채로운 아이템을 엿볼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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