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결정에는 한층 더 강화된 영국 당국의 제재와 대중들의 부정적인 평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지난해 영국 정부는 갈수록 격렬해지는 환경단체의 시위에 대응하고자, 이와 관련한 법적 처벌을 강화하는 공공질서법안을 마련했어요. ‘핵심 국가 기반시설에 대한 간섭’과 점거를 범죄로 규정하고, 만약 이를 위반할 시 최대 징역형에 처하도록 한 건데요. 당국뿐만 아니라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구겐하임 미술관을 비롯한 전 세계 92곳의 미술관 관장들 또한 일제히 “깊은 충격”을 호소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전 세계 유수의 미술관들이 이처럼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은 미술계에서 처음 있는 이례적인 일이에요.
멸종저항은 호주 빅토리아 국립미술관에 걸려있던 피카소의 작품 〈한국에서의 학살〉에 순간접착제를 바른 손바닥을 붙이는 등,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2018년부터 급진적인 형태의 시위를 펼쳐왔죠. 이들 외에도 런던 내셔널갤러리에 위치한 반 고흐의 〈해바라기〉에 토마토 수프를 부은 저스트 스톱 오일(Just Stop Oil) 등, 격렬한 시위를 이어가는 환경단체가 나날이 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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