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예술은 함께여야 한다! 사진가 잭 영의 공공임대주택 휴머니즘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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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예술은 함께여야 한다! 사진가 잭 영의 공공임대주택 휴머니즘

영국의 아마추어 사진가 잭 영이 포착한 런던 공공임대주택들.

류가영 BY 류가영 2023.02.28
 
1930년대 영국 모더니즘 건축의 창시자 중 한 명인 베르톨드 루베트킨(Berthold Lubetkin)이 디자인한 베빈 코트(Bevin Court).

1930년대 영국 모더니즘 건축의 창시자 중 한 명인 베르톨드 루베트킨(Berthold Lubetkin)이 디자인한 베빈 코트(Bevin Court).

프로덕트 디자이너 잭 영(Jack Young)은 빛과 그림자에 따라,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180° 변신하는 건축물에 매료돼 부업으로 건축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계획된 정교함 속에 깃든 창의성. 맨 처음 공공임대주택의 독창적인 아름다움에 주목했던 골든 레인 에스테이트(Golden Lane Estate)의 모습을 촬영한 후, 잭은 2년 동안 총 68곳의 런던 공공임대주택 단지를 카메라로 담아냈다.
 
베르톨드 루베트킨과 프랜시스 스키너(Francis Skinner), 더글러스 베일리(Douglas Bailey)가 함께 설계한 시빌 하우스(Sivill House)의 내부 층계.

베르톨드 루베트킨과 프랜시스 스키너(Francis Skinner), 더글러스 베일리(Douglas Bailey)가 함께 설계한 시빌 하우스(Sivill House)의 내부 층계.

푸른 색감으로 물든 홀름필드 하우스부터 영국 내 공공임대주택 사업 부흥기에 지어진 도슨스 하이츠까지,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 건물들은 지난 2월, 총 208쪽 분량의 사진집 〈The Council House〉로 영국 독립출판사 혹스턴 미니 프레스(Hoxton Mini Press)를 통해 소개됐다. 〈엘르 데코〉 코리아에 사진의 일부를 보내온 잭 영에게 공공임대주택의 건축적 아름다움에 집중한 사연을 물었다.
 
문과 창문을 비롯한 건물 곳곳을 파란색으로 칠해 매력을 더한 홀름필드 하우스(Holmfield House).

문과 창문을 비롯한 건물 곳곳을 파란색으로 칠해 매력을 더한 홀름필드 하우스(Holmfield House).

68곳의 런던 공공임대주택을 촬영하겠다는 프로젝트의 시작은 점심시간에 우연히 올려다본 골든 레인 에스테이트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것이 계기였다. 세계대전 이후 집중적으로 설계된 공공임대주택 단지를 찍어 ‘ thecouncilhouse’라는 인스타그램 계정에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작업을 지속하며 영국 근대건축사에서 공공임대주택은 가장 광범위한 컬렉션 중 하나인데 지나치게 과소 평가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애정을 갖고 프로젝트를 이어갔다.
 
브루털리즘 건축의 대가로 꼽히는 헝가리 출신의 건축가 에르노 골드핑거(Ernő Goldfinger)가 설계한 트렐릭 타워(Trellick Tower).

브루털리즘 건축의 대가로 꼽히는 헝가리 출신의 건축가 에르노 골드핑거(Ernő Goldfinger)가 설계한 트렐릭 타워(Trellick Tower).

가장 기억에 남는 건물 반대편 도로 끝에서부터 눈길을 끌었던 요새 형태의 도슨스 하이츠. 제멋대로 튀어나와 있는 발코니와 블록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물결을 이루는 모습이 영국 공공임대주택 개발사업의 황금기를 떠올리게 했다. 잊을 수 없는 순간 트렐릭 타워를 촬영하러 가던 길에 하늘색 폭스바겐 캠퍼밴의 엔진 소리를 듣고 뒤돌아 바로 찍은 것이 홀름필드 하우스 사진이다. 삼각대를 설치하기는커녕 구도를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딱 한 컷만 찍어 건진 사진인데, 건물과 캠퍼밴의 푸른 조화가 지금 봐도 완벽하다. 서로 다른 공공임대주택으로부터 받은 공통적인 인상이 있다면 지나치게 기하학적인 형태와 알록달록한 실내 디자인이 때론 괴짜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런 낙관주의가 좋다. 단순한 건물이 아닌 누군가에겐 삶의 터전이기 때문에 느껴지는 활기와 다양성, 주인 의식도 마음에 들었다.
 
형형색색의 스테인드글라스로 꾸민 트렐릭 타워의 내부 전경.

형형색색의 스테인드글라스로 꾸민 트렐릭 타워의 내부 전경.

이 프로젝트가 당신에게 남긴 것은 건물과 함께한 삶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이야기해 주던 주민들의 얼굴을 잊을 수 없다. 영국에서 온전히 그 가치와 예술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공공임대주택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진 지난 2년은 모든 선입견을 부수고, 더 열린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도록 만들어줬다. 건축 사진을 찍는 일의 즐거움 건물도 사람처럼 빛에 따라, 각도에 따라 완전히 다른 모습을 드러내는데 완벽한 앵글을 찾아가는 과정이 즐겁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건축가 케이트 매킨토시(Kate Macintosh)가 설계한 도슨스 하이츠(Dawson’s Heights).

스코틀랜드 출신의 건축가 케이트 매킨토시(Kate Macintosh)가 설계한 도슨스 하이츠(Dawson’s Heights).

개인적으로 언덕이나 산비탈에 지어졌을 이탈리아의 공공임대주택도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당신의 보금자리를 짧게 소개한다면 최근 여자친구와 함께 드림 하우스로 이사했다. 모더니즘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타운 하우스로 마룻바닥에서 천장까지 뻗어 있는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빛이 정말 아름다운 집이다. 런던 뷰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거실이 중간 층에 끼여 있는 독특한 구조인데, 이곳에서 런던의 20세기 건축물을 눈으로 탐방하는 일이 정말 즐겁다.
 
시빌 하우스는 질서와 기하학적 아름다움을 중시하는 구성주의 건축의 대표 작품이다.

시빌 하우스는 질서와 기하학적 아름다움을 중시하는 구성주의 건축의 대표 작품이다.

 
독특한 테라스 건축으로 유명한 존 다본(John Darbourne)이 설계한 릴링턴 가든스(Lillington Gardens).

독특한 테라스 건축으로 유명한 존 다본(John Darbourne)이 설계한 릴링턴 가든스(Lillington Gard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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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류가영
    사진 JACK YOUNG
    디자인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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